발달장애 학생들과 자유여행을 준비하며 마주친 가장 큰 난관은, 우리 인원이 너무 대그룹이라는 점이다. 지난해 오사카 여행 인원은 총 24명이었고, 올해는 31명이 함께 하게 됐다. 졸업여행 대상자인 3학년뿐만 아니라 인턴쉽 과정의 학생들 일부가 합류하면서 그룹 크기가 더 커졌다(관련 기사: 발달장애 학생들과 홍콩여행 도전... 이런 날이 올 줄이야 https://omn.kr/288bc ). 

인턴쉽은 졸업 이후 학생들이 개인의 욕구나 필요에 따라 선택하는 과정이다. 우리 학교는 기본적으로 3년 과정이지만 발달장애 학생들의 개인차를 고려하여 조기취업이나 인턴쉽 과정을 통해 탄력적으로 학제가 운영된다. 

십여 년 전에는 학생들의 우선순위가 대개 취업이었다. 발달장애인들이 다닐 수 있는 대학도 흔치 않았고, 일자리도 마땅치 않은 시대였다. 우리 학교에 입학하는 이유도 취업을 하기 위해서인 경우가 많았고, 능력이 있는 학생들은 3학년 초부터 조기취업을 희망하기도 했다. 취업만 하면 성공적인 인생이고, 행복한 삶이 될 거라 믿던 때였다.

그러나 복지일자리 등 장애인들이 취업할 수 있는 길이 양적으로 늘어나고, 학령인구의 감소로 위기에 놓인 학교들이 많아지며 원한다면 일반대학도 얼마든지 갈 수 있는 시대가 되었다.

더불어 고물가시대와 맞물리며 비학위 과정의 대안대학인 우리 학교는 신입생 감소의 위기를 겪고 있지만 반대로 재학생들의 만족도는 그 어느 때보다 높다.

다양한 선택지 중 우리 학교를 선택하는 이유로는 이제 취업보다 '눈높이가 맞는 친구를 사귀고 싶어서', '다양한 경험을 하며 즐거운 학창 시절을 누리고 싶어서'인 경우가 많아졌다. 경증의 발달장애를 가진 아이들은 초중고 학창 시절 대부분을 일반학교에서 비장애 학생들과 통합되어 지내며 또래와 어울리지 못하고, 학교에서 긍정적인 경험이 별로 없기에 우리 학교에서의 즐거움을 더 크게 느끼는 것 같다. 

우리 아이들이 졸업여행 등 프로젝트 수업을 좋아하는 이유는 단순히 놀러 가기 때문이 아니라 '친구들과 함께 하기 때문에', 그리고 직접 계획을 세우고 실행을 하는 과정들이 '진짜 대학생 같기 때문'이다. 

그래서 최근에는 조기취업이 가능한 학생들도 의사를 물어보면 학교생활을 충분히 즐기고 나가고 싶다며 취업시기를 늦추거나 인턴쉽 과정을 선택하는 경우가 많아졌다.

그에 맞춰 우리도 교육과정에 프로젝트 수업을 확대하고 전공심화반을 개설해 인턴쉽 과정을 세분화하는 등 변화를 하고 있다.

거기에 더해 일자리의 양적확대와는 별개로 질적인 문제, 취업유지 등의 문제가 새롭게 대두되며, 이미 졸업을 하고 취업을 한 학생들 중에도 계약이 종료되거나 쉼을 원하는 등의 이유로 다시 학교로 복귀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우리 학교는 취업지원센터를 운영하며 졸업 이후에도 지속적으로 네트워킹을 이어가고 있어 언제든 졸업생들이 찾아올 수 있는 안식처가 되고자 한다.

학교를 좋아하는 아이들 

며칠 전에도 근로자의 날을 맞아 60여 명의 취업생들이 학교를 방문했고, 취업과 직장생활에 대해 후배들에게 이야기해 주며 교류하는 자리를 만들었다. 학교를 좋아하고, 학교에서 행복해하며, 그 에너지를 바탕으로 사회에서 제 몫을 해내는 아이들은, 내가 오래도록 이 일을 하게 하는 원동력이다.
 
아무튼 이런 이유들로, 졸업학년은 3학년이지만 우리 학교에는 그보다 더 선배들이 꽤 남아있다.

지난해 오사카 졸업여행을 추진했을 때 가장 부러워한 학생들이 그러한 선배 인턴들, 특히 코로나 탓에 졸업 여행을 가지 못했던 18~20학번 학생들이었다. 1, 2학년들은 부러워하면서도 다음에는 자신들도 간다는 기대에 차 있었다면, 코로나 시기를 거쳐 이미 졸업을 한 인턴 학생들은 단순히 부러움을 넘어서 억울함과 분노를 내비치기도 했다. 

교사인 우리들도 상황이 안타까웠으나 해외 자유여행에, 그것도 처음 진행해 보는 여행에 인원을 더 늘리기는 무리였기 때문에 어쩔 수 없다는 말로 달랬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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