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리 기사
아름다움과 불편함이 공존하는, 눈 내린 골짜기
골짜기는 새벽부터 시끄럽다. 밤에 내린 눈을 치우는 소리 때문이다. 오래전에 동원되었던 싸리비 대신 등장한 무선송풍기 소리가 요란하다. 이렇게 맑은 눈을 쓸어내야 한다니. 그냥 두고 볼 수 없을까? 잠시의 생각이었고, 어쩔 수 없이 눈을 치워야 한다. 눈이 오는 풍경은 아름답지만 살아내기는 쉽지 않아서다.
겨울이 찾아온 골짜기에 지난밤부터 눈이 내렸다. 포근함에 내리는 함박눈은 반갑고도 추억이 속의 풍경이었다. 왜 그렇게도 눈이 좋았을까? 맑은 하양이 좋았다. 눈을 이고 있는 노송의 풍경은 잊을 수 없는 감동이었다. 푸른 하늘 밑 감나무에 주홍빛 감이 열려있다. 내리는 눈을 따라 일렁이는 까치밥은 물리칠 수 없는 추억이었다. 어린 시절의 추억이 떠오르는 풍경들이다.
히말라야 언덕 작은 나라 부탄에선 첫눈 오는 날은 공휴일이란다. 왜 그랬을까? 언젠가 부탄여행길에 만난 가이드의 설명은 태연했다. 첫눈이 오는데 일이 되느냐는 질문이다. 마음이 설레서 일을 할 수 없으니 공휴일로 하는 것이 현명하다 한다. 옳은지는 확인할 수 없으나 마음이 셀레는 것은 마찬가지인가 보다. 엊저녁부터 골짜기에 하얀 눈이 내렸다.
아름다운 눈을 치워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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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이 찾아온 골짜기에 지난밤부터 눈이 내렸다. 포근함에 내리는 함박눈은 반갑고도 추억이 속의 풍경이었다. 왜 그렇게도 눈이 좋았을까? 맑은 하양이 좋았다. 눈을 이고 있는 노송의 풍경은 잊을 수 없는 감동이었다. 푸른 하늘 밑 감나무에 주홍빛 감이 열려있다. 내리는 눈을 따라 일렁이는 까치밥은 물리칠 수 없는 추억이었다. 어린 시절의 추억이 떠오르는 풍경들이다.
히말라야 언덕 작은 나라 부탄에선 첫눈 오는 날은 공휴일이란다. 왜 그랬을까? 언젠가 부탄여행길에 만난 가이드의 설명은 태연했다. 첫눈이 오는데 일이 되느냐는 질문이다. 마음이 설레서 일을 할 수 없으니 공휴일로 하는 것이 현명하다 한다. 옳은지는 확인할 수 없으나 마음이 셀레는 것은 마찬가지인가 보다. 엊저녁부터 골짜기에 하얀 눈이 내렸다.

아름다운 눈을 치워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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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12.2025 조진웅 은퇴 선언 "과오에 대한 책임이자 도리라 생각해"

배우 조진웅이 은퇴를 선언했다. 청소년기 범죄 전력이 폭로된 지 하루만이다.
조진웅은 6일 소속사를 통해 "과거 불미스러운 일로 인해 저를 믿고 응원해 주신 모든 분들께 실망을 드린 점 머리 숙여 사과드린다"며 "모든 질책을 겸허히 수용하고, 오늘부로 모든 활동을 중단, 배우의 길에 마침표를 찍으려 한다. 이것이 지난 과오에 대해 제가 져야 할 마땅한 책임이자 도리라고 생각한다"고 짧은 입장문을 밝혔다.
한 연예 매체는 5일 경 제보자의 말을 통해 조진웅이 미성년기일 때 강도 등의 혐의로 재판을 받고 소년원에 송치된 전력이 있다고 보도했다. 소속사는 당일 "일부 잘못이 있었다는 사실은 확인됐지만 30년이 더 지난 시점에 경위를 완전히 파악하긴 어렵고 관련 법적 절차 또한 종결된 상태라 한계가 있다"며 "단 성폭력 관련 행위와는 무관하다는 점 분명히 말씀드린다"고 공식 입장을 내놓은 바 있다.
사건 발생 후 처벌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으나 강력범죄 전력이란 이유로 조진웅에 대한 여론은 급격히 안 좋아지는 흐름이었다. 방영 예정인 드라마 < 시그널2 >를 비롯, 최근 녹음을 마친 SBS 다큐멘터리 <갱단과의 전쟁> 측도 고심하는 분위기가 읽힌다. 이미 촬영을 끝낸 드라마 사정상 제작진의 고심이 큰 상황. <갱단과의 전쟁> 측은 7일 방송을 앞두고 전격 내레이터를 교체한다는 입장을 밝히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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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12.2025 '종교의 자유'에도 헌법적 한계가 있다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 2일 국무회의에서 "정교분리 원칙을 어기고 종교재단이 조직적·체계적으로 정치에 개입한 사례들이 있다"며 종교재단 해산 명령을 내릴 수 있는지 검토하라고 지시했다. 국민의힘에 불법 정치자금을 전달한 의혹으로 특검 수사와 재판이 진행 중인 통일교(세계평화통일가정연합) 재단을 염두에 둔 발언으로 추정된다.
또한 이 대통령은 "종교와 정치를 구분하는 것은 중요한 헌법적 결단"면서 "이걸 (위반하는 것을) 방치하면 헌정 질서 파괴 뿐만 아니라 종교전쟁 비슷하게 될 수도 있어 매우 심각한 사안"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조원철 법제처장에게 일본 정부의 종교재단 해산 명령 청구 사례를 검토하라고 지시했다.
이 대통령이 언급한 사례는 2023년 10월 일본 문부과학성이 종교법인법을 근거로 통일교 재단인 세계평화통일가정연합에 대한 해산 명령을 법원에 청구한 사건으로 보인다. 지난 3월 도쿄지방법원은 청구를 받아들여 종교법인 해산 명령을 내렸고, 통일교가 4월 이에 불복해 항고해 상급심이 진행 중이다.
일본은 종교법인법을 통해 종교법인을 별도로 관리한다. 반면 국내법엔 종교단체 관련 법인을 별도로 규제하는 조항이 없다. 일반적으로 법인에 적용되는 법 조항인 민법 제38조를 적용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이 대통령이 검토를 지시한 종교재단 해산의 법적 근거로는 정교분리 원칙을 규정한 헌법 제20조 제2항과 법인의 설립 허가 취소에 관한 민법 38조가 고려될 수 있다. 민법 38조는 "법인이 목적 이외의 사업을 하거나 설립허가의 조건에 위반하거나 기타 공익을 해하는 행위를 한 때에는 주무관청은 그 허가를 취소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 조항에 근거해 종무를 관할하는 주무관청인 문화체육관광부가 해당 종교법인이 정치적 행위를 함으로써 설립 허가 조건을 위배했다고 판단하면 법인 허가 취소 처분을 내릴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통일교 측이 불복할 경우 행정심판이나 행정소송을 제기할 수 있어 해산과 관련한 최종 판단은 법원에서 결정될 것이다.
법인 설립허가 취소, 엄격한 기준 적용해야
실제로 과거 2020년 3월 서울시는 신천지 측 사단법인 '새하늘새땅 증거장막성전 예수교선교회' 등 관련 법인들에 대해 공익을 현저히 해하고 설립 목적 외 사업을 했다는 이유로 법인 설립허가를 취소했다.
이는 주로 코로나19 팬데믹 초기 방역 활동 방해 및 정부 지침 미준수 등과 관련된 조치였다. 신천지 측은 서울시의 법인 취소 처분에 불복해 행정소송을 제기했다. 1심 법원은 일부 사건에서 서울시의 손을 들어주기도 했으나, 항소심(2심)과 최종심(서울시의 상고 포기)에서는 신천지 관련 법인들이 잇달아 승소했다.
법인 설립허가 취소에 대해 법원이 이처럼 엄격한 기준을 적용하는 것은 헌법상 당연하다. 종교단체에 대한 법인 설립 허가 취소 처분은 국가 공권력에 의한 종교 활동과 결사의 자유라는 기본권의 제한으로, 당연히 헌법상 비례의 원칙(헌법 제37조 제2항)이 준수돼야 하기 때문이다. 비례의 원칙은 공권력 행사의 목적과 수단 사이에 합리적인 비례성이 지켜져야 하고, 따라서 긴절한 공익적 목적 달성을 위하여 최소한도로 기본권을 침해하는 적절한 제제 수단이 동원돼야 한다는 원칙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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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12.2025 이건태 의원 "쌍방울 조작 수사 실체 확인되고 있다"

이건태 더불어민주당 '정치검찰조작기소대응특별위원회' 부위원장이 "쌍방울 대북송금 사건 수사 과정에서의 진술 회유·조작 의혹이 서울고검 인권침해 태스크포스(TF)의 구속영장 청구를 통해 사실로 확인되고 있다"며 "관련 검사들에 대한 감찰과 수사"를 촉구했다.
서울고검 TF, 쌍방울 핵심 인물 3인에 구속영장
이 의원(경기 부천시병)은 6일 오후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서울고검 인권침해 TF가 대북송금 사건의 핵심 증언자인 안부수 전 아태평화교류협회 회장, 방용철 쌍방울 전 부회장, 박모 전 이사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한 사실을 언급했다.
이어 "이는 검찰이 진술 번복 과정의 부당한 영향 여부를 본격적으로 들여다보기 시작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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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12.2025 실수하고 싸우느라 지친 사람 이리 오세요, 안아드려요
우연히 보았던 한승무 작가의 <MISTAKE(미스테이크)>가 기억에 남았다. 그림에는 실수를 저지른 아이의 복잡한 감정이 담겨 있었다. 캔버스로 옮겨진 감정이 내 안에 남아 작가의 다음 전시를 기다리던 터였는데 '하우스 갤러리 2303'에서 한승무 작가의 전시가 오는 17일까지 열린다는 소식을 들었다.
'하우스 갤러리 2303'은 <그림의 종착지는 집입니다>(구름의 시간, 2025)라는 책을 통해 알게 된 공간인데, 책의 저자이자 하갤 대표 강언덕씨는 거주하는 아파트를 실제 갤러리로 운영한다. 고유한 이야기를 지닌 작가를 발굴해 그들의 그림을 사람들에게 소개하고, '작품의 집'을 찾아주는 것이다.
어두울수록 반짝이는 삶의 조각들
시각디자인을 전공한 한승무 작가는 호주 멀럼빔비에서 두 형제를 키우며 그림과 사진, 영상 등 다양한 작업을 한다. 아내 임효영 또한 그림책 작가로 활동 중이다. 아내에게 작업할 시간을 마련해주기 위해 아이들이 어릴 적엔 한승무 작가가 육아를 적극적으로 맡아 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형제가 뛰노는 곁을 지켰던 한승무 작가는 아이들을 찍은 사진을 모아 사진집 <숲과 바다, 형제 사진>(키치가치, 2021)을 냈다. 그림에도 아이가 등장한다.
전시장에 들어서자 이번 전시를 위해 작가가 새롭게 준비한 'HUG(허그)' 시리즈가 눈에 들어왔다. 'MISTAKE(미스테이크)'에 비해 작품 규모도 크고 색이 화려해 단번에 시선을 잡아끌었다. 그런데도 걸음을 멈춰 오래 들여다본 건 'MISTAKE(미스테이크)' 시리즈였다.
손바닥만 한 캔버스(10*10*4cm)에 물컵을 엎지른 아이를 그린 'MISTAKE(미스테이크)'. 쓰러진 컵과 테이블 위로 번진 물, 아이의 커다란 눈과 앙다문 입, 그리고 꽉 쥔 주먹. 아이의 표정에서 당혹스러움과 낭패감, 분하고 답답한 심경까지, 순간에 이는 감정의 역동이 전해졌다.
그림 앞에서 아이의 심정을 헤아리는 동안 실수해버려 당혹스러웠던 감정이 내 안에서 되살아났다. 그러자 그림 속 아이의 얼굴 위로 내 얼굴이 겹쳐 보였다. 꾸중이나 책망을 듣고 자책하고 억울하면서도 두렵고 막막해 한없이 작아졌던 순간. 사라진 줄 알았던 감정의 자국이 내면의 작은 캔버스에서 잠자고 있음을 이 그림이 일깨워주었다.
작가는 물컵을 엎지르고 꾸중을 듣던 아이의 얼굴에서 평소와 다른 표정을 보았고 그걸 기억하고 싶어 그림으로 옮겼다고 한다. 어린 아이에게서 '자아'라는 싹이 움텄음을 알아챘던 찰나, 품 안의 아이가 어떤 선을 넘어서던 순간을 작가는 섬세하게 포착했다.
그 마음이 캔버스를 가득 채웠다. 작가는 캔버스의 앞면뿐만 아니라 옆면에까지 아이를 둘러싼 세계의 세부 사항을 그려 넣었다. 큐브와 장난감 자동차, 화분과 야구 방망이, 그리고 책. 시리즈가 지속되면서 아이의 세계는 바뀐다. 어딘가로 나아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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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우스 갤러리 2303'은 <그림의 종착지는 집입니다>(구름의 시간, 2025)라는 책을 통해 알게 된 공간인데, 책의 저자이자 하갤 대표 강언덕씨는 거주하는 아파트를 실제 갤러리로 운영한다. 고유한 이야기를 지닌 작가를 발굴해 그들의 그림을 사람들에게 소개하고, '작품의 집'을 찾아주는 것이다.
어두울수록 반짝이는 삶의 조각들

시각디자인을 전공한 한승무 작가는 호주 멀럼빔비에서 두 형제를 키우며 그림과 사진, 영상 등 다양한 작업을 한다. 아내 임효영 또한 그림책 작가로 활동 중이다. 아내에게 작업할 시간을 마련해주기 위해 아이들이 어릴 적엔 한승무 작가가 육아를 적극적으로 맡아 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형제가 뛰노는 곁을 지켰던 한승무 작가는 아이들을 찍은 사진을 모아 사진집 <숲과 바다, 형제 사진>(키치가치, 2021)을 냈다. 그림에도 아이가 등장한다.
전시장에 들어서자 이번 전시를 위해 작가가 새롭게 준비한 'HUG(허그)' 시리즈가 눈에 들어왔다. 'MISTAKE(미스테이크)'에 비해 작품 규모도 크고 색이 화려해 단번에 시선을 잡아끌었다. 그런데도 걸음을 멈춰 오래 들여다본 건 'MISTAKE(미스테이크)' 시리즈였다.
손바닥만 한 캔버스(10*10*4cm)에 물컵을 엎지른 아이를 그린 'MISTAKE(미스테이크)'. 쓰러진 컵과 테이블 위로 번진 물, 아이의 커다란 눈과 앙다문 입, 그리고 꽉 쥔 주먹. 아이의 표정에서 당혹스러움과 낭패감, 분하고 답답한 심경까지, 순간에 이는 감정의 역동이 전해졌다.
그림 앞에서 아이의 심정을 헤아리는 동안 실수해버려 당혹스러웠던 감정이 내 안에서 되살아났다. 그러자 그림 속 아이의 얼굴 위로 내 얼굴이 겹쳐 보였다. 꾸중이나 책망을 듣고 자책하고 억울하면서도 두렵고 막막해 한없이 작아졌던 순간. 사라진 줄 알았던 감정의 자국이 내면의 작은 캔버스에서 잠자고 있음을 이 그림이 일깨워주었다.
작가는 물컵을 엎지르고 꾸중을 듣던 아이의 얼굴에서 평소와 다른 표정을 보았고 그걸 기억하고 싶어 그림으로 옮겼다고 한다. 어린 아이에게서 '자아'라는 싹이 움텄음을 알아챘던 찰나, 품 안의 아이가 어떤 선을 넘어서던 순간을 작가는 섬세하게 포착했다.
그 마음이 캔버스를 가득 채웠다. 작가는 캔버스의 앞면뿐만 아니라 옆면에까지 아이를 둘러싼 세계의 세부 사항을 그려 넣었다. 큐브와 장난감 자동차, 화분과 야구 방망이, 그리고 책. 시리즈가 지속되면서 아이의 세계는 바뀐다. 어딘가로 나아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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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12.2025 이걸 '뮷즈'로 만들면 대박 날 텐데, 왜 안 만들죠?
어린 시절, 대부분의 사람들이 그랬듯 나 역시 장난감에 환장하던 꼬마였다. TV에서 새로운 만화영화가 방영할 때마다 완구업체에서는 어김없이 만화 속 캐릭터 장난감을 출시했고, 그때마다 동네 문방구 앞을 그냥 지나친 적이 없었던 것 같다. 장난감을 사줄 때까지 한 발자국도 움직이지 않겠다며, 길바닥에서 부모님 소매를 붙들고 울며 떼쓰던 기억이 생생하다.
머리가 굵어지면서 자연스레 장난감에 대한 흥미도 사라졌다. 어릴 적 그렇게 들락날락하던 완구 코너도 성인이 된 뒤로는 갈 일이 없어졌다. 언제 한 번 장을 보러 대형마트에 갔다가 피규어숍을 지나친 적이 있었다. 그때도 나는 '이런 건 애들이나 갖고 노는 장난감'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니 애들 장난감이라고만 생각했던 피규어 가격이 수십만 원에 이르는 걸 보고 놀랄 수밖에 없었다.
'위인 피규어' 수집가가 된 사연
그랬던 나였건만, 아이러니하게도 지금은 집안 곳곳에 피규어들이 전시돼 있다. 마니아 수준까지는 아니지만 방 책상과 서가, 심지어 회사 사무실 책장에도 피규어들을 놓아두고 있다.
피규어를 애들이나 갖고 노는 장난감 정도로 생각하던 내가 어쩌다 수집가가 됐을까. 사실 내가 모으는 피규어들은 일반적인 것들과는 다르다. 보통 피규어라 하면 영화나 애니메이션 캐릭터를 생각하겠지만, 내 방을 장식한 피규어들은 모두 한국의 역사적 위인들을 형상화한 것이다.
대표적으로 2021년 크라우드펀딩으로 구매한 '태조 이성계 피규어'를 들 수 있다. 이성계 피규어는 말 위에서 활을 쏘는 신궁(神弓)의 모습을 재현한 형태다. 전통활쏘기(국궁) 수련자로서, 이성계에 대해 남다른 애정과 존경심을 가진 나에게 이 피규어는 유달리 애착이 간다.
사실 내가 가장 열심히 수집하는 피규어는 '독립운동가 피규어'다. 눈길 닿는 곳곳에 독립운동가 피규어를 배치해 두었는데, 일상에서도 독립운동가들을 기억하고자 하는 나만의 방법이다.
나의 독립운동가 피규어 수집은 2017년 천안 독립기념관에 갔을 때부터 시작된 것 같다. 당시 기념품점에서 구매한 '김좌진 장군 피규어'가 인생 첫 피규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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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리가 굵어지면서 자연스레 장난감에 대한 흥미도 사라졌다. 어릴 적 그렇게 들락날락하던 완구 코너도 성인이 된 뒤로는 갈 일이 없어졌다. 언제 한 번 장을 보러 대형마트에 갔다가 피규어숍을 지나친 적이 있었다. 그때도 나는 '이런 건 애들이나 갖고 노는 장난감'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니 애들 장난감이라고만 생각했던 피규어 가격이 수십만 원에 이르는 걸 보고 놀랄 수밖에 없었다.
'위인 피규어' 수집가가 된 사연
그랬던 나였건만, 아이러니하게도 지금은 집안 곳곳에 피규어들이 전시돼 있다. 마니아 수준까지는 아니지만 방 책상과 서가, 심지어 회사 사무실 책장에도 피규어들을 놓아두고 있다.
피규어를 애들이나 갖고 노는 장난감 정도로 생각하던 내가 어쩌다 수집가가 됐을까. 사실 내가 모으는 피규어들은 일반적인 것들과는 다르다. 보통 피규어라 하면 영화나 애니메이션 캐릭터를 생각하겠지만, 내 방을 장식한 피규어들은 모두 한국의 역사적 위인들을 형상화한 것이다.

대표적으로 2021년 크라우드펀딩으로 구매한 '태조 이성계 피규어'를 들 수 있다. 이성계 피규어는 말 위에서 활을 쏘는 신궁(神弓)의 모습을 재현한 형태다. 전통활쏘기(국궁) 수련자로서, 이성계에 대해 남다른 애정과 존경심을 가진 나에게 이 피규어는 유달리 애착이 간다.
사실 내가 가장 열심히 수집하는 피규어는 '독립운동가 피규어'다. 눈길 닿는 곳곳에 독립운동가 피규어를 배치해 두었는데, 일상에서도 독립운동가들을 기억하고자 하는 나만의 방법이다.

나의 독립운동가 피규어 수집은 2017년 천안 독립기념관에 갔을 때부터 시작된 것 같다. 당시 기념품점에서 구매한 '김좌진 장군 피규어'가 인생 첫 피규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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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12.2025 93세 할아버지가 아직도 '일'을 하고 싶어하는 까닭
단풍이 예쁘고 날씨가 좋던 11월 중순, 이전에 인터뷰했던 김혜원 작가님의 도움으로 경기도 성남시 미금역 인근의 청솔마을 아파트에 사시는 독거노인 두 분을 인터뷰하게 되었다. 우리는 지난 기사에 나오셨던 김희철 할아버지 댁에 방문해 인사를 드린 후, 김병기(93) 할아버지 댁에 이야기를 나누러 갔다.
세 명이 들어가니 거실이 꽉 찰 만큼 작은 집이었지만 살림살이는 다채로웠고 깔끔했다. 처음에 할아버지를 뵈었을 때는 어색한 느낌이 들었지만, 천천히 대화를 나누다 보니 편하게 이야기할 수 있게 됐다.
김병기 할아버지의 집 거실에 있는 텔레비전에선 야구 중계가 나오고 있었다.
"운동 같은 것을 좋아혀. 원래 내가 초등학교 다닐 적부터 육상 같은 거, 축구 같은 거 좋아라 했거든. 군에서 여는 면(대항) 축구 대회 같은 거 하면은 나갔었어."
운동을 좋아하시냐는 물음에 할아버지는 눈을 빛내며 말씀하셨다. 그리고 거실 책상 위 컴퓨터가 눈에 띄었다.
"(성남시) 은행 1, 2동 경로당 회장 하면서 (컴퓨터를 배웠어). 컴퓨터를 하는 사람이 나밖에 읎어."
할아버지의 인생에서 빼놓을 수 없는 일 이야기
"내가 나이 40 먹어서 과로를 해서…. 우리 고장에는 논은 적고 밭이 많아서 보리 같은 거 탈곡을 하면은 주야로 그냥 (했어). 비 와서 못 하면은 안되니까. 그러니까 주야로 계속 작업을 하는데, 그 먼지 속에서 작업을 하면서 (이렇게 일하다간) 다 죽는다고 했어. 병원에 입원해서 세 번이나 치료를 받았다니까."
"내가 할 말은 아니지만, (보리 탈곡에) 나 따라오는 사람이 없어. 내가 보리 같은 거 갖다가 집어넣고 하는 거 보면 사람들이 다 서서 구경해. 내가 할 소리는 아닌데, 내가 그런 것에 자부심을 가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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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 명이 들어가니 거실이 꽉 찰 만큼 작은 집이었지만 살림살이는 다채로웠고 깔끔했다. 처음에 할아버지를 뵈었을 때는 어색한 느낌이 들었지만, 천천히 대화를 나누다 보니 편하게 이야기할 수 있게 됐다.

김병기 할아버지의 집 거실에 있는 텔레비전에선 야구 중계가 나오고 있었다.
"운동 같은 것을 좋아혀. 원래 내가 초등학교 다닐 적부터 육상 같은 거, 축구 같은 거 좋아라 했거든. 군에서 여는 면(대항) 축구 대회 같은 거 하면은 나갔었어."
운동을 좋아하시냐는 물음에 할아버지는 눈을 빛내며 말씀하셨다. 그리고 거실 책상 위 컴퓨터가 눈에 띄었다.
"(성남시) 은행 1, 2동 경로당 회장 하면서 (컴퓨터를 배웠어). 컴퓨터를 하는 사람이 나밖에 읎어."
할아버지의 인생에서 빼놓을 수 없는 일 이야기
"내가 나이 40 먹어서 과로를 해서…. 우리 고장에는 논은 적고 밭이 많아서 보리 같은 거 탈곡을 하면은 주야로 그냥 (했어). 비 와서 못 하면은 안되니까. 그러니까 주야로 계속 작업을 하는데, 그 먼지 속에서 작업을 하면서 (이렇게 일하다간) 다 죽는다고 했어. 병원에 입원해서 세 번이나 치료를 받았다니까."
"내가 할 말은 아니지만, (보리 탈곡에) 나 따라오는 사람이 없어. 내가 보리 같은 거 갖다가 집어넣고 하는 거 보면 사람들이 다 서서 구경해. 내가 할 소리는 아닌데, 내가 그런 것에 자부심을 가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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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12.2025 고등학교에 차린 '실패연구소', 아이들이 달라졌다
33년 동안 직업계고에서 아이들을 지켜보며 알게 되었다. 이들에게 '실패'는 단순한 흔들림이 아니라 존재 자체를 뒤흔드는 경험이라는 것을. 이 아이들이 겪는 실패의 두려움은 생각보다 깊고 성공에 대한 압박은 생각보다 날카롭다는 사실이었다. 성공 신화를 강요하는 문화 대신, 실패를 기꺼이 꺼내놓고 함께 이야기할 수 있는 학교를 만들고 싶었다.
그래서 2024년, 내가 평교사 출신으로는 처음 서울로봇고등학교 공모교장으로 부임해 가장 먼저 시작한 교육 프로그램은 '실패연구소 - 나의 실패 이야기'였다.
그해 12월, 첫 번째 '나의 실패 이야기' 공모전에 50편의 이야기가 모였다. 전교생 400여 명 중 약 8%의 학생들이 자신의 실패를 기꺼이 꺼내 놓은 것이다. 솔직히 처음엔 걱정이 많았다. 실패를 공유하는 것이 오히려 또 다른 낙인이 될 수 있다는 우려도 있었다. 하지만 심사를 하며 깨달았다. 아이들은 이미 자신의 실패를 혼자 삼키며 고통받고 있었고, 오히려 이를 나눌 수 있는 안전한 공간을 갈망하고 있었다는 것을.
그 첫 번째 공모전에서 은메달을 차지한 정유민(가명, 로봇정보통신과, 3학년)군의 이야기는, 오늘의 직업계고 학생들이 어떤 심리적 긴장을 견디며 살아가는지를 압축적으로 보여준다.
'드론이 추락한 4일 차 오후'
전국기능경기대회 드론 조종자로 참가한 유민 군에게 대회 4일 차 오후는 잊기 어려운 순간이었다. 비가 섞인 바람이 세차게 몰아치는 악조건 속, 옆 선수의 드론이 추락하는 장면을 본 순간 작은 불안감이 순식간에 마음을 압도했다고 한다. 마지막 비행 순서였던 그는 깊은 숨을 고르고 이륙했지만, 곧 카메라 짐벌이 멈추며 모니터 화면이 사라지는 극한 상황에 놓였다.
결정적인 순간은 그다음이었다. 파트너의 목소리와 자신의 감각만 의지해야 하는 상황에서 조종기 신호까지 불안정해지자, 긴장한 손끝이 긴급 모드를 잘못 눌렀고 공중에 떠 있던 드론은 그대로 추락하고 말았다. 그는 그때의 심정을 담담히 털어놓았다.
"제 실수가 결정적인 원인이 된 것 같아 죄책감이 들었고, 긴장감과 갑작스러운 상황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한 게 너무 안타까웠다."
유민 군의 기능 지도 담당 선생님은 당시를 이렇게 회상했다.
"대회 직후 한동안 유민이가 훈련장에도 잘 안 나왔어요. 다른 아이들 앞에서 자신의 실패를 마주하는 게 두려웠던 거죠. 직업계고 학생들에게 기술대회 실패는 단순한 경험이 아니라 자신의 진로 선택 전체를 의심하게 만드는 사건이 됩니다."
실패를 용납하지 않는 경쟁의 환경에서, 아이들의 드론은 종종 그들의 마음과 함께 추락하곤 한다.
실수는 기술 실패가 아닌 '성장의 시작'
나는 이 이야기를 단순한 기계 결함이나 우연한 사고로 보지 않는다. 그의 고백 속에는 '성공만이 가치'라고 말하는 사회의 강박 앞에서 흔들리는 한 청소년의 마음이 고스란히 담겨 있기 때문이다.
직업계고 학생들이 겪는 실패의 무게는 좀 다르다. 대회나 자격증 시험 실패 후 주변의 실망스러운 시선을 받을 때면 직업계고로 진학한 자신의 선택이 틀렸다는 자책을 많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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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2024년, 내가 평교사 출신으로는 처음 서울로봇고등학교 공모교장으로 부임해 가장 먼저 시작한 교육 프로그램은 '실패연구소 - 나의 실패 이야기'였다.

그해 12월, 첫 번째 '나의 실패 이야기' 공모전에 50편의 이야기가 모였다. 전교생 400여 명 중 약 8%의 학생들이 자신의 실패를 기꺼이 꺼내 놓은 것이다. 솔직히 처음엔 걱정이 많았다. 실패를 공유하는 것이 오히려 또 다른 낙인이 될 수 있다는 우려도 있었다. 하지만 심사를 하며 깨달았다. 아이들은 이미 자신의 실패를 혼자 삼키며 고통받고 있었고, 오히려 이를 나눌 수 있는 안전한 공간을 갈망하고 있었다는 것을.
그 첫 번째 공모전에서 은메달을 차지한 정유민(가명, 로봇정보통신과, 3학년)군의 이야기는, 오늘의 직업계고 학생들이 어떤 심리적 긴장을 견디며 살아가는지를 압축적으로 보여준다.
'드론이 추락한 4일 차 오후'
전국기능경기대회 드론 조종자로 참가한 유민 군에게 대회 4일 차 오후는 잊기 어려운 순간이었다. 비가 섞인 바람이 세차게 몰아치는 악조건 속, 옆 선수의 드론이 추락하는 장면을 본 순간 작은 불안감이 순식간에 마음을 압도했다고 한다. 마지막 비행 순서였던 그는 깊은 숨을 고르고 이륙했지만, 곧 카메라 짐벌이 멈추며 모니터 화면이 사라지는 극한 상황에 놓였다.
결정적인 순간은 그다음이었다. 파트너의 목소리와 자신의 감각만 의지해야 하는 상황에서 조종기 신호까지 불안정해지자, 긴장한 손끝이 긴급 모드를 잘못 눌렀고 공중에 떠 있던 드론은 그대로 추락하고 말았다. 그는 그때의 심정을 담담히 털어놓았다.
"제 실수가 결정적인 원인이 된 것 같아 죄책감이 들었고, 긴장감과 갑작스러운 상황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한 게 너무 안타까웠다."
유민 군의 기능 지도 담당 선생님은 당시를 이렇게 회상했다.
"대회 직후 한동안 유민이가 훈련장에도 잘 안 나왔어요. 다른 아이들 앞에서 자신의 실패를 마주하는 게 두려웠던 거죠. 직업계고 학생들에게 기술대회 실패는 단순한 경험이 아니라 자신의 진로 선택 전체를 의심하게 만드는 사건이 됩니다."
실패를 용납하지 않는 경쟁의 환경에서, 아이들의 드론은 종종 그들의 마음과 함께 추락하곤 한다.
실수는 기술 실패가 아닌 '성장의 시작'
나는 이 이야기를 단순한 기계 결함이나 우연한 사고로 보지 않는다. 그의 고백 속에는 '성공만이 가치'라고 말하는 사회의 강박 앞에서 흔들리는 한 청소년의 마음이 고스란히 담겨 있기 때문이다.
직업계고 학생들이 겪는 실패의 무게는 좀 다르다. 대회나 자격증 시험 실패 후 주변의 실망스러운 시선을 받을 때면 직업계고로 진학한 자신의 선택이 틀렸다는 자책을 많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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