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리 기사
대입 '사탐런', 생각보다 심각한 일입니다

지난해에 이어 올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에서도 사탐(사회탐구)을 보는 수험생이 과거에 비해 눈에 띄게 크게 늘었다고 합니다. 이공계로 대학 진학을 계획한 수험생들도 상당수가 과탐(과학탐구)을 보지 않고 사탐을 봤다고 합니다. 2025학년도 수능과 올해 치러진 2026학년도 수능에서 사탐을 선택한 학생의 비율이 77%를 넘었고, 과탐만 선택한 학생은 겨우 22%에 그쳤다고 합니다.

소위 '사탐런 현상(사회탐구 영역 선택으로 몰려가는 현상)'이 일어난 데는 교육 정책의 변화 등 몇 가지 이유가 있습니다. 첫 번째로는 교육부가 2018학년도부터 고등학교에서 문·이과 통합교육을 추진해 왔고, 나아가 2028학년도부터는 문·이과 구분 없이 모든 수험생이 동일한 공통과목을 응시하는 통합형 수능을 도입하려는 점이 하나의 이유입니다. 교육부는 이와 같은 취지에 맞춰 학생들이 계열에 상관없이 다양한 전공에 지원할 수 있도록 유도하고 있고, 나아가 대학에는 재정지원사업 평가를 통해 특정 과목 응시 제한의 폐지를 유도하였습니다.

이러한 정책으로 서울대와 카이스트와 같은 과기특성화 대학, 최상위 학생들이 몰리는 의학 및 약학 계열을 제외하고는 대부분 이공계열 전공을 지원하는 학생들에게 과탐을 필수로 요구하지 않게 되었습니다.

융합인재 양성 취지는 공감하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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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의힘 노선 갈등이 연일 불 붙고 있다. 보수 야당은 천막농성에 돌입하며 대여 투쟁 공세를 강화하는 가운데, 언론사 카메라 앞에서 당 지도부끼리 공개적으로 충돌했다.

장동혁 국민의힘 당 대표의 현 강경 노선을 놓고 당 안팎의 비판과 옹호가 혼재하는 가운데, 국민의힘 지도부는 15일 오전, 국회의사당 본관 앞에 설치된 천막에서 최고위원회의 공개 발언을 진행했다. 취재진 앞에서 대여 투쟁의 결기를 전시하는 취지이다. "사법파괴 5대 악법, 국민 입틀막 3대 악법, 즉각 철회하라"라고 쓰인 걸개가 내걸렸고, 현수막에는 "이재명 정권 악법폭주, 민주주의 파괴 중단하라!"라고 쓰여 있었다.

패널과 피켓으로 가득 채워진 천막에서 장동혁 대표와 송언석 원내대표 등은 '통일교 특별검사' 도입의 필요성 등을 재차 주장하며 이재명 대통령과 더불어민주당을 향한 비판을 쏟아냈다. 그러나 현 지도부에서 가장 중도 확장을 강조해 온 양향자 최고위원은 여론조사 지표를 제시하며 당이 바뀌어야 한다고 주문했다.

양 최고위원의 모두발언이 끝난 후, 김민수 최고위원이 추가 발언을 신청해 이에 공개적으로 반박하고 나섰다. 양향자 최고위원은 최근 여론조사 결과를 놓고 당 현황에 대한 우려를 표했는데, 김 최고위원은 여론조사 방식을 문제 삼으며 현재의 당 기조를 적극 옹호한 것이다. 이전부터 그는 극우 성향의 강성 지지층을 대변하는 목소리를 자임해왔다.

당은 공식적으로 이같은 갈등에 아무런 논평이나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 장동혁 대표의 침묵과 방기가 계속되는 셈인데, 결과적으로 당내 비판 목소리를 뭉개며 김민수 최고위원에 힘을 싣는 그림이 연출되고 있다.

"여론조사는 과학, 국민의힘은 짠물... 염도 적당해야 국민 지지"


양향자 최고위원은 자신의 발언 순서가 돌아오자 다른 결의 이야기를 꺼내 놓았다. 양 최고위원은 "여론조사는 과학의 영역"이라면서 "일반적으로 ARS, 즉 녹음을 틀어주는 방식보다 사람 면접원 조사가, 같은 조건에서는 더 과학적"이라고 입을 열었다. 그러면서 "우리가 참고할 만한 몇 가지 지표를 좀 보겠다"라며 "결과가 좀, 많이 아프다. 외람되지만, 말씀드리겠다"라고 이야기했다.

양 최고위원이 인용한 것은 NBS 전국지표조사였다. 그는 "11·12월 최근 3번 조사에서 국민의힘 지지율은 평균 21%"라며 "민주당은 평균 41.6%로, 우리가 약 두 배 낮다. 지도부가 출범한 8월과 큰 차이가 없다는 점에서 더 뼈아프다"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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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나운서는 '방송국의 얼굴' 역할을 하는 직업이다 보니 방송국마다 아나운서들 간의 보이지 않는 경쟁이 생길 수밖에 없다. 지난 2000년 MBC에서는 어린 시절부터 친구였던 두 여성 아나운서가 일과 사랑을 두고 치열하게 경쟁하는 드라마를 제작해 큰 사랑을 받았다. <펜트하우스> 시리즈의 천서진으로 유명한 김소연이 처음으로 악녀 연기에 도전했던 MBC 수목드라마 <이브의 모든 것>이다.


악역으로 두 번의 전성기를 맞은 배우

중학생 시절이던 1994년 이정재, 김희선 주연의 SBS 드라마 <공룡선생>을 통해 데뷔한 김소연은 1995년 중학교 3학년 때 KBS 주말드라마 <딸부잣집>에서 20대 성인 역할을 맡았다. 이 때문에 1995년 KBS 연기대상에서 김소연이 '아역상'을 수상했을 때 시청자들의 항의가 빗발치기도 했다. 김소연은 1997년 영화 <체인지>에서 남자 고등학생의 영혼이 들어간 여고생 역을 맡아 하이틴 스타로 주목 받기 시작했다.

1998년 고3때 출연한 <순풍산부인과>에서 오지명 원장의 셋째딸이자 20대 중·후반의 의사 오소연 역을 맡았던 김소연은 1999년 대학 입학 후 KBS의 청춘 드라마 <광끼>에 출연했다. 그리고 여전히 만으로 10대에 불과했던 2000년 <이브의 모든 것>에서 허영미를 연기하며 데뷔 후 처음으로 악역을 맡았다. 김소연은 <이브의 모든 것>으로 연기력을 인정 받았지만 그만큼 많은 안티가 생기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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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월 12일 대통령 앞에서 장관이 2026 교육부 업무 계획을 보고했습니다. 보고가 끝난 뒤 대통령과 장관은 교사의 정치기본권에 대해 다음과 같은 생각을 피력했습니다.

대통령 : 교원의 정치기본권 확대는 이걸 명확하게 이야기하자면 교사가 정치활동을 아무 때나 아무 장소에서 막 하게 하는 게 아니고 교육 현장을 떠나서 사적 영역에서 직무와 관련 없이 정치적 표현의 자유 정도를 보장해야 한다. 이런 정도죠?

장관 : 예, 그렇습니다.

대통령 : 근무 시간 외에 직무와 관련 없이 사적인 영역에서 정치적 표현의 자유를 보장해야 한다. 정치적 표현을 할 수 있게 하자. 그런 거죠?

장관 : 논란은 있겠지만 교사들이 너무 오랫동안 국민으로서 기본적인 권리를...

대통령 : 예, 알겠는데... 국민들이 걱정하는 것은 교사가 정치 중립을 해야지 학교에서 한쪽을 편들게 하고 이런 것은 아닐까? 이런 걱정을 하는 거죠? 그런 걸 하자는 걸 아니란 걸 명확히 하자는 거죠?

장관 : 네, 네

대통령 : 의외로 이런 부분에 대해 여론조사를 해보면 그렇게 찬성이 높지가 않아요.

장관 : 교원들은 찬성하는데 일정 부분 오해가 있는 것 같습니다.

대통령 : 그런 점을 명확하게. 지금은 선생님이 자기 이름을 감추고 익명으로 몰래 트위터에 답글을 써도 제재, 처벌받는 거잖아요. 그런 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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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의 민주주의는 지금 어디로 가고 있는가. 국제기구들이 내놓는 평가를 보면 결코 안심할 수 없는 지점에 서 있다. 이코노미스트 인텔리전스 유닛(Economist Intelligence Unit, EIU)의 2024년 민주주의 지수에서 대한민국은 7.75점으로 '결함 있는 민주주의' 국가로 분류되었다. 국제민주주의 및 선거지원기구(International IDEA)와 프리덤 하우스(Freedom House) 역시 법치, 시민 자유, 언론 자유의 후퇴를 공통적으로 지적한다. 1987년 시민의 힘으로 쟁취한 민주주의가 정체 혹은 후퇴 국면에 들어섰다는 경고다.

민주주의의 후퇴, 국가 신뢰의 위기

부패 인식 역시 크게 다르지 않다. 국제투명성기구의 부패인식지수(CPI)에서 대한민국은 2024년 64점, 180개국 중 30위를 기록했다. 과거에 비해 점수는 올랐지만, 경제력과 국제적 위상을 고려하면 여전히 만족스럽지 않은 수준이다. 이제 '코리아 디스카운트'의 원인을 남북관계나 지정학적 리스크에서만 찾기는 어렵다. 정치적 민주주의의 질과 국가 투명성의 약화가 국가 신뢰를 잠식하고 있기 때문이다.

아이러니하게도 경제 지표는 다른 이야기를 한다. 국제통화기금(IMF)은 대한민국의 1인당 GDP를 약 3만5천 달러로 전망하며 세계 상위권 국가로 분류한다. 그러나 가처분소득 기준 지니계수는 0.333으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고소득 국가 가운데 불평등 수준이 높은 편이다. 외환위기 이후 확대된 자산·소득 격차는 사회적 양극화를 구조화해 왔다. 민주주의의 질적 후퇴와 경제적 불평등의 심화는 결코 별개의 문제가 아니다.

반부패 기구는 왜 신뢰를 잃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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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보강 : 15일 오전 11시 13분]


내란특검(특별검사 조은석)은 "김건희 사법리스크가 (지난해 12월 3일 윤석열씨의) 비상계엄 선포 동기가 아니라고 할 수 없다"라고 밝혔다.

15일 오전 10시께 조은석 특별검사의 수사결과 발표 이후 박지영 특검보가 취재진과의 질의응답에 나섰다. 그는 "정권 출범부터 김건희 리스크가 있었다. 근데 내심의 의사를 확인할 수 없다. 다만 객관적 사실 관계에 비춰봤을 때 (윤석열이) '비상대권이 있으니 쓸어버릴 수 있다'라고 했다. 권력을 독점하면 모든 것이 해결될 수 있을 거라고 봤을 것 같다. 권력 독점을 통해 본인이 갖고 있는 모든 문제점, 리스크를 일거에 해결하려고 했던 것 아닌가"라고 말했다.

그는 "(조은석) 특별검사가 발표한 것처럼 비상계엄 동기와 목적은 권력의 독점과 유지다. 권력의 독점과 유지는 본인이 하고 싶은 대로 하고자 하는 마음에서 비롯된 것이다. 하고 싶은 대로 하는 마음에는 본인과 배우자 사법리스크 포함돼 있다고 본다"라고 설명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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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주대첩(龜州大捷)은 음력 1019년 2월, 고려를 침공한 10만의 거란군을 강감찬이 이끄는 고려군이 섬멸한 전투로, 살수대첩(고구려-수나라 전쟁), 한산도 대첩(임진왜란) 등과 더불어 한민족이 외세의 침입에 맞서 거둔 최대의 승리로 꼽힌다. 당대 동아시아 최강의 군사강국이었던 거란을 상대로, 고려는 어떻게 기적같은 대승을 이뤄낼수 있었을까.

12월 14일 방송된 KBS1 <역사스페셜>에서는 '세기의 전쟁 3부작'의 두번째 이야기인 '고려-거란 최후의 결전, 귀주대첩'편'이 그려졌다.


거란(契丹, 원음은 키타이 혹은 케세이)은 본래 동아시아 북방에서 오래전부터 거주하던 몽골계통의 유목민 집단에서 출발했다. 거란족은 계절에 따라 목초지를 찾아다니며 유목생활을 해야 했는데, 부족한 자원을 충당하기 위하여 '약탈'문화가 보편적인 생존의 수단으로 자리잡았다. 또한 거란인들은 어릴때부터 승마술과 궁술에 능했고, 말을 타고 사냥과 약탈을 일삼으며 자연스럽게 일상 생활 속에서 전쟁기술을 습득하는 '전투민족'이 됐다.

10세기에 접어들며 질랄부의 추장이었던 야율야보기(872-926,요 태조)가 분열되었던 거란의 8개 부족들을 하나로 통합하고 거란 최초의 황제가 된다. 거란은 926년 동아시아의 강국이던 발해를 멸망시켰고, 중원으로 진출하여 연운 16주를 확보하는 등, 거침없는 정복활동과 영토확장을 통하여 세력을 키웠다.

거란은 6대 황제 야율융서(요 성종)의 시대에 이르러 전성기를 맞이한다. 중원 왕조인 송나라와의 전쟁 끝에 1004년 '전연의 맹약'을 맺고, 거란이 송으로부터 매년 막대한 보상(세폐)를 받는 조건으로 평화조약을 수립한다. 이로서 거란은 당대 동아시아의 최강국으로 자리매김했다.

고려는 거란과는 건국 초기부터 적대 관계였다. 942년(고려 태조 25년)에는 태조 왕건이 거란에서 친선의 의미로 보내온 낙타 50마리를 만부교 아래에 매어놓아 모조리 굶겨죽이고 사신들을 섬으로 유배보낸 '만부교 사건'이 발생했다. 왕건의 강경한 조치는, 같은 민족인 발해를 멸망시킨 거란에 대한 경계심, 고려로 귀부한 발해 유민들의 여론, 고려의 최우방국 송나라가 거란과 적대하고 있다는 외교적 관계 등을 두루 염두에 둔 조치로 해석된다.

거란으로서는 동아시아의 패권을 장악하고 송나라와의 관계를 안정시키기 위해서는 후방에 있는 고려를 반드시 복속시켜야 할 필요가 있었다. 야율융서는 993년부터 세 차례에 걸쳐 고려를 잇달아 침공한다. 8세기 말에서 9세기 초까지 동아시아의 패권을 걸고 벌어진 고려-거란전쟁(여요전쟁 麗遼戰爭, 993년-1019년)'의 막이 오르는 순간이었다.

거란의 1차 침공 당시 고려는 서희가 주도한 외교담판을 통하여 오히려 강동 6주를 얻어내는 성과를 올렸다. 1010년 벌어진 2차 침공에서는 야율융서가 대군을 이끌고 직접 친정에 나서며 수도 개경이 함락되는 등, 한때 멸망 직전까지 갔을만큼 가장 큰 위기를 맞이했다. 다행히 국왕 현종이 지방으로 몽진(피난)하며 장기전이 되자 지친 거란군이 먼저 철수하고, 장군 양규가 퇴각하는 거란군에게 큰 타격을 입히면서 고려는 무사히 나라를 지킬 수 있었다.

하지만 거란은 포기하지 않고 음력 1018년 12월, 결국 세번째 침공을 시도한다. 당시의 거란군은 황제의 친위부대인 '피실군(皮室軍)으로 구성된 최정예부대였다. '피붙이'라는 이름에서 보듯이, 거란 황제가 가장 가까이서 믿을수 있는 최측근으로 구성된 부대가 투입되었다는 것은, 거란이 이번 고려 원정을 얼마나 중요하게 여겼는지 알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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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부터 적용된 2022 개정 교육과정에서 '성소수자', '성적 지향', '성평등', '섹슈얼리티' 등의 표현은 모두 삭제되었다. 한국의 학교에는 성소수자 학생이 분명히 존재하지만, 교실 어디에서도 이들을 '존재하는 학생'으로 호명하지 않는다. 그렇게 성소수자 학생은 있는 그대로의 모습으로는 존재할 수 없는, 보이지 않는 학생이 된다.

교육부 관계자는 "성소수자가 사회적 소수자의 구체적 예시로 들어갔을 때 발생할 청소년들의 정체성 혼란을 우려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이것은 단순히 몇 개의 단어가 빠진 문제가 아니라 국가가 학생에게 "너를 설명할 언어를 제공하지 않겠다"라고 말하는 것과 다르지 않다.

이러한 현실은 이번 학기 경희대학교 후마니타스칼리지 '세계와 시민' 수업에서 우리가 붙잡고 있던 질문과 맞닿아 있었다. 수업의 공통 주제는 '경계인'이었고 여러 소수 집단 가운데 우리는 특히 교실 안에서조차 자신의 존재를 숨겨야 하는 청소년 성소수자에 주목했다. 그래서 '청소년 성소수자 팀'을 꾸려 교실 속에서 지워진 청소년 성소수자의 현실이 실제로 어떠한지 당사자와 인권단체 활동가를 직접 만나 묻기로 했다. 이 글은 그 활동의 기록이자, 우리가 들은 목소리를 세상과 나누려는 시도이다.

"나를 다른 학생과 똑같이 생각해 줬으면 좋겠다"

인터뷰에 참여한 중학교 2학년 A씨는 자신을 "두 가지 이상의 정체성을 가진 바이젠더"라고 소개했다. A씨가 교사에게 커밍아웃을 결심한 이유는 단순했다.

"이건 병도 아니고, 숨겨야 할 것도 아닌데… 선생님이라면 알아줄 것 같아서요."

그러나 기대와 달리 교사는 대화를 다른 주제로 돌리며 거리를 두기 시작했다. A씨는 "그때부터 선생님이 저를 피하는 느낌이 들었다"고 말했다. 혼란이 깊어지자 A씨는 친구 관계나 진로 등 다양한 고민을 전문상담 교사와 함께 나눌 수 있는 'Wee클래스'를 찾았다. 하지만 상담은 정체성 문제와는 무관한 이야기로 흘렀고, "성소수자라는 개념 자체를 잘 모르는 것 같았다"며 답답함을 털어놓았다.

그럼에도 A씨의 바람은 단순하다.

"저를 다른 친구들과 똑같이 봐줬으면 좋겠어요. 제가 뭘 특별히 요구하는 게 아니라, 그냥 학생으로 대해달라는 거예요."

성소수자 관련 표현이 교육과정에서 삭제된 것에 대해서도 A씨는 분명히 말했다.

"말을 없앤다고 존재가 사라지는 게 아니잖아요. 우리를 설명할 말이라도 남겨줬으면 좋겠어요."

인권 단체 활동가가 말한 한국 사회의 모순

한국레즈비언상담소 활동가 B씨는 한국 사회의 인식 구조 자체가 문제라고 지적했다. 한국행정연구원이 매년 실시하는 '사회통합실태조사'를 바탕으로 한 국가지표체계 '소수자 포용성' 지표를 보면, 이 '거리감'이 더 분명하게 드러난다.

2024년 기준 장애인과 외국인 이민자 및 노동자, 북한이탈주민에 대한 포용성은 각각 96.3%, 92.5%, 86.6%에 이르지만, 성적 소수자와 전과자에 대한 포용성은 53.3%, 38.6%에 그친다. 2013년 이후 성적 소수자에 대한 포용성은 최근 몇 년 사이 40%대 초반에서 50%대 초반으로 조금씩 상승하고 있지만, 여전히 다른 집단에 비해 현저히 낮고 전과자와 함께 가장 낮은 수준의 포용도를 보이고 있다. 이는 성소수자가 여전히 '내 주변의 누군가'라기보다, 한국 사회에서 가장 받아들이기 어려운 집단 중 하나로 인식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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