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리 기사
울산 동구 '하청노동자 지원조례', 지방의회 우수사례 '대상' 수상

지난 2022년 지방선거에서 전국 유일의 진보구청장으로 당선된 진보당 김종훈 동구청장이 어려운 노동자를 돕는 정책을 추진하자 4000여 명의 주민이 서명운동을 통해 울산 동구의회에 하청노동자 지원조례를 제출했다.
조례는 '울산 동구지역 조선업 노동자들의 권익을 보호하고 증진하자'는 취지인데, 이 지역에서 수년 간 지속된 주력산업 조선업 불황으로 하청노동자들의 피해가 큰 점을 고려한 것이었다.
동구의회(국민의힘 4석, 민주당 2석 진보당 1석)에서 조례가 통과되기까지 다소의 갈등이 있었지만 결국 여야의 만장일치로 다음해인 2023년 3월 조례가 통과됐고 함께 동구가 추진한 노동복지기금과 맞물려 어려운 노동자들에게 도움이 되고 있다. (관련기사 : 울산 동구 '하청노동자 지원 조례' 구의회 통과 https://omn.kr/236s7)
결국 울산 동구의 하청노동자 지원조례가 지난 21일 행정안전부 주관으로 열린 전국지방의회 우수사례 경진대회에서 대상을 수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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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11.2025 영국 한인타운 '뉴몰든역'에 한글 간판 처음 걸렸다

영국 현지 시각 21일 유럽 최대 한인 밀집 지역인 뉴몰든(New Malden)역 앞에 한글로 적힌 '뉴몰든' 역명 표지판이 처음으로 걸렸다. 오랫동안 코리아타운으로 여겨진 뉴몰든에서 공공시설에 한글 간판이 설치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철도운영팀 매튜에반스 매니저는 "22일 김치의 날 행사를 앞두고 임시로 설치하는 것이긴 하지만, 지역 분위기에 기여하는 계기가 되고 영구적인 설치를 위한 논의가 이어지길 바란다"라고 밝혔다.
영국 한인타운인 뉴몰든의 거리에는 오래전부터 한글 간판들이 넘쳐났지만, 대부분 식당, 마트와 같은 사적 공간에 한정되어 있었다. 이날 걸린 한글 간판은 철도역이라는 공공 공간에 한글이 공식적으로 등장한 첫 순간이자, 지역의 정체성이 처음 공적 표식으로 인정받은 사례라 할 수 있다. 한글 역명 표기 시도로 지역 사회의 상징적 의미가 더욱 강화될 것으로 보인다.
한편, 뉴몰든이 속해있는 영국 킹스턴자치구는 유럽 국가 중 최초로 '김치의 날'을 지정한 바 있다.
23.11.2025 매미가 우는 건 당연한데 시끄럽다 민원... "자연 소리마저 배제"
정부가 '유해생물'로 지정한 야생동물의 권리와 생태적 가치를 재조명하는 토론이 22일 서울 이화여자대학교에서 열렸다. 환경 시민단체 생명다양성재단이 주최한 '제1회 유해생물 명예회복 포럼'에는 문화인류학자부터 생물학자, 사진작가까지 다양한 분야 전문가들이 모여 "유해생물이라는 이름표를 떼자"고 목소리를 높였다.
현행 '유해야생동물 지정제도'는 야생생물 보호 및 관리에 관한 법률 시행규칙에 따라 농·림·수산업 및 인간 생활에 피해를 준다고 판단된 동물을 '유해'로 규정하고 포획을 허용한다. 생명다양성재단에 따르면, 이 제도로 인해 2023년 기준 멧돼지 32만 마리, 고라니 22만 마리 등 연간 약 60만 마리의 야생동물이 사살되고 있다.
멧돼지의 농작물 피해, 고라니의 도로 침입, 비둘기의 배설물과 소음, 매미 울음소리에 대한 민원은 끊이지 않는다. 그러나 이날 포럼에 참석한 연사들은 유해동물 제도가 윤리적으로 문제일 뿐 아니라, 실제로 농민과 도시민의 불편 해결에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점을 구체적인 연구와 사례로 보여줬다. 동물을 죽이는 것이 아니라 인간이 만든 환경과 시스템을 바꿔야 한다는 것이 이들의 공통된 주장이었다.
"유해성은 동물의 본질이 아니라 관계의 산물"
최명애 연세대 문화인류학과 교수는 한국 사회가 특정 생물을 제거 대상으로 규정하고 조직적으로 박멸해 온 역사를 추적했다. 일제강점기 쥐잡기 사업부터 1950-1970년대 위생해충 대책, 1990년대 생태계교란종 박멸로 이어진 이러한 구조는 '특정 생물은 제거해야 한다'는 사고방식을 사회에 깊이 뿌리내리게 했다는 것이다. 최 교수는 "유해성은 종의 본질이 아니라 관계의 산물"이라며 "인간 중심의 판단으로 동물을 유해로 규정해 온 관행을 바꿔야 한다"고 강조했다.
양두용 강릉원주대 생물학과 교수는 멧돼지가 '생태 엔지니어'로서 숲에서 토양을 뒤집고 씨앗을 확산시키며 생물다양성을 유지하는 핵심 역할을 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멧돼지 개체수가 급감한 지역에서 풀과 작은 식물들의 종류가 줄어들고 특정 종만 우세해졌다"며 "대량 사살 정책이 생태계에 부정적 영향을 준다"고 지적했다.
특히 양 교수는 "농민들도 유해동물 제도의 수혜자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그는 "포획 허가를 받아야 하고, 포획 후에도 농작물 피해는 계속된다"며 "근본적인 해결책은 멧돼지를 죽이는 게 아니라 농경지 주변 환경을 관리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문선희 작가는 어느 날 고속도로에서 죽은 고라니를 보게 된 이야기로 발표를 시작했다. "차에 치여 죽은 고라니를 봤는데, 그 옆으로 차들이 쌩쌩 지나가더라"고 말한 그는 "그때 '이 동물의 얼굴을 제대로 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했다.
그는 이후 죽은 고라니들의 초상을 촬영하는 작업을 시작했다. 도로에서, 울타리에 걸려서, 민원으로 포획돼서 죽은 고라니들의 얼굴을 하나하나 기록했다. "고라니는 인간이 만든 도로, 울타리, 제도 속에서 살아가고 있다"며 "우리가 만든 인프라와 시스템이 고라니의 삶과 죽음을 결정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비둘기가 사람을 따르는 이유는 인간의 책임
조혜민 작가는 "비둘기가 자꾸 사람들에게 다가온다"는 민원이 많다는 점을 언급하며, 이것이 비둘기의 잘못이 아니라고 강조했다. 도시 비둘기는 원래 인간이 식용과 전서구용으로 사육하던 집비둘기의 후손이다. 즉, 인간과 함께 살도록 길들여진 동물이 도시에 버려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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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행 '유해야생동물 지정제도'는 야생생물 보호 및 관리에 관한 법률 시행규칙에 따라 농·림·수산업 및 인간 생활에 피해를 준다고 판단된 동물을 '유해'로 규정하고 포획을 허용한다. 생명다양성재단에 따르면, 이 제도로 인해 2023년 기준 멧돼지 32만 마리, 고라니 22만 마리 등 연간 약 60만 마리의 야생동물이 사살되고 있다.
멧돼지의 농작물 피해, 고라니의 도로 침입, 비둘기의 배설물과 소음, 매미 울음소리에 대한 민원은 끊이지 않는다. 그러나 이날 포럼에 참석한 연사들은 유해동물 제도가 윤리적으로 문제일 뿐 아니라, 실제로 농민과 도시민의 불편 해결에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점을 구체적인 연구와 사례로 보여줬다. 동물을 죽이는 것이 아니라 인간이 만든 환경과 시스템을 바꿔야 한다는 것이 이들의 공통된 주장이었다.
"유해성은 동물의 본질이 아니라 관계의 산물"

최명애 연세대 문화인류학과 교수는 한국 사회가 특정 생물을 제거 대상으로 규정하고 조직적으로 박멸해 온 역사를 추적했다. 일제강점기 쥐잡기 사업부터 1950-1970년대 위생해충 대책, 1990년대 생태계교란종 박멸로 이어진 이러한 구조는 '특정 생물은 제거해야 한다'는 사고방식을 사회에 깊이 뿌리내리게 했다는 것이다. 최 교수는 "유해성은 종의 본질이 아니라 관계의 산물"이라며 "인간 중심의 판단으로 동물을 유해로 규정해 온 관행을 바꿔야 한다"고 강조했다.

양두용 강릉원주대 생물학과 교수는 멧돼지가 '생태 엔지니어'로서 숲에서 토양을 뒤집고 씨앗을 확산시키며 생물다양성을 유지하는 핵심 역할을 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멧돼지 개체수가 급감한 지역에서 풀과 작은 식물들의 종류가 줄어들고 특정 종만 우세해졌다"며 "대량 사살 정책이 생태계에 부정적 영향을 준다"고 지적했다.
특히 양 교수는 "농민들도 유해동물 제도의 수혜자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그는 "포획 허가를 받아야 하고, 포획 후에도 농작물 피해는 계속된다"며 "근본적인 해결책은 멧돼지를 죽이는 게 아니라 농경지 주변 환경을 관리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문선희 작가는 어느 날 고속도로에서 죽은 고라니를 보게 된 이야기로 발표를 시작했다. "차에 치여 죽은 고라니를 봤는데, 그 옆으로 차들이 쌩쌩 지나가더라"고 말한 그는 "그때 '이 동물의 얼굴을 제대로 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했다.
그는 이후 죽은 고라니들의 초상을 촬영하는 작업을 시작했다. 도로에서, 울타리에 걸려서, 민원으로 포획돼서 죽은 고라니들의 얼굴을 하나하나 기록했다. "고라니는 인간이 만든 도로, 울타리, 제도 속에서 살아가고 있다"며 "우리가 만든 인프라와 시스템이 고라니의 삶과 죽음을 결정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비둘기가 사람을 따르는 이유는 인간의 책임

조혜민 작가는 "비둘기가 자꾸 사람들에게 다가온다"는 민원이 많다는 점을 언급하며, 이것이 비둘기의 잘못이 아니라고 강조했다. 도시 비둘기는 원래 인간이 식용과 전서구용으로 사육하던 집비둘기의 후손이다. 즉, 인간과 함께 살도록 길들여진 동물이 도시에 버려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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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11.2025 "계엄 사과하자" 당내 요구에도 국힘 지도부 "사죄할 건 이재명"

지난해 윤석열 당시 대통령의 12.3 비상계엄 1년이 10일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국민의힘 내부에서도 '비상계엄 사과' 요구가 나왔지만 장동혁 대표를 비롯한 당 지도부는 계속해 '강경 대응'을 택하고 있다. 23일 오후 장 대표는 경남 창원 성산구에서 연 '민생회복 법치수호 국민대회'에서 "벌을 받을 사람은 이재명, 국민들께 사죄해야 할 사람도 이재명"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제 이재명을 향해서 국민들께서 '레드카드'를 들 때가 됐다. 반시장, 반인권, 반법치 반칙을 일삼는 이재명에게 국민들이 퇴장을 명할 때가 됐다"는 주장이다. 장 대표의 부르짖음에 현장에 온 지지자들은 "맞습니다", "국민저항으로 맞서자"라고 외치며 화답했다. 이날 현장에선 연사들의 발언 사이사이 "윤석열 대통령", "윤(석열) 어게인!" 등 여전히 '계엄 옹호' 발언들도 자주 들렸다.
국민의힘은 전날인 22일 부산·울산 국민대회를 시작으로, 내달 2일까지 전국을 돌며 대여 투쟁을 벌인다(25일 경북 구미→26일 충남 천안→28일 대구→29일 대전·충북 청주→30일 강원 원주→12월 1일 인천→2일 경기 용인). 열쇳말은 '이재명 정권을 향한 민생 레드카드'로, 23일 대회 현장에도 '민생파괴 정권을 향한 레드스피커 온에어'란 배경 현수막이 붙어 있었다. 현장 참가자들은 600명 내외로 보였다(관련 기사: 지지율 20%대 국힘, 외연확장 대신 전국 순회 '장외 집회' https://omn.kr/2g4ld).
"계엄 1년, 반성해야" 당내 쓴소리 있었지만... 장동혁 "이재명 내려올 때까지 싸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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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11.2025 울산 동구 '하청노동자 지원조례', 지방의회 우수사례 '대상' 수상

지난 2022년 지방선거에서 전국 유일의 진보구청장으로 당선된 진보당 김종훈 동구청장이 어려운 노동자를 돕는 정책을 추진하자 4000여 명의 주민이 서명운동을 통해 울산 동구의회에 하청노동자 지원조례를 제출했다.
조례는 '울산 동구지역 조선업 노동자들의 권익을 보호하고 증진하자'는 취지인데, 이 지역에서 수년 간 지속된 주력산업 조선업 불황으로 하청노동자들의 피해가 큰 점을 고려한 것이었다.
동구의회(국민의힘 4석, 민주당 2석 진보당 1석)에서 조례가 통과되기까지 다소의 갈등이 있었지만 결국 여야의 만장일치로 다음해인 2023년 3월 조례가 통과됐고 함께 동구가 추진한 노동복지기금과 맞물려 어려운 노동자들에게 도움이 되고 있다. (관련기사 : 울산 동구 '하청노동자 지원 조례' 구의회 통과 https://omn.kr/236s7)
결국 울산 동구의 하청노동자 지원조례가 지난 21일 행정안전부 주관으로 열린 전국지방의회 우수사례 경진대회에서 대상을 수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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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11.2025 [오마이포토] 조국혁신당 새 대표로 선출된 조국

조국 조국혁신당 신임 당대표가 23일 청주 오스코에서 열린 전당대회에서 신장식, 정춘생 신임 최고위원과 함께 인사하고 있다.
23.11.2025 비가 오지 않는데도 우산 쓰는 독특한 남자의 고백법
<더 퍼스트 슬램덩크>부터 <귀멸의 칼날>까지 여전한 애니메이션 인기에 이젠 실사 영하도 만만찮은 팬층이 생겼다. 특히 한국영화에서 보기 드물게 된 멜로/로맨스나 청춘 학원물은 수요를 잠식하며 차근차근 세력을 넓히는 참이다. 만화의 현실화 같은 과장된 표정이나 우발적 전개, 약간 남은 정서적 거부감도 점점 희석되어간다. 호시탐탐 현해탄 건너 점점 더 다양한 영화가 몰려온다.
제목 참 무지하게 긴 <오늘 하늘이 가장 좋아,라고 아직 말할 수 없는 나는> (이하 '오늘하늘')도 그중 하나다. 영화 애호층에서 주목하는, 현재 일본 20대 여자배우 중 연기력과 실적에서 정상급인 카와이 유미 주연의 그저 청춘 로맨스라기엔 복잡한 지층을 가진 영화의 매력을 한번 살펴보자.
봄날의 교정에서 만난 천생연분, 그러나...
봄날의 대학 캠퍼스는 요란법석 젊음의 열기로 가득하다. 그런 교정을 한 남학생이 양산을 받친 채 등교 중이다. 모종의 이유로 오랜만에 돌아온 '토오루'다. 문학도인 그는 그 어느 것에도 흥미가 없는 무미건조한 일상을 반복한다. 친구라 할 관계도 거의 없다. 사뭇 상반된 분위기의 쾌활한 괴짜 '야마네'다. 둘은 함께 출석 처리만 한 채 강의실을 빠져나와 하릴없이 산책하는 게 즐거움이다.
그렇다고 토오루가 성격이 삐뚤어졌거나 고립형 외톨이는 아니다. 그는 학업에 마음을 잡진 못해도 성실하게 아르바이트 현장에 나간다. 목욕탕에는 단짝 동료 '낫짱'이 기다리고 있나. 낫짱은 음악 동아리 활동에 열심인 또래 여학생이다. 그렇게 토오루는 학교와 자취방, 아르바이트를 왕복하며 일상을 이어간다. 도무지 비집고 들어갈 틈새가 없다.
하지만 학창 시절이란 게 아무 변화가 없을 것 같이 반복되다가도 갑자기 싹 바뀌게 마련 아닌가. 어느 날, 그는 자신 못지않게 독특한 분위기로 가득한 여학생 '사쿠라다'와 마주친다. 첫 만남부터 시작된 끌림은 자신도 모르게 점점 고양되고, 우연한 마주침은 계속된다. 그 과정에서 서로에게 공통점도 많고 잘 통한다는 사실이 확인된다. 처음 접하는 이상한 감정은 점점 부풀기만 한다.
사쿠라다와 만나기 전에는 매사에 모나진 않지만, 딱히 무언가를 진지하게 고민하거나 열정적으로 임하는 모습이 보이지 않던 토오루는 혼자 학생식당에서 메밀국수를 후루룩 먹으면서도 당당한 그녀에게 매력을 느낀다. 자신과 다른 듯하면서도 공유점이 많은 게 신기할 정도다. 무심코 흘러나온 "매일 즐겁다고 생각하고 싶어. 오늘의 하늘이 가장 좋아라고 생각하고 싶어"란 말에서 기시감은 절정에 달한다. 얼마 전 돌아가신 토오루의 할머니가 늘 해주던 말은 어릴 적 세상을 떠난 사쿠라다의 아빠 입버릇이다. 토오루는 운명의 상대라 믿고 고백을 준비한다. 하지만 꿈에도 상상하지 못한 일이 벌어진다.
섬세한 사랑의 끌림과 고통
청춘의 사랑은 겉으론 그저 풋풋할 뿐이지만, 당사자로선 매 순간이 격렬한 전쟁터와 같다. 감정은 하루에도 수십 번 바뀌고, 상대의 속마음은 물론, 자신의 본심도 헷갈리기 일쑤다. 왜 '사랑의 열병'이란 관용구가 널리 통용되는지 겪어보지 않으면 체감하기란 불가능하다. <오ᅟᅳᆯ하늘>은 그런 복잡미묘한 감각을 그림 같은 캠퍼스 일대를 배경으로 한없이 섬세하게 그린다.
청춘 로맨스 잘 만들기로 정평이 난 일본영화 중에도 글로는 설명하기 힘든 감각이 이 영화에는 넘실거린다. 그게 뭐 특별한가 싶지만, 보는 이의 감정선을 쥐락펴락하며 대체 이들의 관계는 어떻게 끝날까 궁금한 나머지 잡힐 듯 잡힐 듯 도무지 속 시원하게 해소되지 않고 점점 미궁 속으로 빠지는 이야기 전개에 투덜대면서도 끌려가고 만다. 알면서도 당하는 맛이 제일 무서운 법. 그런데 결말도 그저 뻔하지 않다. 은근히 파격적인 마무리다.
영화는 몇 번의 변곡점을 표시하며 앞으로 전진한다. 첫 시작은 "이른 여름비"다. 친구랄 게 없이 반복되는 일상을 보내며 학교생활을 무색무취하게 보내는 토오루는 특이하게도 늘 우산을 휴대한다. 비가 오지 않는데도 그는 우산을 써 시야를 가린다. 사람들 눈에 띄지 않고자 마치 '방패'처럼 그것을 활용하는 것. 즉 할머니의 유품인 우산은 그에겐 일종의 무기인 셈이다. 역시 비슷한 동기로 과감히 선택한 사쿠라다의 "당고(경단)머리"는 목적은 같지만 좀 더 공세적이다. 마치 '창'의 기능이랄까? 당당하지만 실은 함부로 접근하지 못하는 또다른 방패 역할이다.
그렇게 둘은 서로를 간파하고 첫눈에 그는 그녀에게 반하고 만다. 다음 단계는 "무지개"다. 여름비 속에서 둘만의 만남은 서로 쓴 우산 덕분에 온전히 둘만의 작은 세계를 형성한다. 그들은 대학가 안팎의 숨은 아지트를 발굴하고, 소박한 데이트를 즐긴다. 문득 둘의 시선은 비가 그친 후 생성된 무지개로 향한다. 저 끝에는 뭐가 있을까? 토오루에겐 온통 장밋빛 미래가 보이는 기분일 테다. 이제 실존하는지 의심되는 친구 야마네의 고향에 있다는 여자친구와 더블데이트도 머지않았다. 하지만 그 순간, "천둥소리"처럼 거대한 충격이 그를 엄습한다.
이제 조금 색다른 20대 초반의 벅찬 사랑과 이를 시샘하는 시련의 과정으로만 보였던 멜로는 아픔과 공감, 후회와 재기의 인생사로 나아간다. 외우거나 기억하기 참 곤란한 길이의 제목은 영화가 끝날 때쯤 아련하게 머릿속을 맴돌며 어떻게든 잊지 않고픈 한 줄 메모처럼 관객에게 다가올 테다. 삶의 기회와 가능성이 가장 눈부시고 찬란할 때 언젠가 깃들 슬픔과 고통을 상기하게 만들고, 이를 통해 인간으로서 성숙하고 책임지는 자세를 고민하는 격동이 그들에게 깃든다. 그걸 오롯이 지켜볼 특권이 관객에게 부여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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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참 무지하게 긴 <오늘 하늘이 가장 좋아,라고 아직 말할 수 없는 나는> (이하 '오늘하늘')도 그중 하나다. 영화 애호층에서 주목하는, 현재 일본 20대 여자배우 중 연기력과 실적에서 정상급인 카와이 유미 주연의 그저 청춘 로맨스라기엔 복잡한 지층을 가진 영화의 매력을 한번 살펴보자.
봄날의 교정에서 만난 천생연분, 그러나...

봄날의 대학 캠퍼스는 요란법석 젊음의 열기로 가득하다. 그런 교정을 한 남학생이 양산을 받친 채 등교 중이다. 모종의 이유로 오랜만에 돌아온 '토오루'다. 문학도인 그는 그 어느 것에도 흥미가 없는 무미건조한 일상을 반복한다. 친구라 할 관계도 거의 없다. 사뭇 상반된 분위기의 쾌활한 괴짜 '야마네'다. 둘은 함께 출석 처리만 한 채 강의실을 빠져나와 하릴없이 산책하는 게 즐거움이다.
그렇다고 토오루가 성격이 삐뚤어졌거나 고립형 외톨이는 아니다. 그는 학업에 마음을 잡진 못해도 성실하게 아르바이트 현장에 나간다. 목욕탕에는 단짝 동료 '낫짱'이 기다리고 있나. 낫짱은 음악 동아리 활동에 열심인 또래 여학생이다. 그렇게 토오루는 학교와 자취방, 아르바이트를 왕복하며 일상을 이어간다. 도무지 비집고 들어갈 틈새가 없다.
하지만 학창 시절이란 게 아무 변화가 없을 것 같이 반복되다가도 갑자기 싹 바뀌게 마련 아닌가. 어느 날, 그는 자신 못지않게 독특한 분위기로 가득한 여학생 '사쿠라다'와 마주친다. 첫 만남부터 시작된 끌림은 자신도 모르게 점점 고양되고, 우연한 마주침은 계속된다. 그 과정에서 서로에게 공통점도 많고 잘 통한다는 사실이 확인된다. 처음 접하는 이상한 감정은 점점 부풀기만 한다.
사쿠라다와 만나기 전에는 매사에 모나진 않지만, 딱히 무언가를 진지하게 고민하거나 열정적으로 임하는 모습이 보이지 않던 토오루는 혼자 학생식당에서 메밀국수를 후루룩 먹으면서도 당당한 그녀에게 매력을 느낀다. 자신과 다른 듯하면서도 공유점이 많은 게 신기할 정도다. 무심코 흘러나온 "매일 즐겁다고 생각하고 싶어. 오늘의 하늘이 가장 좋아라고 생각하고 싶어"란 말에서 기시감은 절정에 달한다. 얼마 전 돌아가신 토오루의 할머니가 늘 해주던 말은 어릴 적 세상을 떠난 사쿠라다의 아빠 입버릇이다. 토오루는 운명의 상대라 믿고 고백을 준비한다. 하지만 꿈에도 상상하지 못한 일이 벌어진다.
섬세한 사랑의 끌림과 고통

청춘의 사랑은 겉으론 그저 풋풋할 뿐이지만, 당사자로선 매 순간이 격렬한 전쟁터와 같다. 감정은 하루에도 수십 번 바뀌고, 상대의 속마음은 물론, 자신의 본심도 헷갈리기 일쑤다. 왜 '사랑의 열병'이란 관용구가 널리 통용되는지 겪어보지 않으면 체감하기란 불가능하다. <오ᅟᅳᆯ하늘>은 그런 복잡미묘한 감각을 그림 같은 캠퍼스 일대를 배경으로 한없이 섬세하게 그린다.
청춘 로맨스 잘 만들기로 정평이 난 일본영화 중에도 글로는 설명하기 힘든 감각이 이 영화에는 넘실거린다. 그게 뭐 특별한가 싶지만, 보는 이의 감정선을 쥐락펴락하며 대체 이들의 관계는 어떻게 끝날까 궁금한 나머지 잡힐 듯 잡힐 듯 도무지 속 시원하게 해소되지 않고 점점 미궁 속으로 빠지는 이야기 전개에 투덜대면서도 끌려가고 만다. 알면서도 당하는 맛이 제일 무서운 법. 그런데 결말도 그저 뻔하지 않다. 은근히 파격적인 마무리다.
영화는 몇 번의 변곡점을 표시하며 앞으로 전진한다. 첫 시작은 "이른 여름비"다. 친구랄 게 없이 반복되는 일상을 보내며 학교생활을 무색무취하게 보내는 토오루는 특이하게도 늘 우산을 휴대한다. 비가 오지 않는데도 그는 우산을 써 시야를 가린다. 사람들 눈에 띄지 않고자 마치 '방패'처럼 그것을 활용하는 것. 즉 할머니의 유품인 우산은 그에겐 일종의 무기인 셈이다. 역시 비슷한 동기로 과감히 선택한 사쿠라다의 "당고(경단)머리"는 목적은 같지만 좀 더 공세적이다. 마치 '창'의 기능이랄까? 당당하지만 실은 함부로 접근하지 못하는 또다른 방패 역할이다.
그렇게 둘은 서로를 간파하고 첫눈에 그는 그녀에게 반하고 만다. 다음 단계는 "무지개"다. 여름비 속에서 둘만의 만남은 서로 쓴 우산 덕분에 온전히 둘만의 작은 세계를 형성한다. 그들은 대학가 안팎의 숨은 아지트를 발굴하고, 소박한 데이트를 즐긴다. 문득 둘의 시선은 비가 그친 후 생성된 무지개로 향한다. 저 끝에는 뭐가 있을까? 토오루에겐 온통 장밋빛 미래가 보이는 기분일 테다. 이제 실존하는지 의심되는 친구 야마네의 고향에 있다는 여자친구와 더블데이트도 머지않았다. 하지만 그 순간, "천둥소리"처럼 거대한 충격이 그를 엄습한다.
이제 조금 색다른 20대 초반의 벅찬 사랑과 이를 시샘하는 시련의 과정으로만 보였던 멜로는 아픔과 공감, 후회와 재기의 인생사로 나아간다. 외우거나 기억하기 참 곤란한 길이의 제목은 영화가 끝날 때쯤 아련하게 머릿속을 맴돌며 어떻게든 잊지 않고픈 한 줄 메모처럼 관객에게 다가올 테다. 삶의 기회와 가능성이 가장 눈부시고 찬란할 때 언젠가 깃들 슬픔과 고통을 상기하게 만들고, 이를 통해 인간으로서 성숙하고 책임지는 자세를 고민하는 격동이 그들에게 깃든다. 그걸 오롯이 지켜볼 특권이 관객에게 부여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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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11.2025 충남 서산에 굴포운하가 있음을 시로 알린 오영미 시인

오영미 시인이 열한 번째 시집 '굴포운하'(시아현대시선 030, 시아북)를 출간했다.
오 시인은 그리스 발칸반도를 여행하면서 어렴풋이 알고 있던 서산 지역의 '굴포운하'에 대한 생각이 떠나지 않았다고 한다. 세계에서 가장 먼저 고민하고 시도했던 운하의 역사가 자신이 살고 있는 서산이 원조였다고 생각하니 설레고 떨림이 있었다는 것.
굴포운하는 충남 태안군 태안읍 인평리와 서산시 팔봉면 어송리 사이의 7km에 달하는 운하 유적을 말한다.
7km 중 4km만 뚫고, 나머지 3km는 미완의 상태로 시간이 흐르고 있는 것에 안타까움이 컸던 오 시인은 서산 시민뿐만 아니라 충남, 전국, 세계에 이 사실을 알리고 싶어 시집을 계획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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