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리 기사
실수하고 싸우느라 지친 사람 이리 오세요, 안아드려요
우연히 보았던 한승무 작가의 <MISTAKE(미스테이크)>가 기억에 남았다. 그림에는 실수를 저지른 아이의 복잡한 감정이 담겨 있었다. 캔버스로 옮겨진 감정이 내 안에 남아 작가의 다음 전시를 기다리던 터였는데 '하우스 갤러리 2303'에서 한승무 작가의 전시가 오는 17일까지 열린다는 소식을 들었다.
'하우스 갤러리 2303'은 <그림의 종착지는 집입니다>(구름의 시간, 2025)라는 책을 통해 알게 된 공간인데, 책의 저자이자 하갤 대표 강언덕씨는 거주하는 아파트를 실제 갤러리로 운영한다. 고유한 이야기를 지닌 작가를 발굴해 그들의 그림을 사람들에게 소개하고, '작품의 집'을 찾아주는 것이다.
어두울수록 반짝이는 삶의 조각들
시각디자인을 전공한 한승무 작가는 호주 멀럼빔비에서 두 형제를 키우며 그림과 사진, 영상 등 다양한 작업을 한다. 아내 임효영 또한 그림책 작가로 활동 중이다. 아내에게 작업할 시간을 마련해주기 위해 아이들이 어릴 적엔 한승무 작가가 육아를 적극적으로 맡아 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형제가 뛰노는 곁을 지켰던 한승무 작가는 아이들을 찍은 사진을 모아 사진집 <숲과 바다, 형제 사진>(키치가치, 2021)을 냈다. 그림에도 아이가 등장한다.
전시장에 들어서자 이번 전시를 위해 작가가 새롭게 준비한 'HUG(허그)' 시리즈가 눈에 들어왔다. 'MISTAKE(미스테이크)'에 비해 작품 규모도 크고 색이 화려해 단번에 시선을 잡아끌었다. 그런데도 걸음을 멈춰 오래 들여다본 건 'MISTAKE(미스테이크)' 시리즈였다.
손바닥만 한 캔버스(10*10*4cm)에 물컵을 엎지른 아이를 그린 'MISTAKE(미스테이크)'. 쓰러진 컵과 테이블 위로 번진 물, 아이의 커다란 눈과 앙다문 입, 그리고 꽉 쥔 주먹. 아이의 표정에서 당혹스러움과 낭패감, 분하고 답답한 심경까지, 순간에 이는 감정의 역동이 전해졌다.
그림 앞에서 아이의 심정을 헤아리는 동안 실수해버려 당혹스러웠던 감정이 내 안에서 되살아났다. 그러자 그림 속 아이의 얼굴 위로 내 얼굴이 겹쳐 보였다. 꾸중이나 책망을 듣고 자책하고 억울하면서도 두렵고 막막해 한없이 작아졌던 순간. 사라진 줄 알았던 감정의 자국이 내면의 작은 캔버스에서 잠자고 있음을 이 그림이 일깨워주었다.
작가는 물컵을 엎지르고 꾸중을 듣던 아이의 얼굴에서 평소와 다른 표정을 보았고 그걸 기억하고 싶어 그림으로 옮겼다고 한다. 어린 아이에게서 '자아'라는 싹이 움텄음을 알아챘던 찰나, 품 안의 아이가 어떤 선을 넘어서던 순간을 작가는 섬세하게 포착했다.
그 마음이 캔버스를 가득 채웠다. 작가는 캔버스의 앞면뿐만 아니라 옆면에까지 아이를 둘러싼 세계의 세부 사항을 그려 넣었다. 큐브와 장난감 자동차, 화분과 야구 방망이, 그리고 책. 시리즈가 지속되면서 아이의 세계는 바뀐다. 어딘가로 나아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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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우스 갤러리 2303'은 <그림의 종착지는 집입니다>(구름의 시간, 2025)라는 책을 통해 알게 된 공간인데, 책의 저자이자 하갤 대표 강언덕씨는 거주하는 아파트를 실제 갤러리로 운영한다. 고유한 이야기를 지닌 작가를 발굴해 그들의 그림을 사람들에게 소개하고, '작품의 집'을 찾아주는 것이다.
어두울수록 반짝이는 삶의 조각들

시각디자인을 전공한 한승무 작가는 호주 멀럼빔비에서 두 형제를 키우며 그림과 사진, 영상 등 다양한 작업을 한다. 아내 임효영 또한 그림책 작가로 활동 중이다. 아내에게 작업할 시간을 마련해주기 위해 아이들이 어릴 적엔 한승무 작가가 육아를 적극적으로 맡아 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형제가 뛰노는 곁을 지켰던 한승무 작가는 아이들을 찍은 사진을 모아 사진집 <숲과 바다, 형제 사진>(키치가치, 2021)을 냈다. 그림에도 아이가 등장한다.
전시장에 들어서자 이번 전시를 위해 작가가 새롭게 준비한 'HUG(허그)' 시리즈가 눈에 들어왔다. 'MISTAKE(미스테이크)'에 비해 작품 규모도 크고 색이 화려해 단번에 시선을 잡아끌었다. 그런데도 걸음을 멈춰 오래 들여다본 건 'MISTAKE(미스테이크)' 시리즈였다.
손바닥만 한 캔버스(10*10*4cm)에 물컵을 엎지른 아이를 그린 'MISTAKE(미스테이크)'. 쓰러진 컵과 테이블 위로 번진 물, 아이의 커다란 눈과 앙다문 입, 그리고 꽉 쥔 주먹. 아이의 표정에서 당혹스러움과 낭패감, 분하고 답답한 심경까지, 순간에 이는 감정의 역동이 전해졌다.
그림 앞에서 아이의 심정을 헤아리는 동안 실수해버려 당혹스러웠던 감정이 내 안에서 되살아났다. 그러자 그림 속 아이의 얼굴 위로 내 얼굴이 겹쳐 보였다. 꾸중이나 책망을 듣고 자책하고 억울하면서도 두렵고 막막해 한없이 작아졌던 순간. 사라진 줄 알았던 감정의 자국이 내면의 작은 캔버스에서 잠자고 있음을 이 그림이 일깨워주었다.
작가는 물컵을 엎지르고 꾸중을 듣던 아이의 얼굴에서 평소와 다른 표정을 보았고 그걸 기억하고 싶어 그림으로 옮겼다고 한다. 어린 아이에게서 '자아'라는 싹이 움텄음을 알아챘던 찰나, 품 안의 아이가 어떤 선을 넘어서던 순간을 작가는 섬세하게 포착했다.
그 마음이 캔버스를 가득 채웠다. 작가는 캔버스의 앞면뿐만 아니라 옆면에까지 아이를 둘러싼 세계의 세부 사항을 그려 넣었다. 큐브와 장난감 자동차, 화분과 야구 방망이, 그리고 책. 시리즈가 지속되면서 아이의 세계는 바뀐다. 어딘가로 나아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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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12.2025 보너스 받는 중학생, 8년간 해온 습관의 효과
12월이다. 회사에서는 한해를 돌아보는 송년회가 잦고, 학교에서는 학사 일정을 마무리하는 분위기다. 음식점은 연말 판촉을 계획하고, 학원들은 방학맞이 학생 유치에 분주하다. 우리 가정도 올 12월에는 1년을 돌아보고, '가정 송년회'를 할 계획이다. 부모로서 육아 중간 점검을 하고 가족 간 화합도 다져야겠다.
'일 년 동안 아이들과 잘 지냈는가?'
'부모로서 아이들을 잘 키우고 있는가?'
고3 수능이 끝나고 대입 결과가 발표 나면, 방송에 꼭 출연하는 분들이 있다. 수능 만점자 부모나 명문대에 합격 시킨 방송인 부모가 그들이다. 부모의 교육 철학과 가정 교육 방법을 들여다보며 후배 부모들은 내 아이를 더 잘 키워보고자 다짐한다. 누구보다 많은 노력을 했을 아이 뒤에 부모의 든든한 지지와 격려가 있었음을 알게 되면 박수가 절로 난다. 결과가 과정을 빛나 보이게 한 것인지, 과정이 훌륭해 결과가 당연한 것인지는 알쏭달쏭하지만, 배울 점이 많아 보기 좋았다.
대입 결과가 TV에 나와서 자랑할 정도는 아니어도 멋진 부모와 아이는 많다. 그들의 인터뷰를 듣고 싶다. 하지만, 그런 인터뷰는 접하기 쉽지 않다. 그래도 요즘은 개인 유튜브 방송을 통해 육아의 아쉬웠던 점, 잘못된 점을 솔직히 인정하고 후배 부모들을 위해 조언을 아끼지 않는 분들도 많다. 아이마다 육아법이 다르고 부모가 처한 상황과 환경이 다르기에 다양한 사례를 접하면 많은 도움이 된다. 명문대 합격한 아이만이 아닌 보통 아이의 반짝임, 그 자체로 인정받는 세상을 자주 보고 싶다.
현재 중고등학생을 키우는 부모로 후배 부모에게 권하고 싶은 게 있다. 초등학생을 키우는 아이에게 습관이 된다면 아이의 자존감 형성에 좋을 것 같아서다. 필자의 아이도 꾸준히 실천했더니 긍정적인 면이 많아 추천하는 습관들이다.
[습관 ①] 가족 신발 정리
중학생 아이가 7살 때부터 해온 습관이니 8년 차다. 아이는 잠들기 전에 가족들 신발을 가지런히 정리해 두고 잔다. 이제는 잠자기 전, 이 닦지 않은 것처럼 찝찝하다며 건너뛰는 법이 없다. 아이의 이 습관으로 우리 가족은 매일 아침 흐뭇한 마음으로 출근하고 등교한다.
[습관 ②] 농작물 키우기
씨앗 모으기를 좋아하는 아이는 봄이면 베란다 화분에 각종 씨를 뿌린다. 올해는 비트, 팥, 완두콩, 감자 등을 심었고, 지극 정성으로 길러냈다. 해가 잘 드는 곳에 화분을 옮겨주고, 미리 받아둔 미지근한 물을 챙겨주고, 해충까지 몰아내며 정성을 기울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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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 년 동안 아이들과 잘 지냈는가?'
'부모로서 아이들을 잘 키우고 있는가?'
고3 수능이 끝나고 대입 결과가 발표 나면, 방송에 꼭 출연하는 분들이 있다. 수능 만점자 부모나 명문대에 합격 시킨 방송인 부모가 그들이다. 부모의 교육 철학과 가정 교육 방법을 들여다보며 후배 부모들은 내 아이를 더 잘 키워보고자 다짐한다. 누구보다 많은 노력을 했을 아이 뒤에 부모의 든든한 지지와 격려가 있었음을 알게 되면 박수가 절로 난다. 결과가 과정을 빛나 보이게 한 것인지, 과정이 훌륭해 결과가 당연한 것인지는 알쏭달쏭하지만, 배울 점이 많아 보기 좋았다.
대입 결과가 TV에 나와서 자랑할 정도는 아니어도 멋진 부모와 아이는 많다. 그들의 인터뷰를 듣고 싶다. 하지만, 그런 인터뷰는 접하기 쉽지 않다. 그래도 요즘은 개인 유튜브 방송을 통해 육아의 아쉬웠던 점, 잘못된 점을 솔직히 인정하고 후배 부모들을 위해 조언을 아끼지 않는 분들도 많다. 아이마다 육아법이 다르고 부모가 처한 상황과 환경이 다르기에 다양한 사례를 접하면 많은 도움이 된다. 명문대 합격한 아이만이 아닌 보통 아이의 반짝임, 그 자체로 인정받는 세상을 자주 보고 싶다.
현재 중고등학생을 키우는 부모로 후배 부모에게 권하고 싶은 게 있다. 초등학생을 키우는 아이에게 습관이 된다면 아이의 자존감 형성에 좋을 것 같아서다. 필자의 아이도 꾸준히 실천했더니 긍정적인 면이 많아 추천하는 습관들이다.
[습관 ①] 가족 신발 정리
중학생 아이가 7살 때부터 해온 습관이니 8년 차다. 아이는 잠들기 전에 가족들 신발을 가지런히 정리해 두고 잔다. 이제는 잠자기 전, 이 닦지 않은 것처럼 찝찝하다며 건너뛰는 법이 없다. 아이의 이 습관으로 우리 가족은 매일 아침 흐뭇한 마음으로 출근하고 등교한다.

[습관 ②] 농작물 키우기
씨앗 모으기를 좋아하는 아이는 봄이면 베란다 화분에 각종 씨를 뿌린다. 올해는 비트, 팥, 완두콩, 감자 등을 심었고, 지극 정성으로 길러냈다. 해가 잘 드는 곳에 화분을 옮겨주고, 미리 받아둔 미지근한 물을 챙겨주고, 해충까지 몰아내며 정성을 기울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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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12.2025 어른인 내게 필요했던 지혜, 열두 살 어린이책에서 찾았다

사람들 앞에서 말한다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자기소개를 하려 하면 갑자기 목이 타고, 막상 입을 떼려는 순간 머릿속이 텅 비어버리기 일쑤다. 이는 말을 잘하고 못하고의 문제가 아니라 '내 이야기를 어떻게 꺼내야 하지?', '지금 무슨 말을 해야 하지?' 하는 막막함 때문이다.
그래서 말을 잘할 것 같은 동료나 베테랑 선배도 공식적인 자리에서는 잠시 멈칫하고, 연말·연초처럼 행사와 모임이 잦은 시기에는 이런 순간이 더 자주 찾아온다. 불쑥 건네지는 "자,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간단히 소개해주시죠"라는 말은 언제 들어도 낯설다.
그러다 박성우 시인이 쓴 <열두 살 자기소개>를 만났다. 어린이를 위한 책이지만, 정작 이 책을 읽고 자기소개에 얽힌 매듭이 풀린 것은 어른인 나 자신이었다. 책을 읽으며 '나는 왜 여태껏 어렵게만 생각했을까' 싶은 깨달음을 얻었다.
박성우 시인은 책에서 "자기소개는 나를 증명하는 일이 아니라 세상과 연결하는 일"이라고 말한다. 그 말이 오래도록 머릿속에서 맴돌았다. 그는 "일기장 구석의 짧은 문장, 친구에게 건넨 농담 한 마디, 인상 깊었던 책의 한 구절 등 일상의 언어 조각들이야말로 자기소개를 이루는 진짜 재료"라고 강조한다.
또한 그는 솔직함의 무게를 고민하고, 어디까지 말할 수 있을지, 스스로에게 허락하는 일이 왜 중요한지도 설명한다. 아이들의 고민을 다루는 책이지만, 그 속에는 어른들이 미처 돌아보지 못한 불안과 바람, 그리고 자기 자신에게 건네야 할 작은 용서까지 담겨 있었다.
그래서 다시 묻게 된다. '그동안 나는 어떤 단어와 문장, 어떤 마음가짐으로 나를 소개해왔을까?' 박성우 시인의 말처럼, 자기소개가 누군가에게 잘 보이기 위한 형식이 아니라 '지금 이 순간의 나'를 자연스럽게 건네는 일이라는 것을 알았다면, 좀 더 편한 마음으로 자신을 소개할 용기를 가졌을지도 모른다.
박성우 시인과 나눈 인터뷰는 그 가능성을 하나하나 짚어보는 시간이었다. 지난 11월 25일, 기자에게 이메일로 보낸 답변에서 그는 이렇게 말했다.
"저도 이 책을 쓰면서 지금껏 만나보지 못한 나 자신을 발견하는 특별한 경험과 기쁨을 누렸어요. 아이는 물론 부모나 친구와 함께 읽으며 각자 이야기를 나눌 수 있으면 좋겠다는 마음으로 이 책을 썼습니다. 그 과정에서 어른들에게도 도움이 되었다면 정말 감사한 일입니다."
물음표를 던지면, 세상과 나를 이해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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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12.2025 370년 이어온 장 명인이 장독 주변에 봉선화 심은 까닭
한국인의 식탁에서 장은 단순한 양념이 아니다. 한 집안의 품격이었고, 공동체의 유산이었으며, 세월과 철학을 함께 담아낸 삶의 기록이었다. 빠르게 변하는 현대에서 이 오래된 맛을 꿋꿋하게 지켜내는 이들이 있다.
전남 담양과 경북 구미, 서로 다른 땅, 다른 역사 속에서 '장'을 지키는 두 여성이 만들어내는 이야기는 한국 음식의 뿌리가 어디에 놓여 있는지를 다시금 일깨운다. 기자는 투어 프로그램을 통해 지난 11월 14일 구미의 백야농원을, 24일엔 담양의 기순도 명인의 장독대를 각각 찾아 두 여성의 삶, 손, 그리고 시간 속에 깃든 전통을 들여다봤다.
[담양] 죽염, 대숲, 그리고 담양의 바람이 만드는 장맛
담양 창평면 유천리 작은 시골 마을의 푸른 언덕을 오르면, 숨을 멈추게 하는 장면이 펼쳐진다. 1200여 개의 옹기가 길게 늘어선 장독대 사이 사이에는 수백 년의 시간이, 여전히 진행 중인 발효의 고요한 숨결이 들어 있다.
이곳의 주인은 대한민국 전통식품명인 제35호(진장 부문) 기순도(75) 명인으로 장흥 고씨 양진재 종가 10대 종부다. 그녀는 370년 동안 이어온 종갓집 씨간장을 지켜온 인물이자 지난해 한국의 '장 담그기 문화'가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으로 등재될 때 정부 관계자들과 함께 직접 370년 된 씨간장을 들고 세계 앞에서 전통장을 알린 한국 전통문화 전도사이기도 하다.
"장은 모든 한국 음식의 근원입니다."
죽녹원으로 대표되는 담양은 대한민국 대나무의 고장으로 유명하다. 기 명인의 전통장은 대숲을 타고 흐르는 바람으로 숙성된다. 대나무 통에 간수를 뺀 천일염을 넣고 소나무 장작불에서 굽는 죽염은 이 지역만의 미네랄 향을 품고 장맛의 핵심이 된다. 기순도 명인이 지키는 장은 단순한 조미료가 아니라 자연 그 자체다.
기 명인은 메주를 만들 때면 목욕을 하고 기도한다. 온전히 '정결'한 마음에서 맛이 나온다고 믿기 때문이다. 그렇게 정성스럽게 콩을 삶고, 찧고, 메주를 만들고, 볏짚에 묶어 실내에 걸어 50일간 발효시킨 후 담양 대숲에서 만든 '죽염' 소금물에 메주를 담그는 과정 등을 거쳐 전통 간장과 된장이 태어난다.
기순도 명인의 장맛을 세계가 알아본 순간은 2017년이었다. 그가 담근 360년 된 간장이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국빈 만찬 요리에 쓰이면서 전 세계 언론의 주목을 받았다. 당시, 대를 이어 전통장을 만들고 있는 고려전통식품 고훈국 대표가 이를 "미국 역사보다 오래된 간장"이라며 소개한 말은 결코 과장이 아니었다.
"이건 일이 아니라 제 운명입니다."
기순도 명인의 말이다. 명인을 중심으로 가족 3대가 전통 장 연구에 매달리고, 발효학교를 세워 젊은 세대에게 장 문화를 전하며 사업을 이어가는 이유도 결국 그가 말한 '운명'이라는 한 단어로 설명된다.
그러나 담양의 장독대에도 위기는 찾아왔다. 겨울이 짧아지고 여름이 길어지는 기후 변화로 전통 발효 환경이 흔들리고 있는 것이다. 특히 더운 지역에서나 나타나던 붉은 곰팡이가 장독 위로 올라오면서 발효 조건이 달라지고 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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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남 담양과 경북 구미, 서로 다른 땅, 다른 역사 속에서 '장'을 지키는 두 여성이 만들어내는 이야기는 한국 음식의 뿌리가 어디에 놓여 있는지를 다시금 일깨운다. 기자는 투어 프로그램을 통해 지난 11월 14일 구미의 백야농원을, 24일엔 담양의 기순도 명인의 장독대를 각각 찾아 두 여성의 삶, 손, 그리고 시간 속에 깃든 전통을 들여다봤다.

[담양] 죽염, 대숲, 그리고 담양의 바람이 만드는 장맛
담양 창평면 유천리 작은 시골 마을의 푸른 언덕을 오르면, 숨을 멈추게 하는 장면이 펼쳐진다. 1200여 개의 옹기가 길게 늘어선 장독대 사이 사이에는 수백 년의 시간이, 여전히 진행 중인 발효의 고요한 숨결이 들어 있다.
이곳의 주인은 대한민국 전통식품명인 제35호(진장 부문) 기순도(75) 명인으로 장흥 고씨 양진재 종가 10대 종부다. 그녀는 370년 동안 이어온 종갓집 씨간장을 지켜온 인물이자 지난해 한국의 '장 담그기 문화'가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으로 등재될 때 정부 관계자들과 함께 직접 370년 된 씨간장을 들고 세계 앞에서 전통장을 알린 한국 전통문화 전도사이기도 하다.

"장은 모든 한국 음식의 근원입니다."
죽녹원으로 대표되는 담양은 대한민국 대나무의 고장으로 유명하다. 기 명인의 전통장은 대숲을 타고 흐르는 바람으로 숙성된다. 대나무 통에 간수를 뺀 천일염을 넣고 소나무 장작불에서 굽는 죽염은 이 지역만의 미네랄 향을 품고 장맛의 핵심이 된다. 기순도 명인이 지키는 장은 단순한 조미료가 아니라 자연 그 자체다.
기 명인은 메주를 만들 때면 목욕을 하고 기도한다. 온전히 '정결'한 마음에서 맛이 나온다고 믿기 때문이다. 그렇게 정성스럽게 콩을 삶고, 찧고, 메주를 만들고, 볏짚에 묶어 실내에 걸어 50일간 발효시킨 후 담양 대숲에서 만든 '죽염' 소금물에 메주를 담그는 과정 등을 거쳐 전통 간장과 된장이 태어난다.
기순도 명인의 장맛을 세계가 알아본 순간은 2017년이었다. 그가 담근 360년 된 간장이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국빈 만찬 요리에 쓰이면서 전 세계 언론의 주목을 받았다. 당시, 대를 이어 전통장을 만들고 있는 고려전통식품 고훈국 대표가 이를 "미국 역사보다 오래된 간장"이라며 소개한 말은 결코 과장이 아니었다.
"이건 일이 아니라 제 운명입니다."
기순도 명인의 말이다. 명인을 중심으로 가족 3대가 전통 장 연구에 매달리고, 발효학교를 세워 젊은 세대에게 장 문화를 전하며 사업을 이어가는 이유도 결국 그가 말한 '운명'이라는 한 단어로 설명된다.

그러나 담양의 장독대에도 위기는 찾아왔다. 겨울이 짧아지고 여름이 길어지는 기후 변화로 전통 발효 환경이 흔들리고 있는 것이다. 특히 더운 지역에서나 나타나던 붉은 곰팡이가 장독 위로 올라오면서 발효 조건이 달라지고 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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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12.2025 쪼개진 두개골, 413년 만에 드러난 임진왜란의 비극

2005년 4월, 부산 지하철 공사장에 드러난 광경은 처참함 그 자체였다. 1592년 4월 15일(음력)의 비참한 아침이 그대로 펼쳐졌다. 물이 고였던 해자다. 습기로 무려 413년 전의 순간이 생생하게 보전되었다. 칼과 창을 비롯한 각종 무기와 갑옷이 무더기로 출토된다. 100여 명의 유골과 함께다.
유골은 적나라한 학살 현장 그대로다. 5살로 추정되는 두개골에 총탄 상흔이 보인다. 20대 여성의 두개골은 둔기에 맞아 쪼개졌다. 어느 여인의 두개골도 날카로운 칼에 베였다. 치아 상태로 보아, 대체로 영양 상태가 양호하지 못하다는 게 전문가들 의견이다. 수안역 지하에 재현된 현장이, 우리를 남문 앞 그날의 참혹한 현장으로 끌고 간다.
왜군은 잔인했고, 장렬히 싸운 동래읍성은 처절했다. 함락된 동래읍성엔 개미도 살아남지 못했다. 군사 3천에 2만 백성이다. 왜의 칼과 조총이 할퀴고 간 학살이다. 만행이다. 110년간 싸운 왜 전국시대의 잔악한 유산이다. 동래읍성 해자에 버려진 2만 3천 희생자 중 겨우 100여 구가 드러났을 뿐이다. 지난 11월 중순, 동래읍성의 흔적을 찾았다.

부산진과 다대포진을 공격한 왜군이, 침략 사흘째인 15일 동래읍성으로 향한다. 당시 이 지방의 중심지다. 따라서 성의 규모도 부산진이나 다대포진보다 컸다. 하지만 이때 함락으로 완전히 파괴되어 140년간 폐허로 방치되었다는 사실도 기억해야 한다. 북문을 비롯해 복원된 성곽은 규모를 키워 18세기 중반에 쌓은 것이다. 임진왜란 당시 성곽이 아니다.
부산진에는 용맹한 정발 장군이 있었다. 왜군의 험난한 조선 침략 예고편이다. 그러나 다대포진 전투는 널리 알려지지 못했다. 왜군의 발목을 하루 동안 묶어 두었는데도 말이다. 다대포 첨사 윤흥신 장군이 거짓으로 성을 비운다. 방심한 왜군이 성 안으로 들어가 승리에 도취한 틈을 타, 기습으로 왜군을 무찌른다. 성을 지키며 하루를 버티다 결국 몰살 당한다.

윤흥신은 을사사화에 희생당한 윤임의 아들이다. 그의 12대손이 윤봉길 의사다. 윤흥신의 충절을 후손이 잊지 않은 까닭일까.
전투 장면 담은 동래부순절도
부산진과 다대포진에서 혼쭐이 난 고니시 유키나가는 그다지 싸우고 싶지 않았다. 군사를 3대로 나누어 1대는 서문으로, 2대는 동문으로 보낸다. 본대를 이끌고 송상현이 지키는 남문에 다다른다.
나무판을 세워 '싸워야겠다면 싸울 일이나, 그렇지 않다면 길을 빌려달라(戰則戰矣 不戰則假道)'는 글을 내보이자, 송상현이 곧바로 '싸워 죽기는 쉬우나, 길을 내주기는 어렵다(戰死易 假道難)'고 회답한다.

순절도에도 묘사가 자세하다. 남문 앞 나무판에 假我途(가아도)와 假途難(가도난)이 보인다. 그 왼쪽엔 숲과 소나무가 우거졌다. 성을 밖에서 쉽게 관찰하지 못하게, 또한 기병의 활동에 제약을 가하기 위해 송상현이 조성한 숲이다. 정면에 고니시 지휘소인 차양이 보이고, 문루 위 중앙에 갑옷 입은 송상현이 서 있다.
경상좌병사 이각이 싸우겠다며 동래성에 온다. 육군 사령관 격이다. 그러나 외곽에 진을 쳐 한양으로 가는 길을 막겠다며 성을 나간다. 첩부터 도망시키고 그도 줄행랑이다. 그림의 맨 위 왼쪽에 백마 타고 어디론가 가는 이가 그다. 해군 사령관 격인 경상좌수사 박홍 역시 마찬가지다. 판옥선을 자침 시키고 동래성에 왔다가 사라져 버린다. 양산군수 조영규만 남는다. 개전 초에 드러난 이런 줄행랑이 단지 예고편에 불과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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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12.2025 전두환을 벼랑 끝까지 몰고 간 사람... 이런 군인 또 없습니다
전두환의 12·12 쿠데타는 표면상으로는 최규하 대통령과 정승화 계엄사령관에 대한 하극상이다. 하지만 본질을 놓고 보면 민주주의와 국민주권을 회복하고자 하는 시대 흐름에 대한 정면 도전이다.
이 쿠데타는 부마항쟁과 박정희 피살 이후 급진전되던 민주화 일정을 훼방하는 것이었다. 이것이 반역사적 사건인 것은 대통령과 계엄사령관에 대한 하극상이어서가 아니라 세상과 국민에 대한 거역이어서다. 우리 국민들이 12·12에 분노하는 것은 국가기관 내부의 서열이 무너져서가 아니라 민주주의와 국민주권이 도전을 받았기 때문이다.
12·12는 민주주의 혁명을 가로막는 반혁명 같은 것이었다. 그런 성격을 갖는 12·12를 온몸으로 막아선 군인이 수도경비사령관인 장태완 장군(1931~2010)이다. 장태완이 막아선 것이 단순한 하극상이 아니라 반혁명이었다면, 그에 대한 우리 사회의 평가는 크게 달라질 필요가 있다.
반란군 경악하게 만든 장태완의 행보
당시 48세였던 전두환은 쿠데타에 걸림돌이 될 게 뻔한 장태완과 정병주 특전사령관 등을 자신이 사는 서울 연희동의 고급요정에 초대해 놓고 거사를 개시했다. 하지만 동갑내기 장태완은 정승화가 반군에 붙들려 간 지 8분 뒤인 12월 12일 저녁 7시 35분에 요정을 떠나 사령부로 향하면서 정승화 구출 지시를 내렸다.
그런 뒤, 서울 남산 쪽인 필동의 수도경비사령부에 도착한 8시부터 반군 진압을 본격화했다. 전두환의 계략에 휘말려 수렁에 빠질 뻔했던 장태완은 전두환을 응징하는 쪽으로 달려갔다. 장태완이 정변 진압에 나서는 것은 전두환의 시나리오에 없는 일이었다. 생각지 못한 인물의 전면 등장으로 인해 그날 밤에 반군은 여러 번 경악을 해야 했다.
10시 반경, 서대문에서 시청을 향하는 전차들이 땅을 밟으며 굴러가는 소리가 시청에서 약 1킬로미터인 경복궁의 반군 지휘부에까지 들렸다. 1993년 6월 15일 자 <동아일보> 기사 '청와대 근위부대' 제13편은 "쿠데타 지휘부는 이 전차 구르는 소리에 아연실색했다"라고 말한다. "등골이 오싹"해진 노태우(47)는 "장태완이가 정말 탱크를 앞세워 쳐들어오는구나", "우리는 모두 불법 하극상세력으로 체포되고 마는구나"라고 자조했다고 한다.
회고록 <12·12 쿠데타와 나>에 따르면, 장태완은 11시가 조금 넘은 뒤 수경사 장교 60여 명을 모아놓고 전두환 충복인 장세동 수경사 30경비단장 등을 "발견 즉시 체포 또는 사살하라"고 명령했다. 그날 밤의 장태완은 반군들의 저승사자였다.
장태완은 결과적으로 민주주의 혁명을 돕는 편에 섰다. 하지만 그가 그것을 의도했다고 보기는 힘들다. 그는 유신독재체제가 선포(1972.10.17.)되기 전인 1971년 1월 1일 육군 준장으로 진급하고, 1973년 4월부터 1975년 7월까지 수경사 참모장을 지냈다. 유신체제를 지탱하는 군부의 주요 인물이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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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쿠데타는 부마항쟁과 박정희 피살 이후 급진전되던 민주화 일정을 훼방하는 것이었다. 이것이 반역사적 사건인 것은 대통령과 계엄사령관에 대한 하극상이어서가 아니라 세상과 국민에 대한 거역이어서다. 우리 국민들이 12·12에 분노하는 것은 국가기관 내부의 서열이 무너져서가 아니라 민주주의와 국민주권이 도전을 받았기 때문이다.
12·12는 민주주의 혁명을 가로막는 반혁명 같은 것이었다. 그런 성격을 갖는 12·12를 온몸으로 막아선 군인이 수도경비사령관인 장태완 장군(1931~2010)이다. 장태완이 막아선 것이 단순한 하극상이 아니라 반혁명이었다면, 그에 대한 우리 사회의 평가는 크게 달라질 필요가 있다.
반란군 경악하게 만든 장태완의 행보

당시 48세였던 전두환은 쿠데타에 걸림돌이 될 게 뻔한 장태완과 정병주 특전사령관 등을 자신이 사는 서울 연희동의 고급요정에 초대해 놓고 거사를 개시했다. 하지만 동갑내기 장태완은 정승화가 반군에 붙들려 간 지 8분 뒤인 12월 12일 저녁 7시 35분에 요정을 떠나 사령부로 향하면서 정승화 구출 지시를 내렸다.
그런 뒤, 서울 남산 쪽인 필동의 수도경비사령부에 도착한 8시부터 반군 진압을 본격화했다. 전두환의 계략에 휘말려 수렁에 빠질 뻔했던 장태완은 전두환을 응징하는 쪽으로 달려갔다. 장태완이 정변 진압에 나서는 것은 전두환의 시나리오에 없는 일이었다. 생각지 못한 인물의 전면 등장으로 인해 그날 밤에 반군은 여러 번 경악을 해야 했다.
10시 반경, 서대문에서 시청을 향하는 전차들이 땅을 밟으며 굴러가는 소리가 시청에서 약 1킬로미터인 경복궁의 반군 지휘부에까지 들렸다. 1993년 6월 15일 자 <동아일보> 기사 '청와대 근위부대' 제13편은 "쿠데타 지휘부는 이 전차 구르는 소리에 아연실색했다"라고 말한다. "등골이 오싹"해진 노태우(47)는 "장태완이가 정말 탱크를 앞세워 쳐들어오는구나", "우리는 모두 불법 하극상세력으로 체포되고 마는구나"라고 자조했다고 한다.
회고록 <12·12 쿠데타와 나>에 따르면, 장태완은 11시가 조금 넘은 뒤 수경사 장교 60여 명을 모아놓고 전두환 충복인 장세동 수경사 30경비단장 등을 "발견 즉시 체포 또는 사살하라"고 명령했다. 그날 밤의 장태완은 반군들의 저승사자였다.
장태완은 결과적으로 민주주의 혁명을 돕는 편에 섰다. 하지만 그가 그것을 의도했다고 보기는 힘들다. 그는 유신독재체제가 선포(1972.10.17.)되기 전인 1971년 1월 1일 육군 준장으로 진급하고, 1973년 4월부터 1975년 7월까지 수경사 참모장을 지냈다. 유신체제를 지탱하는 군부의 주요 인물이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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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12.2025 나경원 지역구서 '어그로' 취급당한 금메달리스트 "우르르, 시위하세요?"
6월 21일, 주말을 맞아 국민의힘 당원 가입 독려 행사가 서울 동작구 숭실대 앞에서 열렸다. 한동훈 전 대표 팬클럽 '위드후니' 회원들이 주도한 이 행사에 진종오 국민의힘 의원(초선, 비례대표)도 함께했다.
행사 시작 30여 분 후, 해당 지역구 시·구의원들이 행사장을 찾았다. 이들은 "우리 지역에 와서 하실 때는 대표님이랑 그래도 얘기를 하고 와 주시는 게..."라고 했다. 진 의원은 곧장 "나경원 의원님하고 통화했는데요?"라고 답했다. 지역구 시·구의원들이 말한 대표님, 해당 지역구 국회의원 나경원 의원이었던 것.
진종오 : "그저께 (나 의원과 통화해서) 여기 온다고 얘기 드렸고... (중략) 우르르 몰려오셔서 시위하시는 거예요? 나경원 의원님한테 전화를 안 했기 때문에 기분이 나쁘신 거예요?"
시의원 : "기분 나쁘다고 말 안 했고, 괜히 이슈화 만드시는 거는 어그로 끄시는 거고, 그렇게 얘기하시면 안 될 거 같아요."
한참의 실랑이 끝에 시·구의원들은 자리를 떴다. 진 의원은 현장을 찍고 있던 유튜버(윤PD TV)에게 "제가 나경원 의원 지역구에 나 의원 허락 받고 와야 되는 건 아니지 않느냐"라고 항변했다. 이 소동을 보도한 JTBC는 "나경원 의원과 한동훈 전 대표는 지난해 국민의힘 대표 선거, 올해 대선 경선 과정에서 여러 차례 갈등을 빚어온 소위 앙숙 관계"라며 "지역구에서 투표 권한을 갖고 있는 당원 모집에 나선 친한계를 두고, 나 의원 측에서 불편한 심기를 내비친 것이란 해석이 나온다"(JTBC [돌비뉴스], 2025년 6월 23일)라고 전했다.
대표적인 친한계 의원인 진 의원이 동작구에 와서 당원 모집을 한 것이 나 의원 측에게 '불편한 일이었을 거'라는 분석이다.
진 의원은 대선이 끝난 지난 6월 3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글을 올려 "우리는 계엄을 옹호한 채 보수의 가치만을 외치며 국민들께 뻔뻔한 한 표를 애원했다, 쇄신과 반성의 기회가 있었음에도 계엄 옹호 세력들에게 그 길을 열어줌으로써 규합과 결집의 골든타임을 놓쳤다"라며 "국민을 기만하는 헛된 짓들이 있는 한, 책임의 정치는 이제 없다"라며 친윤계를 직격한 바 있다.
다음은 진 의원의 12.3 계엄 이후 주요 정치적 선택이다.
행사 시작 30여 분 후, 해당 지역구 시·구의원들이 행사장을 찾았다. 이들은 "우리 지역에 와서 하실 때는 대표님이랑 그래도 얘기를 하고 와 주시는 게..."라고 했다. 진 의원은 곧장 "나경원 의원님하고 통화했는데요?"라고 답했다. 지역구 시·구의원들이 말한 대표님, 해당 지역구 국회의원 나경원 의원이었던 것.

진종오 : "그저께 (나 의원과 통화해서) 여기 온다고 얘기 드렸고... (중략) 우르르 몰려오셔서 시위하시는 거예요? 나경원 의원님한테 전화를 안 했기 때문에 기분이 나쁘신 거예요?"
시의원 : "기분 나쁘다고 말 안 했고, 괜히 이슈화 만드시는 거는 어그로 끄시는 거고, 그렇게 얘기하시면 안 될 거 같아요."
한참의 실랑이 끝에 시·구의원들은 자리를 떴다. 진 의원은 현장을 찍고 있던 유튜버(윤PD TV)에게 "제가 나경원 의원 지역구에 나 의원 허락 받고 와야 되는 건 아니지 않느냐"라고 항변했다. 이 소동을 보도한 JTBC는 "나경원 의원과 한동훈 전 대표는 지난해 국민의힘 대표 선거, 올해 대선 경선 과정에서 여러 차례 갈등을 빚어온 소위 앙숙 관계"라며 "지역구에서 투표 권한을 갖고 있는 당원 모집에 나선 친한계를 두고, 나 의원 측에서 불편한 심기를 내비친 것이란 해석이 나온다"(JTBC [돌비뉴스], 2025년 6월 23일)라고 전했다.
대표적인 친한계 의원인 진 의원이 동작구에 와서 당원 모집을 한 것이 나 의원 측에게 '불편한 일이었을 거'라는 분석이다.
진 의원은 대선이 끝난 지난 6월 3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글을 올려 "우리는 계엄을 옹호한 채 보수의 가치만을 외치며 국민들께 뻔뻔한 한 표를 애원했다, 쇄신과 반성의 기회가 있었음에도 계엄 옹호 세력들에게 그 길을 열어줌으로써 규합과 결집의 골든타임을 놓쳤다"라며 "국민을 기만하는 헛된 짓들이 있는 한, 책임의 정치는 이제 없다"라며 친윤계를 직격한 바 있다.
다음은 진 의원의 12.3 계엄 이후 주요 정치적 선택이다.
2024년
12월 4일 : 12.3 비상계엄해제 요구 결의안 표결에 불참했다.
12월 7일 : 윤석열 대통령 탄핵소추안 표결에 불참했다.
12월 10일 : 12.3 비상계엄사태 상설특검 수사요구안 표결에서 찬성표를 던졌다.
12월 26일 : 헌법재판관 후보자 임명동의안 표결에 불참했다.
2025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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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12.2025 내란전담재판부법, 이대로면 윤석열 '꽃놀이패' 될 수 있다

내란전담재판부 추천위, 판사회의만으로 구성해야 하는 이유
민주당 지도부에게, 전담재판부후보추천위원회 추천권자에서 헌법재판소 사무처장, 법무부 장관을 빼고 각급 법원 판사회의만 남겨주기를 정식으로 요청한다. 독일 법원조직법상 사무분담위원회 구조의 입법화 방식과 다를 바 없는 지극히 합헌적 방식이다. 비상계엄 친위 쿠데타 재판이라는 사법부 역사상 가장 중요한 최초의 선례에 이 정도의 재판부 구성 특례를 두는 것을 위헌으로 보기는 힘들다. 즉 이렇게 추천위원회 구성만 합헌적으로 바꾸기만 해도 전담재판부 법안의 합헌성은 크게 올라간다. 나는 내란전담재판부 설치 법안 자체에 반대하는 것이 아니다.
서울중앙지방법원 수백명의 판사 다수는 윤석열 전 대통령의 광기어린 계엄선포가 내란죄에 일응 해당한다는 5.18 대법원 판결의 법리에 수긍하고 있을 거라고 나는 확신한다. 지귀연 판사의 허술한 구속취소 논리와 공정의 외관에 둔감했던 조희대 대법원장의 이례적 초스피드 상고심 진행이, 사법부 전체에 대한 음모론적 불신을 가져올 수 있다는 점은 이해한다.
하지만 그 전까지는 법원 다수의 판사들은 잘 해주었다는 점을 기억해 주기 바란다. 내란죄 수사에 필요한 핵심적 압수수색, 체포, 구속영장을 판사들은 법리에 기초해 잘 발부해주었다. 그 중에는 군사상 장소인 경호처에서의 윤석열 체포영장 집행이 가능한 취지를 확인적으로 기재했다(형사소송법 110조, 111조 예외)는 이유로 엄청난 비난과 고초를 겪은 판사도 있고, 윤석열 구속영장을 발부했다는 이유로 몇 분, 몇십 분만 늦었으면 서울서부지방법원을 습격한 폭도에 의해 목숨을 잃었을 수도 있었던 판사도 있었다.
외부의 오해와 일부 선동과 달리 3천명의 판사들이 결코 하나의 유기체로 움직이지 않는다. 양승태 전 대법원장의 소위 사법농단 사 이후, 그 엄청난 충격과 다양한 제도적 변화는, 개별 판사들의 독립성을 그 어느 때보다도 높여 놓았다. 물론 헌법상 비상계엄 요건, 형법상 내란죄 구성요건 적용을 부정하는 이상한 판사가 극히 소수 존재할 수도 있지만, 서울중앙지방법원 판사회의에 참석할 수백명의 판사들이 그런 판사들에게 비상계엄, 내란 재판을 맡길 정도로 모두 어리석지는 않다.
하지만 전체 판사회의를 통하더라도 내란죄 재판을 비틀어 왜곡할 만한 재판부가 구성되리라는 불신에 기초하여 전담재판부 구성에 대통령이 임명하는 법무부 장관, 대법원과 경쟁관계에 있는 헌법재판소 사무처장을 끌어들인 것은 현명한 처사가 아니다. 윤석열 전 대통령 및 다른 내란공범들에게 꽃놀이패를 쥐어 줄 조치로 끝날 수 있다.
과연 서울중앙지방법원 판사들이 판사회의를 열어 3명을 추천할지도 의문이다. 판사회의 개의를 위해서는, 판사 과반수 출석과, 출석 판사 과반수 찬성이 필요하다(판사회의의 설치 및 운영에 관한 규칙 제10조). 내란전담재판부에 반대하는 판사들은, 그냥 판사회의에 불출석하여 과반수 출석을 막는 것 만으로, 내란전담재판부 추천위 구성을 무력화시킬 수 있다.
그러면 판사회의 추천을 얼마나 기다려야 하나? 판사회의 추천을 건너뛰고 6명만으로 구성할 수 있나? 이렇게 구성한 추천위원회는 법관 관여가 전혀 없는데, 외부만으로 구성한 추천위가 구성한 내란전담재판부는 헌법상 법관독립, 재판독립 규정을 침해하는 것인가? 내란전담재판부 법관은 현직 판사들을 대상으로 할 수밖에 없는데, 과연 6인의 법원 외부위원만으로 구성된 추천위의 법관 추천에 응할 판사가 얼마나 있을까? 오히려 위헌법률심판제청을 할 생각으로 속마음을 숨긴 채 추천에 응하는 판사가 있으면 어떻게 될까?
또한 피고인 측의 위헌법률심판 제청 신청, 기각시 헌법재판소법 제68조 제2항에 따른 위헌심사형 헌법소원 심판 청구는 정해진 수순일 것이다.
그 외에 내란재판부 구성과 무관하게 이런 제도 자체가 자신의 법관이라는 헌법상 독립 기관으로서의 지위를 침해한다는 이유로, 내란전담재판부가 구성되는 법원의 법관이 권한쟁의심판 청구를 하면 그 결론은 어떻게 될까? 이런 경우에는 내란 재판 절차는 진행해야 하나, 정지해야 하나? 재판절차 진행정지 가처분을 함께 신청하면 어떨게 결정해야 하나? 그냥 진행했는데, 위헌이라는 판단이 나면 어떤 결과가 초래되는가?
이건 윤석열 전 대통령 등 내란죄 공범들에게, 정말 훌륭한 꽃놀이패를 쥐어주는 일 아닌가?
이런 결과가 내란죄 재판에 도움이 될까?

이런 위험한 입법을 강행하는 것이, 온 국민의 헌법수호 의지를 이어 내란죄 재판이 합헌, 합법적으로 진행되도록 입법으로 지원할 국회의원과 정당의 헌법적 책무에 충실한 일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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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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