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여름에 가뭄과 폭염으로 쓰러지고 말라버린 상처가 남아있는 작물을 수확하는 가을걷이가 곳곳에서 한창이다. 지역과 작물에 따라서 차이는 있지만, 대체로 기대치를 밑도는 수확량에 실망을 하지만 농사의 결과는 농부가 결정할 수 없는 영역이다.

갈수록 지구온난화의 기후변화가 농사에 미치는 영향이 커지면서 더욱 그렇다. 농사를 기술이나 과학에 의존하지 않고, 자연에 존재하는 물질의 순환으로만 짓는 일이 어려운 것은 아니다.
 
가을에 거둬들이는 작물은 많은 부산물(필요로 하지 않는것)을 남긴다. 콩, 깨, 고추, 토마토 등 줄기가 크고 단단한 목질화(木質化)된 잔사는 잎채소와 달리 부피가 크고 쉽게 분해가 안 된다. 그런 이유로 쌓아두었다가 봄이 오면 한줌의 재로 태워버리는 것이 일반적이다.

이유를 들어보면, 잔사에서 병충해가 전파되기에 불태우는 것이 안전하다는 말을 가장 많이 들었다. 병충해에 대한 이해가 부족하거나 그럴 가능성이 낮음에도 불안감을 떨쳐버리지 못하는 심정을 이해 못할 것은 아니다.

그 다음으로는 필요하지도 않은 것을 쌓아두면 주변에서 흉을 본다는 이해가 안 되는 말도 듣는다. 그것은 아마도, 방법이 다른 농사를 받아들이지 못하게 획일화 된 주입식 농사의 한 부분으로 농사 짓고 남은 잔사에도 굴레를 씌워 놓았다.
 
화학농약과 비료가 없던 과거의 농사를 생각해보면 잔사와 풀을 퇴비로 재활용했던 농사가 관행농업이었다. 벼농사도 탈곡을 하고 남은 잔사인 볏짚은 소먹이가 되거나 쌀겨와 함께 논으로 되돌려서 지력(地力)을 높였다. 한 땅에서 자라는 음식과 몸은 하나라는 신토불이(身土不二)는 먹고 남은 것은 다시 흙으로 되돌려야 한다는 순환의 의미도 있다는 생각이다.
  
 
유기순환농사, 버릴 것이 없다
 
물질의 유기순환 관점으로 보면 흙에서 자란 것은 다시 흙으로 되돌려야 한다. 태양으로부터 온 빛에너지(광합성)로 작물은 필요한 양분을 만들고 결실을 맺는다. 이러한 과정에서 토양미생물도 작물로부터 양분을 얻고, 상호작용으로 흙속의 유기물을 분해하여 자신과 작물의 생육에 필요한 에너지를 제공한다.
 
상호작용의 유기순환 농사가 지속되려면, 작물의 잔사를 태우거나 밭 밖으로 버려서는 안 된다. 다음해, 농사가 시작되는 봄이 올 때까지 뽑지 않고 그대로 두거나, 뽑거나 베었더라도 다시 밭으로 되돌려야 한다. 부족하다면 풀도 버릴 것이 아니며, 나무에서 떨어진 잔가지와 낙엽을 넣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농장에서는 작물의 잔사를 흙으로 다시 되돌리고 있으며, 퇴비 사용을 안 하거나 줄이고 있다. 퇴비에 문제가 있어서가 아니라, 퇴비를 넣지 않더라도 작물의 잔사와 낙엽이 퇴비가 되기 떄문이다. 퇴비의 재료가 되는 톱밥은 나무이며, 가을에 떨어지는 나무의 마른 낙엽도 퇴비다. 농사에서는 고정관념을 갖고 있으면 다름에 대한 이해를 못하거나 배척하게 된다.
 
퇴비 사용의 목적이 흙에 유기물을 공급하고, 통기성을 높이는 물리적인 변화를 가져오듯이 작물의 잔사와 낙엽도 같은 효과를 준다. 공기와 물의 순환이 되는 통기성이 좋지 않았던 농장의 흙도 작물 잔사와 낙엽을 많이 사용한 밭은 포슬포슬한 떼알구조로 바뀌고 있는 것을 느낄 수가 있다.
  
 
딱딱하게 목질화 된 작물의 잔사는 겨울을 지나 봄이 되면, 수분이 빠지고 물질분해가 되어서 가볍고 쉽게 부러진다. 밭을 갈면서 흙속에 넣을 수도 있고, 밭을 갈지 않는 무경운 농사에서는 흙 위에 올려두면 된다. 낙엽도 같은 방법으로 사용할 수 있으며, 일 년 내에 미생물에 의해 모두 분해된 부엽토가 되어 흙으로 돌아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