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민속 명절 설날이 코 앞으로 다가왔다. 설렘보다 걱정이 앞선다. 2020년 설에도 코로나19로 겁에 질려 부모가 자식에게, 자식이 부모에게 전화해 "잘 있으니 걱정하지 말고 절대 오지 말라"라고 방문을 자제했다.

자식들의 거듭되는 당부에 어르신들은 "애들이 아무도 오지 말라고 하라고 혔어"라며 찾아온 우리에게도 손사래를 치셨다. 사회복지사인 나는 돌봄 사각지대를 해소하기 위해 정기적으로 방문 상담하는 일을 한다. 그렇게 조심하며 맞이했던 설 명절이 벌써 세 번째가 됐다.
 
명절을 일주일 앞둔 지난 25일 어르신 댁에 방문하니 현관 앞에 택배 상자가 놓여 있었다. 집 안으로 들어가니 식탁과 바닥에도 택배 상자가 어수선하게 놓여 있다. 눈이 잘 보이지 않는 어르신은 내용물이 무엇인지 알지 못한 채 그대로 쌓아놓기만 했다.
 
"이번 설에는 못 온다고 애들이 보내왔어. 애들이 뭐 보냈다고 알려줬는데 뭐가 뭔지 모르겠는데 이따가 뜯어봐야지."
 
눈이 잘 안 보여서 뭐가 뭔지 모르겠다며 뭐냐고 물어봐서 어르신 대신 택배 상자에 적혀 있는 내용물을 확인했다. 배추김치, 갓김치, 굴비, 사골육수 등 종류가 다양했다. 자식들이 아버지 혼자서 식사를 굶게 될까 봐 보내온 음식이며 생필품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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