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 집 가고 싶다."

한 해 한 해 나이가 먹어 갈수록 결투 게임에 나오는 캐릭터의 에너지(H.P)가 한 대 맞을 때마다 쭉쭉 줄어드는 것처럼 힘이 달린다. 평일 오후 세 시경, 특히 한 주의 중간인 수요일엔 몸의 에너지가 몽땅 소진된 느낌이다.

카페인이나 비타민 등등을 들이붓고는 다시 한번 일에 집중한다. 하나 하나 오는 일들을 버티며 쳐내다 보면 퇴근 시간은 꼭 오고야 만다. 이렇게 하루하루가 지나간다.

딱 퇴근할 힘만 남겨놓고 퇴근 시간이 되면 집에 도착하자마자 씻고 옷 갈아입고 침대로 직행하고 싶지만 그럴 수는 없다. 워킹맘은 퇴근은 두 번째 출근이다.

집에는 배고픈 두 김씨들이 나를 기다리고 있다. 배가 고프면 스스로 차려 먹거나 시켜 먹을 법도 하지만 다른 식구들도 회사에서 학교에서 이미 에너지가 소진되어 있다. 일단 급한 불부터 끈다. 근 1시간 걸려 저녁을 준비하는데 사라지는 것은 순식간이다.

저녁 먹은 것들을 치우고, 밀린 집안일을 처리하고 아이를 케어한다. 준비물은 없는지, 학교에서 무슨 일은 없었는지 숙제는 없는지 등등을 체크하고 해치운다. 그러고 나면 어느덧 자야 할 시간이다. 허투루 보낸 시간은 없는 것 같은데 나를 위해 쓸 시간이 없다.

워킹맘은 시간이 없다

나는 차분하게 책을 읽고 싶다. 한자리에서 책 한 권을 다 읽어본 것이 언제인가 싶다. 매일 간단한 그림도 하나씩 그리고 싶다. 기사도 쓰고, 일상을 차분하게 블로그에 기록도 하고 싶다. 이렇게 하고 싶은 일은 많은데 아무것도 할 틈이 없다. 무엇을 하든 쫓기듯 하게 된다. 온라인에서 매일 글쓰기 모임을 하고 있는데 지난주는 한 줄도 쓰지 못했다.

뭔가 몰두해서 일을 할 절대적 시간이 없다. 마치 이 세대 같다. 바쁜 일상 때문에 시간 쓰는 일도 릴스같이 짧게 짧게 쪼개진다. 그러다 보니 몰입이 되질 않는다. 뒤돌아서면 "어 내가 뭘 하고 있었더라?" 하면서 금세 집중력이 흐트러지기 일쑤이다.

하고 싶은 일은 하나도 못하고, 해야 할 일만 하고 살다 보니 삶이 재미가 없고 무기력해진다. 그렇다고 더 틈을 쪼개가며 머리 아프게 뭔가를 하고 싶지가 않다. 집중도 잘 되지 않고 뭔가 진행되는 것 같지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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