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 새 학기. 새해는 1월에 시작되었지만 체감으로는 3월에 진짜 새로운 해가 시작되는 기분이다.

새로운 학생들이 몰려오고, 약간의 긴장과 설렘 속에 또 한 해를 잘 살아내기 위해 분주한 한 달을 보냈다. 학교의 3월은 항상 정신없고 바쁘다. 특히 정해진 교육과정과 교과서가 없는 대안학교는, 새로운 학기가 시작될 때면 지난 아쉬움을 보완하고 보다 필요한 교육을 고민하느라 몸과 마음이 분주해진다.

새 학기를 맞이하여 크고 작은 변화가 몇 가지 있었는데, 그 중 하나가 3학년 졸업여행 프로젝트를 좀 더 확장하기로 한 것이다. 지난해 5월 다녀온 오사카 자유여행이 기대했던 것 이상으로 좋았기 때문이다(관련 기사: 발달장애 학생들의 첫 해외여행 도전, 거기서 배운 것 https://omn.kr/24xp1 ).

자립적인 삶을 위해 꼭 필요하다고 생각되는 실제적인 교육을 다양하게 시도해 볼 수 있는 기회가 되었으며, 학생들의 성취감과 만족도도 매우 높았다. 학생들은 자유여행이 쉽지 않았다고 하면서도 자신들에게 의미 있는 경험이 되었기 때문에 후배들에게도 추천한다고 말했다(보건복지부 국립재활원 책자에 실린 '호산나대학 오사카 자유여행기'(신해준 편) 참조).

사실 지난해 3학년들과 처음 자유여행을 도전할 때만 해도 이 도전을 올해도 이어가리라고는 예상하지 않았다. 올해 3학년 학생들은 입학 첫 해 교양학부의 청년도전 프로젝트 수업을 가장 힘들게 해낸 학번이다. 대학생활 이루고 싶은 버킷리스트를 정하여 하나씩 계획하고 실행해 나가는 수업에서, 아이들은 자신들의 마음을 표현하지 않았고, 스스로 사고하지 않았으며, 서로 소통하지 않았다. 

개인의 기질적 특성도 있겠지만 코로나 시기에 학창 시절을 보낸 영향도 있지 않을까 싶다. 코로나가 불러온 학습 격차가 비장애 학생들에게도 문제로 대두되는 현실에서, 경계선급의 인지능력을 가진 우리 아이들은 가장 큰 피해자 중 하나였다.

스스로의 노력으로 따라가기 어려운 수업에서 아이들은 점차 무기력해졌고, 그저 가만히 수업에 방해가 되지 않게 시간을 버텨내는 것이 주요한 과업이 되었다. 상호작용의 기회는 현저히 줄어들어 그렇지 않아도 부족한 사회성 문제는 더욱 두드러졌다.
 
코로나가 불러온 무기력... 더디지만 자라고 있는 아이들 

차라리 인지나 기능적인 능력의 부족함이 주된 문제였다면 훨씬 교육적 접근이 쉬웠을 것이다. 단순한 문제풀이식 학습이었다면 오히려 어려움이 덜했을 것이다. 하지만 학생의 주도성 및 자발성, 문제해결능력 등을 중요하게 교육하는 우리 학교에서는 그 어느 해보다도 난이도가 높은 아이들이었다. 막연하게, 이 아이들과 해외 자유여행에 도전하는 건 어렵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했었다.

그러나 돌아보니 아이들은 성장하고 있었다. 하루가 다르게 변화하는 봄꽃과 다르게 아이들은 더디게 변화하고 있었지만 그 결과는 봄꽃 못지않게 어여뻤다. 다양한 도전과 경험으로 지난 2년을 채운 아이들은 조금씩 달라졌고, 그 변화는 다시 한번 자유여행에 도전할 수 있겠다는 마음을 싹트게 했다.

성공적으로 치러낸 지난해 오사카 자유여행은 나에게도 자신감과 동기를 부여했다. 올해는 졸업여행 프로젝트 수업을 좀 더 확장해보기로 했다.

급하게 준비하느라 아쉬웠던 부분들을 더 체계적으로 보완해 1학기 동안 여행을 준비하고, 2학기가 시작되는 9월 초 졸업여행을 떠날 예정이다.
 
이번에는 여행지를 선정하는 처음 단계부터 학생들과 함께 시작했다.

지난해에는 대중교통으로 자유여행이 가능하고, 너무 멀거나 비싸지 않은 여행지로 부산, 타이베이, 오사카를 선정해 학생들에게 영상을 보여주고 부모님과 논의해 선택을 하게 했다. 3월 말 갑자기 결정된 자유여행이라 되도록 빨리 여행지를 선정해야 했기 때문이다.

올해는 충분한 시간적 여유가 있었다. 지난해 후보지였던 부산, 타이베이, 오사카와 더불어 홍콩과 싱가포르를 후보지에 추가했다. 홍콩과 싱가포르는 물가가 다른 여행지보다 비싼 편이라 지난해에는 고려하지 않았던 곳인데 올해는 트래블월렛에서 여행경비 일부를 후원해 주기로 했기 때문이다. 트래블월렛은 외화를 충전, 결제할 수 있는 핀테크사로 지난 오사카 여행에서 우리는 트래블월렛 카드를 발급해 유용하게 활용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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