벚꽃은 물론이고 개나리, 진달래, 목련 등 봄꽃들이 어느새 자취를 감추고 그 자리에 철쭉과 라일락이 치장하기 바쁘다. 

이렇게 봄의 향연과 기운이 완연한데도 좀처럼 흥이 나지 않는다. 무엇을 해도 손에 잡히지 않고 어딘가 허전하기만 하다.  
     
곰곰 생각하니 이번 국회의원 선거 때문이라는 걸 추측해 본다. 선거에 대한 엉뚱한 기대와 미몽을 헤매다 이제야 제정신이 드는 형국이다. 나도 모르게 선거에 지나치게 몰입하고 이런 모양이 알게 모르게 타인에게 비쳤던 건 아닐가 생각하니 부끄럽다.
     
사실 선거결과에 기뻐할 것도 지나치게 낙담할 것도 아닌데, 마음에 오래 남는 건 나이 들어 생긴 요상한 집착 아닌가 싶다. 나는 평소 입으로 떠드는 사람들을 경원하지만 그들이 선거로 당선된 이상 존중하고 합리적인 이유 없이 미워하지 않을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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