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창시절 처음으로 상담자가 되고 싶었다. 친구들이 나를 가리키며 '현정이는 이야기를 잘 듣고 상담해준다'고 했다. 나는 성장기의 상처와 내면탐구 덕에 타인의 얘기를 잘 경청해주는 사람이었다.

상담을 공부하는 사람들의 대다수의 동기는 자신의 상처다. 나 역시 오래된 자신의 상처를 유의미하게 만들고 타인을 돕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헨리 나우웬은 자신의 저서에서 이를 '상처 입은 치유자'라고 이름 붙였다. 자신의 상처를 바탕으로 타인의 상처를 도울 수 있는 사람, 매우 멋있는 개념이었다.

그래서 나는 그냥 상담자 이상의, 상처입은 치유자가 되고 싶었다. 이처럼 상담을 처음 공부할 때는 다소 이상적이고 이타적인 동기로 시작하기 마련이다.

하지만 상담 현장에 노출되면 이런 이상적인 마음은 소거되기 십상이다. 높은 이상과는 반대로 현실은 진흙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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