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크란 축제로 4월의 방콕 거리는 물총을 든 사람들이 즐비하다. 여행자 거리로 유명한 까오산 로드는 홀딱 젖어있는 이들로 떠들석하다. 물로 모두에게 시원함을 안기는 것은 송크란 축제에서만 이루어지지 않는다.

불교를 국교로 공인한 태국은 불상 위에 물을 뿌리는 의식을 매번 진행한다. 물이 흘러내리며 과거 불행을 씻어내고 앞으로의 행복을 바라는 상징이다. 
 
물과 함께 축제를 즐기는 태국에서 불과 6시간 떨어진 한국에서는 물속에 잠겨 꽃이 피지 못한 참사 희생자를 애도하는 물결이 일고 있다. 10년 전, 세월호 참사로 진도 팽목항에서 생을 마감한 304명을 기억하기 위해서다.

애도 물결은 반복되는 사회적 참사를 막고 더 나은 사회를 만들려는 우리의 마음이다. 태국에서 앞으로의 행복을 바라는 물은 한국까지 닿고 있을까. 물은 삶이자 죽음을 보여준다.
  
 
말레이시아에서 밤 버스를 타고 태국으로 넘어오니, 여행자 커뮤니티인 '카우치서핑'을 통해 찾은 Jittra(이하 지트라)와 그의 가족이 나를 반긴다. 방콕에 머무는 시간 동안 그는 가족의 보금자리를 내준다. 축제가 끝나니 전날 밤의 광란의 공기는 온데간데 없고 거리는 쥐 죽은 듯이 조용하다.

진도 팽목항 앞에서 무심하게 흘러버린 세월에 먹먹한 가슴이 방콕 거리에 투영된다. 국가 휴일을 맞아 고향에 방문하는 지트라를 따라 방콕에서 한 시간 떨어진 Nakhon Pathom으로 향한다. 
 
불과 한 시간 거리지만, 대도시 방콕과는 확연히 다른 풍경이 펼쳐진다. 조그만 마을에는 간격이 멀리 떨어진 1층짜리의 주택들이 각자의 나무 농장을 갖고 있었다. 지트라의 어머니도 커다란 망고나무밭이 있다. 지트라는 거대한 망고나무들 사이로 능숙하게 망고를 따내어 내게 건넨다.

지금은 두 아들의 엄마로 바쁜 도시 생활을 보내고 있는 지트라도 어린 소녀로 이 망고나무 사이를 뛰어다니던 시절을 회상한다. 그는 어떤 삶을 살아왔을까. 함께 망고를 여러 개 따 책상에 놓아 껍질을 벗기며 지트라에게 살아온 삶에 대해 들려달라 청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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