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여름, 전통 방식으로 만들어진 '각궁(角弓)'과 첫 인연을 맺었다. 아무래도 낯선 활이 익숙치 않아 초반에는 엉뚱한 곳으로 화살을 날려보내기 일쑤였다. 그동안 카본 활(탄소섬유 소재)과 화살에 익숙해져 있다가, 재료와 형태가 다른 활을 잡으니 아예 새로운 활쏘기를 배우는 느낌이었다.

고수만이 '각궁'을 쓸 수 있다는 오해와 편견

"젊은 사람이 각궁을 쓰네?"
"자네 몇 단인가?"


각궁을 들고 지방 활터를 돌아다닐 때마다 종종 사람들로부터 받는 질문이다. 

현대식 카본 활이 점령하다시피 한 국궁장에서 각궁을 잡는 사람들 자체가 소수인데, 더군다나 젊은 사람이 각궁을 쓰는 모습이 생경하게 다가왔을 법하다.

'단'을 묻는 것은 현재 대한궁도협회에서 5단 이상 승단을 위해서는 반드시 각죽(각궁+죽시)을 쓰도록 한 규정 때문이다. 각궁 자체가 카본 활에 비해 다루기 까다로운 터라, 굳이 5단 이상 도전하는 이들 아니고서는 처음부터 각궁을 잡는 이들은 많지 않다.

그런데 젊은 사람이 각궁으로 활쏘기를 하고 있으니, 아마 내가 각궁으로 승단을 준비하고 있거나 이미 승단한 재야의 젊은 고수쯤으로 생각하는 모양이다. "저는 단이 없는데요"라고 대답하면 대개 당황하는 반응들을 볼 수 있다.

어쨌거나 대한궁도협회의 이러한 규정은 전통을 유지하려는 최소한의 장치다. 이러한 규정 덕에 카본 활이 지배하고 있는 전통 활터에서 각궁의 전승이 면면히 이어지고 있다. 다만 그래서인지 4단까지는 으레 카본 활로 승단하고, 5단부터는 각궁으로 바꾸는 현상이 벌어지고 있다.

종종 "각궁은 4단 이상은 돼야 쓸 수 있다"고 초심자들에게 겁을 주는 이들이 있는데, 나는 이런 발언은 규정에 대한 몰이해에서 비롯된 오해와 편견이라 생각한다. 실제로 국궁 입문 당시의 나 역시 정말 그래야만 하는 줄 알았다. 그러나 4단 이상은 돼야 각궁을 써야 한다는 규정은 찾아보니 어디에도 없었다. 또 실제로 각궁을 잡아보니 단의 유무는 전혀 무관하다는 것도 몸소 깨달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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