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도 또렷이 기억나는 어린 시절 기억 한 토막. 과자를 먹던 중 한 아이가 땅에 떨어뜨렸다. 그 아이가 난처한 얼굴로 과자를 물끄러미 쳐다본다. 그러자 다른 아이 한 명이 이야기한다. "괜찮다. 먹어도 안 죽는다." 그럴 때 대부분 땅에 떨어진 과자를 주워서 '후후' 불어서 먹었다.
 
다소 힘든 상황은 막대 아이스크림이 땅에 떨어졌을 때 겉엔 이미 흙과 먼지가 묻은 상태다. 이때는 아이스크림을 입에 넣고 빨아서 흙과 먼지가 묻은 부분을 땅에 뱉고 나머지를 먹었다. 70-80년대 학창시절을 보낸 내겐 아주 흔한 풍경이다.
 
물론 지금은 어디서도 그런 풍경은 볼 수가 없고, 그 시절 일화를 꺼내면 '믿을 수 없다'는 표정을 다들 지을 것 같다.
 
그 시절이 옳다는 이야기를 하는 것도, 그 시절이 그립다는 이야기를 하는 것도 아니다. 그 시절엔 그랬고, 그 시절을 살았기 때문에 내 가치관엔 그 시절 기억이 강하게 남아있을 거라는 점을 말하려는 것이다. 그 시절 옳았던 것도 있고, 틀렸던 것도 있고, 여전히 가치있는 것도 있고, 버려야 할 것도 있다. 그 두 가지를 정확히 가늠하는 게 사실 쉽지는 않다.
 
얼마 전 딸 유치원에서 전화가 왔다. 담임이었다. 딸이 놀다가 다쳤다면서 나중에 보게 되면 너무 놀랄까봐 전화했다고 했다. "괜찮아요. 놀다가 다칠 수도 있죠"라고 답했다. 담임은 "그렇게 생각해주시면 너무 고맙죠"라면서 전화를 끊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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