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 아침 아파트 단지 앞 산책로에 핀 꽃들을 돌보는 일로 하루를 시작하는 70대 노부부가 있다. 누가 시킨 일도 아닌데 이선영(71)·곽노분(70) 부부는 오늘 아침에도 꽃밭으로 발걸음을 옮긴다.

성정이 서글서글한 노부부의 특별한 관리를 받는 이곳은 충남 예산군 예산읍 발연교부터 아파트 상가동까지 이어지는 150여미터 구간으로, 폭 10여미터의 시냇물이 흐르는 실개천 옆으로 산책로가 조성돼 있다. 주변 우방·계룡 아파트 주민들이 산책을 위해 자주 이용하는 곳이다.

부부에게 지금은 일상이 되다시피한 산책로 주변 꽃 가꾸기는 어느덧 햇수로 7년째 접어들었단다. 부부는 실개천 주변의 무성했던 잡초를 뽑은 자리에 꽃을 심고 가꾼 결과, 산책로는 발연리 일원 주민들에게 계절별로 피는 다양한 꽃을 감상할 수 있는 화원으로 변모했다. 

사정을 잘 몰랐던 어떤 주민은 한동안 이를 '당연히 충남 예산군에서 관리하는 줄'로만 알고 있을 정도였다고 한다. 부부가 자신들의 산책로 꽃심기 활동을 드러내려 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부부는 실개천 주변 잡초를 제거하고 꽃을 심어 꽃밭을 가꾸는 일이 누구에게 인정받고 싶어서도 아니고, 심지어 아파트 주민들을 위해서 하는 일도 아님을 강조한다.

그저 "마치 자녀의 커가는 모습을 보듯, 반려 식물이 잘 크는 모습을 보는 것이 좋았을 뿐이고, 그렇기 때문에 꽃이 잘 클 수 있도록 오가며 잡초가 보일 때마다 뽑아주는 것"이라고 설명한다.

동네 주민들 마음 훈훈하게 만드는 선행
 
부부가 꽃을 심고 가꾸는 동기와 무관하게, 잡초에 풀밭으로 무성했던 실개천 주변이 화사한 꽃밭으로 바뀌자 인근 우방아파트 주민들과 계룡아파트 주민들은 생각지 못한 호사를 누리게 됐다. 이 또한 부부가 의도한 것은 아니지만 결과적으로 부부가 소박한 마음으로 실행한 꽃밭 가꾸기가 아파트 주변 공간을 아름답게 물들이고, 휴식을 즐기려 산책로를 찾는 동네 주민들의 마음을 훈훈하게 하고 있다.

신암 계촌리가 고향인 남편 이선영씨는 신암초등학교와 예산중학교를 졸업했다. 서울에서 고등학교를 나와 직장생활을 하던 중, 건강 상태가 안 좋았던 부친을 도와 농사를 짓기 위해 고향으로 돌아왔다. 부친이 작고한 뒤부터 운영하기 시작한 한국타이어 예산대리점을 30여년만에 정리할 무렵인 2017년에, 현재 부부가 거주하고 있는 우방아파트로 이사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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