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영국 북부 스코틀랜드(Scotland)에 산다. 며칠 전, 회전 로터리(round·about)에서 우회전을 하다가 사고가 나는 장면을 목격했다.   

회전 로터리에는 신호등이 없다. 도로가 만나서 자동차가 회전하려는 도로에 도착할 때까지 빙글빙글 돌아가는 로터리를 '라운드 어바웃'이라고 부른다. 도시가 클수록 라운드 어바웃에서 빠져나갈 수 있는 차로가 5-6개나 되기 때문에 크게 돌아야 하지만, 우리 마을은 3개의 차로가 전부다.

여기선 자기가 가려는 차로를 깜빡이로 알려주면서 천천히 조그맣게 돌면 된다. 무엇보다도 라운드 어바웃에서는 항상 '오른쪽에 있는 차량'이 우선이다.  
 
그날 사고는 라운드 어바웃에서 빨간 차가 우회전을 하고 있는데, 직진을 하려던 흰색 차가 앞으로 가려다 빨간 차를 박으면서 생긴 일이다(아마도 룰을 잘 몰랐던 게 아닌가 싶다). 빨간 차에서 한 여성이 내리더니 고래고래 소리부터 질렀다. 

"what the heck Fxxx are you doing?"

3번인가 소리쳤는데 F라는 단어가 5번이나 나왔다. 세다! 이윽고 흰 색차 조수석에서 문이 열리고 한 여성이 나왔다. 뭐라고 하시는 것 같은데 목소리가 잘 들리지 않았다. 이 분은 운전자의 엄마로 보였다. 왜냐하면 이 흰색 차량의 앞, 뒤로 'L'(Learner: 배우는 사람) 사인이 붙어 있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이 운전사는 운전면허 시험을 며칠 앞둔 '운전 교습생'일 것이다. 솔직히 흰색 차 바로 뒤에 있었던 나로서는 '쿵'하고 소리가 난 것도 아니라서 이렇게 차를 멈추고 언성을 높이지 않았더라면 사고가 났는지도 몰랐을 것이다.

그렇게 5분쯤 지났을까? 욕이 섞인 소리가 이제 여기저기에서 들렸다. 목소리가 하늘을 찌르려는데, 흰색 자동차 운전석에서 이제 막 20대가 됐을만한 어린 여성이 눈물을 뚝뚝 흘리면서 나왔다.

빨간 차에서 나왔던 여성은 그걸 보고는 잘 됐다 싶었는지 얼굴이 불에 달군 숯처럼 새빨개져서는 욕을 더 퍼붓는 모습이었다.

'아이고 어떡하나' 하며 속으로 마음을 졸이고 있는데, 옆에 있던 남편이 어느새 벌써 폭발한 마그마 사이로 걸어가고 있었다. 

"여기에 L사인이 있잖아요. 실수할 수도 있죠. 얘한테 그렇게 말하지 마세요!"

남편은 이번 3월에 운전면허를 땄다. 그전엔 'L' 사인만 일 년 정도 달면서 운전했기에 아마도 운전 교습생에게 마음이 더 갔을지도 모른다. 

"저도 이제 운전면허증을 딴 사람입니다. 얘 마음이 얼마나 힘들겠어요."

남편은 그리곤 어린 여자 아이 얼굴을 바라보면서 다시 힘주어 말했다. 

"운전을 포기하면 안 돼. 넌 할 수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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