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월부터 주 2회 경기도 파주의 어느 물류센터에서 일한다. 이전 연재에서 썼듯이 택배사에서 필요할 때만 일하는 것으로는 부족함이 있었다. 그런데 마침 사회 운동하며 알게 된 지인이 자기 회사 물류센터 일을 해 보겠냐는 제안을 해서, 두 번도 생각하지 않고 바로 수락했다.

주 2회 출근이지만 정식 근로계약을 맺고 4대 보험도 되고 시급도 넉넉히 계산되어 만족스러웠다. 아침 9시에 출근하여 오후 5시 퇴근할 때까지 오전에는 2종류의 종이상자를 꾸준히 만들고, 오후에는 그날 주문 물량을 넣고 포장하여 택배로 실어 보내고, 물건을 정리하는 일을 매일 반복한다. 점심시간을 빼곤 따로 쉬는 시간이 없이 계속 서서 하는 일이라 쉬운 일도 아니지만, 예전 택배하던 때와 비교해 보면 수월하게 느껴진다.

출퇴근의 고단함
     
 
사실 내게 더 힘든 것은 노동이 아니라 출퇴근이다. 경기도 광명 집에서 오전 6시 반쯤 버스와 지하철을 갈아타고 홍대입구역에서 광역버스를 타고 파주 헤이리로 가서, 거기서 다시 마을버스로 10분쯤 더 들어가야 작업장에 도달할 수 있다. 거의 민통선 근처다.

첫날 검색해 보니 집에서 직장까지 대중교통으로 2시간 반 안팎이 걸리니 하루 왕복 5시간이 걸리는 것으로 나왔다. 어려서부터 대중교통이 익숙했기 때문에 내게는 큰 부담은 아니었다. 어차피 오가는 동안 책이나 신문을 읽거나 잘 수도 있으니 무엇이 문제랴?

그러나 첫 주간 이틀을 나가보고, 현실이 생각이나 지도 검색과는 다르다는 것을 바로 알게 됐다. 출퇴근 시간에 광역버스를 타 본 일이 없으니 좌석이 없으면 버스가 정차하지 않고 그냥 가버린다는 사실을 몰랐다. 문제는 시내버스와 달리 한 대를 놓치면 다시 15분, 20분, 30분을 기다려야 하고 그렇게 몇 대만 보내고 나면 1시간이 쉽게 흘러버린다는 것이다.

일부러 집에서 일찍 출발했지만 아직 서울도 벗어나지 못한 채 출근 시간이 임박했다. 입이 마르고 발을 동동 굴렀지만, 보통 수도권처럼 버스든 지하철이든 하나가 막히면 다른 경로를 이용하는 방법도 없었다. 오전 9시가 거의 되어서 겨우 광역버스의 좌석이 생겨 올라타고, 50분 후 헤이리에 도착했지만, 이번에는 배차시간조차 검색되지 않는 마을버스를 또 타야 한다.

첫날은 하염없이 기다리다가 마을버스로 직장에 도착하니 무려 4시간이 걸렸고, 둘째 날은 헤이리에서 택시를 탔다. 모두에게 걱정을 끼치고서 며칠 만에야 드디어 해법을 발견했다. 검색에서 나오는 최단코스는 합정역에서 광역버스를 타야 하지만, 좌석이 없으면 무정차 통과한다는 현실을 감안하니 버스가 처음 출발하는 회차지점으로 거슬러 올라가는 게 해법이었다.

그래서 홍대입구역 회차 지점에 거슬러 올라가니 예상대로 바로 버스를 탈 수 있었고, 헤이리에 도착한 시간에서 20여 분 기다리면 항상 비슷한 시간에 마을버스가 와서 대개 8시 40~50분이면 직장에 도착할 수 있게 되었다. 해결! 그래서 이제는 2시간 반을 마음 편하게 다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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