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경기 부천 53번 버스기사다. 이 버스는 새벽 4시부터 새벽 1시 반까지 운행하며 인천과 부천 시내를 도는 노선버스다. '53번 버스나라'의 운전대를 잡는 나는 대통령이기도 하다.

그도 그럴법한 게, 우리 버스기사들끼리는 서로를 기사님이라고 부르지 않는다. 연배가 높은 기사님들이 태반이고 기사라는 이름보다는 '국장'이라는 직책으로 불리고 있다.  

대통령으로서 내가 매일 하는 일은 이렇다. 먼저 정거장마다 유심히 보고 한 명의 손님이라도 절대 놓치지 않고 태운다. 그리고 내 나라에 함께한 모든 국민들을 유심히 지켜본다.

새벽 첫차의 풍경은 어떨까. 대부분 모자를 눌러쓰고 마스크를 쓰신 은퇴한 세대로 보이는 대리기사 분들의 귀갓길, 새벽 시간 분주하게 움직이는 환경 미화원 분들, 아장아장 걸음마로 버스에 오르는 아이들. 그리고 똑같은 속도로 오르지만, 자신의 몸을 가누고 물건을 싣는 용도로 쓰이는 끌차를 젖 먹던 힘을 다해 들고 오르는 어르신들, 또 기사와 승객들에게 출발이 늦어져 연신 '미안합니다'라며 주위에 사과하는 모습들이 보인다. 

전체 내용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