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내 친구를 포함해 지인들의 부모님들은, 이미 돌아가셔서 거의 안 계시는 게 대부분인 것 같다. 간혹 친구 장모님이 돌아가셨다는 부고를 접하지만, 그것도 아주 드문 일이다.
     
어머니 또한 32년 전 급환으로 돌아가셨다. 현재 95세인 아버지께서 어머니의 짧은 생애를 대신해 살고 계신다는 생각이 가끔 든다.  
    
우리의 부모세대는 거의 다 가시고 없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대부분 돌아가셨다. 어찌 보면 지금 남은 우리들도 삶을 정리할 때인지 모른다.  
    
70대 친구들이 나를 만나면 늘 건네는 인사말이 있다. "아버지는 무고하신지?"라는 말. 오래전에 돌아가신 어머니를 염두에 두고 아버지 안부를 묻는 것이다.
     
그러면서 연로한 아버지가 곁에 있어 부럽다고 한다. 그 말이 왠지 고맙게 들린다. 내 안부를 포함해 아버지까지 염려해 주는 것이 고맙고 가상하기 때문이다.
      
한때 소원했던 어떤 친구는 노골적으로 내게 "아버지가 지금 살아계시냐" 물으며 갸우뚱한다. 내심 고약한 질문이라고 느꼈지만, 그 친구에게도 "아버지는 건재하다"라고 답을 한다.
      
이어지는 친구들의 반응은 대부분 비슷하다. "아버지가 계실 때 잘해드려"라는 말을 덧붙인다. 여기엔 자신들은 부모가 계실 때 잘해드리지 못했다는 회한이 묻어있다.
     
사실 아버지에 대한 측은한 생각을 시작한 계기는, 어머니가 돌아가시고 나서다. 쓸쓸하게 혼자 계신 아버지가 걱정됐다.
 
효도는 어려서부터 보고 배운 덕목이지만, 막상 성인이 되고서는 먹기 살기 급급했지 부모님 은혜와 고마움은 잊고 살았던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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