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2 딸과 단둘이 보령에 다녀왔다. 정말 좋은 기회였다. 1박2일 숙식이 무료였고 요즘에 꼭 필요한 '치유'라는 콘셉트를 표방한 여행 프로그램이었다.

딱 네 커플만 초대해 로컬푸드 체험을 하고 시골밥상으로 저녁을 먹고 농가에서 캠프파이어를 하고 농가 주인들과 함께 하룻밤을 보내는, 얘기만 들어도 절로 치유가 될 것 같은 아름다운 스케줄. 이름하여 보령시의 로컬여행 시범사업이었다. 

무엇보다 참여 조건이 신선했다. '엄마와 딸'이어야 한단다. 듣자마자 바로 친정 엄마가 떠올랐다. 아빠를 하늘나라로 보낸 지 1년밖에 안 돼 적적할 엄마와 이번 기회에 모녀간 여행을 한다면 좋은 추억이 될 수 있으리란, 자식이라면 누구나 할 법한 당연한 생각을 했다.

그런데 엄마에게 시간이 되냐고 물어보려 휴대폰을 잡는 손이 자꾸 머뭇거려졌다. 아무리 생각해도 영 내키질 않았다. 
 
최근 책에 실을 결혼에세이를 쓰면서 느끼는 감정이 문제였다. 지난 날 남편과 싸움이 일어날 때마다 문제가 되는 나의 불안, 감정을 무조건 참아내는 버릇, 돈에 대한 이상한 자존심, 사랑을 갈구하는 가슴 속 허한 마음들이 어쩌면 어렸을 적 아빠의 사업 실패로 매일 기도를 다니던 엄마의 부재에서 비롯되었을지 모른다는 생각. 그래서인지 엄마를 괜스레 미워하는 마음이 비집고 들어서고 있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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