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씨가 따뜻해지면서 퇴근 후 달리기를 시작했다. '아직 몸이 가볍구먼!' 자신을 과대평가했던 탓일까. 달리기를 시작한 지 이틀 만에 문제가 생겼다. 오른쪽 발목과 발바닥이 욱신거렸다. 운동화 바닥이 지면에 닿을 때마다 찌릿한 통증이 생겼다.

1시간을 생각하고 나갔던 달리기를 20분만 하고서 집으로 돌아오는 길. 맞은편 횡단보도에서 마침 신호등 초록불이 깜빡거리며 남은 시간을 알려주고 있었다. 빨간 불로 바뀌기 남은 시간은 15초. 평소 같으면 아무렇지도 않게 뛰었을 그 횡단보도를 건너지 못했다.

횡단보도 앞 그늘막 의자에 앉아 욱신거리는 발목을 손으로 주무르며 다음 초록불을 기다렸다. 시간도 생겼겠다 신호를 기다리는 사람들을 구경하고 있는데 한 할아버지가 신호가 바뀌기 전 횡단보도를 건너기 시작했다.

'어... 아직 빨간불인데, 저러다가 큰일나면 안 되는데...'

말릴 새도 없이 할아버지는 지팡이로 땅을 짚으며 횡단보도를 건너기 시작했다. 다행히 양옆으로 자동차가 가까워질 때쯤 신호등은 초록불로 바뀌었다. 신호가 바뀌자 모여있던 사람들은 횡단보도를 건너기 시작했다. 1/3 정도 앞서있던 할아버지를 한 사람 한 사람 추월하기 시작했고, 마지막으로 발목이 아팠던 내가 할아버지를 앞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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