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6일 저녁 한 달에 한 번씩 보는 남편 친구 부부 동반 모임이 있었다. 약속 장소가 집에서 4킬로미터쯤 떨어져 있어 시내버스를 타기로 했다. 오전에 이미 7킬로미터를 같이 걸었던 터다. 남편은 퇴직하고 웬만한 거리는 자동차를 이용하지 않는다. 나도 마찬가지지만 그동안 버스 탈 일은 별로 없었다. 조금 일찍 가 그 부근을 산책하다 시간에 맞춰 들어가기로 했다. 4월 중순인데 여름 날씨만큼이나 덥다. 거리에는 벌써 반팔 입은 이들이 많이 보였다.
 
아파트 입구에서 정류장까지는 50미터 남짓이다. 시내버스를 언제 탔는지도 가물가물하다. 나가자마자 버스가 왔다. 하필 하교 시간과 겹쳐 학생이 많았다. 정차하는 곳마다 학생들이 밀려 들어온다. 빈자리가 났는데도 거들떠보지 않아 자리 하나를 잡았다. 뒤를 보니 남편도 앉았다. 버스는 생각보다 거치는 곳도 많고 꽤나 먼거리를 돌았다. 도착하니 30분이나 남아 터널을 걸었다.

벤치에서 잠시 쉬기로 했다. 바지 뒷주머니에 손을 넣던 남편이 스마트폰이 없다고 한다. 내가 다시 호주머니를 뒤졌는데 아무것도 잡히지 않았다. 혹시 집에 두고 오지 않았나 생각해 보라고 하니 들고 나왔다는 것이다. 시내버스 의자에 앉았을 때 빠진 것 같았다. 누군가 주웠으면 받을 수도 있겠다 싶어 바로 전화를 걸었으나 신호만 갈 뿐 응답이 없다. 자동차를 타지 않은 걸 후회했다. 거금 115만 원이나 주고 바꾼 지 1주일도 되지 않은 최신 기기라 속이 더 상했다.
 

그 후로도 여섯 번이나 연락해도 똑같았다. 남편이 앉은 자리 주변에 중고등 남학생이 많았다. 버스에서 스마트폰이 울리면 누군가는 받겠지 했는데 희망 사항이었다. 차고지에 신고하면 도와줄 것 같아 전화하니 그곳도 받지 않았다. 혹시 집에 있을지 모르니 갔다 오자고 했더니 남편은 그냥 포기하잔다. 자기 물건 하나 간수 못 한다고 화도 내고 싶었지만 참았다. 이미 잃어버렸는데 감정만 상할 뿐, 더 큰일에 비하자며 마음을 다잡고 약속 장소로 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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