春宵一刻直千金(춘소일각직천금)
봄밤의 일각은 천금의 가치로다.


중국 시인 소동파의 春夜(봄밤)이란 시의 첫 구절에 쓰인 말이다. ​​​같은 봄이라도 남쪽 땅을 먼저 밟는 봄의 향기를 맡고 싶어서 작년에는 광양의 매화마을, 올해는 구례산수화마을에 갔었다. 새학기가 시작되기 전, 잠시라도 부지런하게 생동하는 봄의 기운과 향기를 체득하고 나면 분명 올해도 건강하게, 잘 살아질 거다라는 자기암시였다.
 
어디를 가든지 손에 시집 한 권과 그 지역의 인물 역사 관련 이야기 책 하나 들고 출발하면 그 어떤 간식도 필요없을 만큼의 달콤한 시간, 말 그대로 소확행이다. '일상에서 벗어나라'고 늘 생각하지만 어디 그게 쉬운 일이던가. 그래서 책을 통해, 사람을 통해서 여행을 하면서 때론 예기치 않은 놀라운 발견을 하기도 한다.
며칠 전 작년 책방 행사에서 처음 만났던 <꽃도 서성일 시간이 필요하다>의 저자 안준철 시인의 특별한 초대를 받았다. '한 권의 시집을 완독하는 줌 완독회'라는 주제를 가진 자리였다. 암기해서 발표하는 시낭송의 개념이 아니고 친구들과 고요한 수다떨듯, 좋아하는 시 한 편 골라서 읽어보는 낭독이라는 말에 이내 신청했다.

코로나 이후, 사람들의 의사소통 수단 중 ZOOM(줌)은 매우 유용한 소통도구였다. 학생들의 수업을 진행하기도 하고, 지인들과 온라인 만남을 하는 등, 그 어두운 코로나 시기에 빛처럼 밝은 길을 보여주었다. 그 후로 다양한 SNS소통도구들이 나와서 잠시 트렌드(유행)를 따라가느라 줌보다는 다른 앱을 사용했지만 여전히 매력적인 소통앱이다.
 
'2024줌 완독회'의 포스터를 보니 12권의 시집과 시인들을 만날 수 있었다. 지나가버린 1월 김영춘 시인의 <다정한 것에 대하여>와 2월 김이듬 시인의 <투명한 것과 없는 것>에 대한 완독회를 미리 알지 못함은 매우 아쉬웠다. 안 시인의 초대를 받아서 이제라도 이런 행사를 알게 되었으니 얼마나 다행이던지.

처음 참여한 사람을 위해 진행 과정을 설명한 이종민 교수를 비롯하여 30여 명의 낭독참여자를 모니터 화면으로 만났다. 그중에는 이미 유명한 시인들도 있었고, 전문 시 낭송가부터 나 같은 왕초보 낭독입문자까지 있었다. 무엇보다 낭독 후 그들의 말을 통해 문학(시)에 대한 깊은 소양과 애정을 가진 사람들임을 단번에 알 수 있었다.
 
3월의 책, 안준철 시인의 <나무에 기대다>(2021 푸른사상사)는 70편의 시로 구성된 시집이다. 총 4부로 나뉘어져 있으며, 시인이 경험한 일상의 사계절을 편안하게 담소 나누는 듯한 시어들로 독자에게 전해준다. 줌에 참여한 독자들은 좋아하는 시 2편 이상을 낭독했는데 처음 참여한 나는 시인께서 추천해준 시 <수레국화 물수레국화>를 낭독했다. 무대에 선다거나 하는 일에 익숙치 않은 나로서는 줌 낭독이야말로 참 편안하고 즐거운 무대였다.
 
원래 예상했던 시간은 약 3시간이어서 처음엔 의아했다, 도대체 어떻게 진행되길래 시집 한 권 읽는 시간이 이렇게도 길까. 독자가 한 편의 시를 읽고, 소감이나 질문을 하면 시인이 그에 대한 대답을 들려주는 형식이었다. 만약에 오프라인에서 만나는 작가와의 만남이라면 분명 장시간의 진행에 지쳐하는 사람들도 있었을 것이다. 다행히도 각자의 편안한 장소에서 얘기를 주고 받는 실시간 온라인 만남이어서 가능한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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