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이 빠졌다. 무엇에? 골프도 아니고, 영화도 아니고, 아내인 나는 더더욱 아니고... 바로 '알O'에. 

이 업체는 중국 이커머스 플랫폼으로, 극강의 가성비를 자랑한다. 한때 사랑했던 인터넷 쇼핑도 나이가 들어 귀찮아서 안 했더니, 한동안 우리 집에는 택배가 올 일이 별로 없었다. 그런데 요즘은 하루가 멀다 하고 현관 앞에 택배가 쌓여있다. 더군다나 그 택배들은 머나먼 나라, 중국에서 날아온 것이다. 

어떤 날은 핸드폰 케이스, 또 어떤 날은 제빵 도구, 허리벨트, 충전기, 차량용품... 별별 물건들이 매일같이 오는데, 처음엔 그러다 말겠지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날이 갈수록 택배 오는 날의 빈도와 양이 점점 늘어나는 것이 아닌가. 심지어 아이들까지, '아빠 알O 중독 아니야?'라고 걱정을 하기 시작했다. 
 
매일 밤 남편은 침대에 누워 알O 사이트에 들어가 아이쇼핑을 즐긴다. 그러다 다짜고짜 내게 '이거 필요 없냐'라고 묻는다. 나는 심드렁하게 필요 없다고 하는데, 그는 "아냐, 사놓으면 필요할 거야"라며 내가 말릴 새도 없이 구매 버튼을 눌러버린다. 그리고는 꼭 이 말을 덧붙인다.

"에이, 그래봤자 n천 원인데 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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