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달루페산맥 국립공원(Guadalupe Mountains National Park)은 우리가 5일 동안 묵었던 뉴멕시코주 칼즈배드에서 남쪽을 향해 자동차로 약 80km를 달려야 나타난다. 뉴멕시코주에서 텍사스주로 주 경계를 넘어야 하지만, 칼즈배드는 과달루페산맥 국립공원에서 가장 가까운 도시이고 휘발유를 넣을 수 있는 곳이다.

62/180 고속도로를 달리다 보면 눈앞에 하늘이 활짝 열린 느낌이다. 아니, 하늘이 열렸다기보다 돔형의 거대한 하늘을 머리에 이고 있다는 표현이 맞다. 그야말로 사방팔방 아무것도 없는 메마른 평야만 보인다. 그곳 서쪽에 과달루페산맥이 성벽처럼 남북으로 길게 우뚝 솟아 있다. 
 
과달루페산맥 국립공원에는 공원을 관통하는 도로가 없다. 따라서 공원을 즐기려면 주차장에 차를 놓고 짧거나 긴 트레일을 두 발로 오르내려야 한다. 약 13.5 km에 달하는, 텍사스에서 가장 높은 과달루페 정상(Guadalupe Peak: 2,667m)에 오르는 트레일과 6.2km의 악마의 회랑(Devil's Hall) 트레일 등을 비롯한 길고 짧은 그리고 외떨어지고 조용한 트레일이 여러 개 있다. 

과달루페산맥은 지질학적으로 고생대 페름기 시대에 속하는데, 페름기 시대란 약 3억 년 전에 시작하여 2억 5천만 년 전까지 이르는 시기다. 과달루페산맥은 숫자만 보아도 어지러운, 멀고 먼 옛적에 생성된 페름기 화석 암초로 이루어진 산인 셈이다. 1966년에 국립공원으로 지정되었으나 하이킹 이외에는 특별한 야외 활동을 할 수 없어서인지 미국 전체 63개 국립공원 중 12번째로 방문객이 적은 곳이다.

화이트샌즈 국립공원에서 이색적인 새하얀 트레일을 걸은 후, 이번 여행에서 가장 긴장되고 하이라이트라 할 수 있는 과달루페 정상에 올랐다. 우리가 방문했던 3월 말은 얼었던 산봉우리의 눈은 녹고 강렬한 태양이 뜨거워지기 전이라 과달루페산맥을 오르기에 가장 적절한 시기였다. 여기저기서 힘든 산이라고, 체력 안배가 필요하다는 말을 들은 터라 점심용 샌드위치를 비롯한 물과 간식을 넉넉히 챙겼다.

결론부터 이야기하자면 한국의 지리산이나 설악산을 오른 경험이 있다면 충분히 오를 수 있는 산이었다. 거리는 백무동을 거쳐 천왕봉까지 올라갔다 내려오는 지리산 등반과 비슷하나 올라가는 높이는 지리산보다 500m 정도 낮다. 다만, 산이 나무 없이 노출되어 있고 자갈 바위가 어지럽게 널려있는 거칠고 메마른 산길에 몸이 휘청거릴 정도로 바람이 세다는 점이 조금 더 힘들다고 할 수 있겠다.
 
과달루페 정상 코스는 파인 스프링스 트레일헤드(Pine Springs Trailhead)에서 시작한다. 편도 6.4 km 중 처음 2km 정도는 지그재그 오르막길로 가파르고 메마른 돌길이다. 가장 힘든 구간이기도 하다. 힘든 구간이 거의 끝나가는 지점에서 잠깐 숨을 고르며 산길 아래를 내려다보았다. 깊은 협곡 위로 보이는 바위로 이루어진 산세가 웅장하고 심상치 않았다. 이게 '페름기 암초이던가'라 생각하며 계곡 넘어 평야를 바라보니 오는 길에 보았던 허허벌판과 그리고 하늘과 맞닿은 지평선이 까마득히 보였다.

오르막길은 1km 정도 더 계속되다가 산 뒤편의 그늘진 길로 접어들며 다소 편안해졌으나 이번에는 바람이 거셌다. 계곡에서 "휙~"하며 바람이 부는데 몸이 휘청하며 바위 쪽으로 쏠렸다. 
전체 내용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