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초등학교 5학년인 아이가 들려주는 동급생들의 이야기를 바탕으로 어린이 관점에서 재구성한 글입니다.

안녕하세요. 저는 서울 ㅇㅇ초등학교 5학년 어린이입니다. 5월에는 어린이의 이야기를 들어주는 어른들이 많으니까 꼭 이야기하고 싶은 것이 있어서 글을 쓰게 되었습니다. 초등학교 5학년이면 이제 중학교 공부를 준비해야 한다고 이야기하는 어른들이 많아요. 그런데 착하고 똑똑한 우리 담임쌤은 그런 것보다 더 중요한 것들이 있다고 말해요. 제 친구들은 엄마아빠한테 하고 싶은 말이 너무너무 많지만 꾹꾹 참아요.

우리는 학교에서 국어, 영어, 수학, 과학, 사회도 배우지만 놀이도 배워요. 인성놀이라고 들어보셨나요? 인성놀이 시간에는 문제집을 풀거나 학원 숙제를 할 수 없어요. 책상을 다 치우고 둘러앉거나 체육관에서 정해진 놀이를 해야 하거든요. 땅따먹기, 수건 돌리기, 얼음땡, 고무줄, 줄다리기, 공기놀이...... 엄마는 제 이야기를 듣고 이상하다고 말씀하셨어요. 왜 인성놀이라고 부르냐고요.

쌤이 그러시는데 우린 자라서 지금 어른들보다 더 훌륭한 어른이 될 거래요. 멋진 어른이 되려면 서로를 돕고 아껴주는 다정한 마음이 필요한데, 친구들이랑 싸우지 않고 즐겁게 잘 놀다 보면 그런 마음이 만들어진대요. 그런데 우리가 너무 안 논다는 거예요! 매일 학원 가고, 남는 시간엔 유튜브 보고, 게임하느라 서로를 이해할 시간이 부족해져서 작은 일에도 서로 싸우게 되는 거라고요. 함께 어울려 놀 시간도 없는 우리가 불쌍해서 학교에서 놀이를 가르치기로 결심했대요.

우리 반 아이들이 제일 힘들어하는 게 학원숙제거든요? 학원을 다니는 친구들은 많이 힘들어하지만 엄마한테는 말할 수 없대요. 엄마가 '다 너 잘 되라고, 사랑하니까 이런 걸 시키는 거야'라고 말하면 아무 말도 할 수 없대요.

정말로 사랑한다면 괴롭히지 말고 그냥 돈으로 달라고 말하는 친구도 있을 만큼 힘들어해요. 용기 내서 힘들다고 말하면 '힘들어도 어쩔 수 없다'고 말하는 엄마도 있대요. '다른 아이들도 다 하는 건데 징징대지 마'라고 하기도 한대요. 우리는 서로 다른 유전자를 받고 태어난 사람이라서 공장에서 만든 똑같은 모습의 장난감이랑은 다른데 왜 비교할까요. 힘들다고 하면 제발 믿어주세요.

쌤은 착해야 훌륭한 어른이 된다고 말해요. 이태영 변호사를 아세요? 우리나라 최초의 여성 변호사인데 가여운 사람들을 지나치지 못하셔서 독립운동가, 인권 변호사로 활동하셨대요. 쌤은 서울대를 나온 공부 잘하는 사람은 많지만 이태영 변호사처럼 훌륭한 사람은 많지 않다고 하시며 공부보다 더 중요한 것은 사람을 사랑하는 마음이라고 하셨어요. 사람을 미워하고 질투하면서 공부를 잘하면 괴물이 된대요.

우린 사회시간에 훈맹정음을 만드신 박두성 선생님에 대해서도 공부했어요. 춘향전에 나오는 심봉사는 우리나라의 가장 유명한 시각장애인이시잖아요. 그분은 운이 좋아서 시력을 되찾았지만 다른 많은 시각장애인들은 그럴 수가 없대요. 박두성 선생님은 모든 사람들이 글을 읽었으면 하는 예쁜 마음으로 한글점자를 만드셨다고 해요.
 
옛날에는 어린이란 단어가 없었대요. 그래서 우리를 어린놈, 어린년, 애새끼, 자식이란 단어로 불렀는데 아이들을 불쌍하게 여긴 방정환 선생님이 어린이란 단어를 만드셨대요. 어린이 잡지도 만들고 어린이들에게 꿈과 희망을 심어줄 수 있는 동화, 동요, 동시를 어린이들에게 가르쳐주셨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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