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페를 폐업했다. 10년 동안 이어온 생업을 끝내기로 결정한 건, 내 삶의 중심이 카페보다 글로 옮겨간 때문이었다. 더 늦기 전에 글방을 내고 싶다는 꿈을 실현해 보기로 했다.

아무리 내가 바라는 길로 간다지만, 10년 동안 해온 일을 관두는 게 쉬울 리 없다. 고민만 꼬박 1년을 했고, 결정을 내리면서도 수십 수백 번 곱씹고 뒤돌아봐야 했다. 어렵게 결정한 폐업이기에 카페 문을 닫고 나면 한동안 마음이 허전할 것 같았다. 혼자 질질 울지는 않을까 염려했던 것도 사실이다.
 
이런 내 예상은 단 하루 만에 보기 좋게 빗나가고 말았다. 짐 정리를 시작하면서부터였다. 새롭게 공간을 꾸미자니 기존 살림살이를 하루빨리 정리해야 했는데, 하나부터 열까지 그동안 쓰던 물건의 향후 거처를 정해야 했다.

더 쓸 물건인가, 버릴 물건인가. 버린다면 재활용이 되느냐 안 되느냐. 구석구석 박힌 10년의 살림살이를 모조리 꺼내니 양이 만만치 않았다. 이 모든 살림의 거처를 정한다는 게 결코 쉬운 일이 아니었다.
 
보자마자 단번에 판단이 내려지는 물건이 있는가 하면, 아무리 생각해 봐도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를 물건들도 많았다. 어제까지 쓸모 있던 물건이 하루아침에 갑자기 쓰레기로 변하는 모습을 보자니 마음이 편치 않았다. 나의 선택이 다량의 쓰레기를 생산하는 것이었다니. 아쉬움에 울기는커녕 눈앞의 황당한 현실에 망연자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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