멕시코를 여행중이다. 우리 부부가 머물고 있는 곳은 바하칼리포르니아반도의 남쪽, 북위 24.1도에 위치해 있는 라파스이다. 열대와 아열대를 가르는 북위 23.5도의 북회귀선에 가까운 만큼 사막 식물이 주를 이룬다.
 
숙소 주인은 옥스나르(Oxnar)와 옥스나르의 어머니, 재클린(Jacqueline)이다. 재클린은 몇 년 전 대지 500여 평에 달하는 이 집에서 식물원을 운영하기도 했다. 정원사인 재클린과 어머니를 대신해 이 정원을 관리하고 있는 옥스나르와 함께 정원의 식물들을 공부하면서 선인장에 대해 더 많은 흥미를 가지게 되었다.
 
선인장은 아메리카 대륙이 원산지이다. 그중에서도 이곳 멕시코는 종의 밀도가 가장 높은 곳이다. 선인장의 한자는 '仙人掌'이다. 신선의 손바닥, 선인장을 바라보는 중국인의 시각을 짐작할 수 있다. 가혹한 환경 속에서도 살아남은 선인장은 불멸의 신선으로 여겨질 만했을 것이다.
  
 
지구상에 존재하는 선인장과에 속하는 선인장 종은 약 2,500여 종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이 선인장들은 주로 열대, 아열대의 건조한 환경에서도 생존할 수 있지만 그렇다고 물이 없는 곳에서 생존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적어도 연 강우량이 20mm 이상은 되어야 한다. 건조한 환경에서도 생존할 수 있도록 생존의 기술을 연마한 것이다.
 
금호선인장이 원처럼 둥근 모양을 한 것은 많은 물을 저장하기 위한 노력의 결과이다. 이 선인장의 스페인 이름 'Cactus barril dorado'을 영어로 번역하면 'golden barrel cactus'이다. 'barrel'이 액체를 담는 용기인 만큼 이 선인장의 물 저장 능력을 이름에 반영한 것이다.

다른 선인장들도 장기간 가뭄에서도 살아남을 수 있을 만큼 물을 충분히 저장할 수 있는 두터운 다육질의 줄기를 가지고 있다. 가시는 잎이 변해서 된 것이다. 이런 변이를 통해 잎으로 덮인 표면적을 줄임으로써 증산(잎에서 물이 증발하는 과정)을 통한 수분 손실을 최소화하고 정지 공기층을 만들어 추운 밤에는 열 손실을 줄이고 낮에는 과열을 방지하는 효과도 거두었다.

표면은 수분의 손실을 최소화할 수 있는 큐티클이라는 왁스층으로 덮여있으며 CAM(Crassulacean Acid Metabolism 크라술라세안 산 대사) 광합성을 한다. CAM은 수분 손실이 많은 낮이 아니라 밤에 기공을 열어 이산화탄소를 흡수하므로 물 사용 효율을 높일 수 있다. 이슬에서도 빠르게 습기를 흡수할 수 있다. 이것은 선인장이 가혹한 조건을 견디는 몇몇 기예들이다.
  
 
멕시코가 원산이 식용 선인장인 노팔(Nopal 가시배선인장)은 원주민들의 식량원 역할을 했고 멕시코의 국장 디자인에도 도입된 문화적 상징이기도 하다. 제주 월령선인장군락지의 부채선인장은 이곳 노팔선인장 씨앗이 해류를 타고 태평양을 건너가 싹을 내어 군락을 이룬 것으로 학자들이 추측하고 있다. 아프리카나 아시아 각국의 해안 선인장군락지들도 같은 이유로 보고 있다.
 
밤에 짙고 달콤한 향기를 내며 단 한 번 꽃을 피우는 달빛 선인장, 셀레니세레우스 그랜디플로러스(Selenicereus grandiflorus)를 생각하면 낭만적이 된다. 나무나 바위에 착생하는 이 선인장은 경쟁이 치열한 낮에 향기 없는 꽃으로 나비나 새를 유혹한다.
  
 
꽃이 핀 금호선인장의 사진을 찍고 있는 아내에게 재클린이 물었다.
 
"이 선인장을 멕시코에서는 어떤 이름으로 부르는지 아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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