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운동하러 나가면 자주 마주치는 사람이 있다. 휠체어를 탄 할머니와 보호자로 보이는 젊은 여자이다. 거동이 불편한 어른에게 바람이라도 쐬게 하려고 나온 모양이다.

다정한 두 사람을 보니 자꾸만 엄마가 생각났다. 이렇게 봄꽃이 필 때면 더 그렇다. 목련이 고고한 자태로 꽃망울을 터뜨리고 벚꽃도 개화를 서두른다. 그런 몸으로라도 봄기운 가득한 공기와 아름다운 꽃을 볼 수 있는 어르신이 부럽다. 나는 동의하지 않지만 '개똥밭에 굴러도 이승이 저승보다 낫다'라고 하지 않던가.
 
3년 전 이맘때 육종암으로 투병 중이던 엄마를 휠체어에 태우고 꽃이라도 마음껏 보게 하려고 땀 뻘뻘 흘리며 동천 이곳저곳을 돌아다니던 기억이 새롭다. 병이 깊어질수록 우울해하며 말이 없어져 자식들 애를 태웠다.

자식인 우리는 엄마를 조금이라도 웃게 하려고 별짓을 다했지만 소용이 없었다. 평소에 좋아하던 꽃 한 송이를 꺾어 귓등에 꽂으며 예쁘다고 해줘도 그저 멍하게 쳐다볼 뿐이다. 그런 엄마가 휠체어 미느라 힘드니 쉬면서 하라며 날 걱정하며 던진 그 말이 지금껏 머릿속을 떠나지 않으며 가슴을 후빈다. 가족을 위해 몸이 부서져라 일만 하다 좋은 시절은 살아보지도 못하고 결국 병만 얻은 엄마에 비하면 그까짓 게 뭐라고, 생각하면 슬프다.
 
엄마는 한복 바느질을 해 우리 가족을 먹여 살렸다. 쫄딱 망한 집으로 시집와 살길이 막막해 시작한 바느질이 생계 수단이 됐다. 아기를 낳고도 허구한 날 굶는 새댁(엄마)이 안돼 보였는지 이웃 아주머니 한 분이 쌀을 주면서 한복이라도 지어 보라는 말을 하더란다. 그 말을 헛듣지 않고 한복 한 벌을 구해다 일일이 뜯어 이리저리 맞춰 보고 노력한 끝에 스스로 요령을 터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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