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은 가만히 있는 게 힘들다. 어른들은 움직이는 게 힘들다. 거기서 모든 어려움이 시작된다. 아이들은 "놀자"고 말하고, 어른들은 "쉬자"고 말한다. 춤을 멈출 수 없는 '빨간 구두' 동화 속 주인공처럼 아이들은 끊임없이 꼼지락거린다.

게다가 아이들의 꼼지락거림은 지속성이 떨어진다. 이것 조금 하다가 바꾸고, 저것 조금 하다가 바꾼다. 아이들과 노는 것도 힘든 일이지만 계속 바뀌는 아이들 변덕도 어른들에겐 참 어렵다.
 
몇 년 전 갑자기 호기심이 생겨 1시간짜리 실험을 진행했다. 어떠한 신호도 주지 않을 때 아이는 놀이 지속 시간이 어느 정도 될까. 아들이 네 살 때였다. 한여름 저녁 8시에 집을 나섰다. 우리 아파트엔 놀이터가 네 개다. 일단 한 놀이터에서 놀자면서 집을 나섰다. 한 놀이터에서 적당히 놀다가 집에 들어갈 생각이었다.
 
아들은 시소를 탔다. 시계 타이머를 눌렀다. "아빠, 나 미끄럼틀 탈래." 아직 1분이 지나지 않았다. "아빠, 나 그네 탈래." 또 1분 미만. "아빠, 나 징검다리 건널래." 또 1분 미만. "아빠, 나 철봉 매달릴래." 모두 다 1분 미만이었다. 순식간에 아파트 안에 있는 놀이터 네 개를 '클리어'하고 맞은편 아파트로 원정을 나섰다. 아들은 세발 자전거를 타고 나는 뒤를 '졸졸' 따라갔다.
 
아파트 안에 있는 놀이터도 모양이나 구성이 다르고, 아파트마다 놀이기구가 또 다르다. 맞은편 아파트엔 트램펄린이 눈에 띄었다. 맞은편 아파트에 있는 놀이터를 모두 돌았는데도 1시간이 지나지 않았다. 놀랄 만한 일이다. 모두 세 개 아파트 놀이터를 한 번씩 다 맛보고서야 1시간 여행은 끝났다. 그날 시계 타이머로 확인한 결과 어른이 아무 말도, 아무 반응도 보이지 않았을 때 놀이 지속은 모두 1분 이내였다.
 
혹시 우리 아이가 ADHD? 그렇진 않다. 내가 보기에도 아내가 보기에도, 아들을 본 주위 사람들 그 누구도 ADHD 같다는 말을 하지 않았다. 우리 부부가 보기에 아들은 제법 끈기가 있는 편이다. 그런데도 모든 놀이가 1분 이내에 끝난다는 건 상상 이상이었다. 등에 서늘한 그 무엇이 훑고 지나갔다.
 
그날 사건 이후 아이가 '하자'고 하는 걸 다 따라 하는 건 불가능하다는 결론에 이르렀다. 1분짜리 놀이를 계속 따라다니며 호응해주는 건 참 힘들고 피곤한 일이다. 별로 즐겁지도 않다.

나도 즐겁고, 아이도 즐거우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많이 고민했다. 장난감으로 놀기, 그림판에 그림 그리기, 트램펄린에서 뛰기, 블록 조립하기. 아이가 할 수 있는 그 무엇을 해도 내가 재밌지 않았다. '윈-윈'할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
 
오랜 고민 끝에 결국 찾아냈다. 삽질. 군대 다녀온 사람이라면 다 아는 그 '삽질'이다. 

그렇게 시작된 삽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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