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 일요일 오후의 일이다. 평일에는 학원에 다니느라 바쁜 아이들이 일요일에는 집에서 뒹굴고 싶다고 주장했다. 

'그래, 그럴 수도 있겠다' 싶어 '방콕'을 선언하고 아이들과 함께 종일 집에 있었다. 중학교 2학년인 큰 딸과 초등학교 3학년인 막내딸은 방에 틀어박혀서 그림 그리기에 여념이 없었다.

초등학교 5학년인 아들이 거실에서 텔레비전을 보다 말고는 피아노를 치며 노래를 부르기 시작했다. 갑자기 생각이 났다며. 

'엄마, 잘 들어봐. 

어쩌고 저쩌고... 블라 블라. 그러니까 너 T야? 
그러니까 어쩌고 저쩌고... 그러니까, 너 T야?' 


평소 악동뮤지션과 가수 비오를 좋아하는 아들은, 이날 힙합도 아니고 랩도 아닌 말을 흥얼거리다 후렴구처럼 '그러니까 너 T야?'를 스타카토를 넣어 강조하면서 낄낄댔다.

그런데 가만히 듣다 보니 아들이 하는 말(노래 같은데, 차마 노래라고 부를 수는 없는)은 누나와 여동생의 성격유형을 빗대서 놀리는 말이었다. 

중학생인 딸은 MBTI(The Myers-Briggs Type Indicator, 성격유형검사) 신봉자다. 학교에서 친구들과 MBTI검사를 하고 분석하는 것을 좋아한다. 언니 따라쟁이 막둥이도, 누나가 하는 말은 무조건 따르는 남동생도 덩달아 MBTI로 사람들을 분류한다.

며칠 전 10분 정도의 검사를 통해 자신들의 MBTI를 알아낸 아이들이 나와 남편 옆에 오더니 핸드폰을 보며 질문을 던지기 시작했다. MBTI는 오래 생각하면 안 된다고 하면서, 질문하는 즉시 답할 것을 요구했다. 우리 부부는 성실하게 아이들이 묻는 질문에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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