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물차 구입은 어떻게 하지?'
'화물운송종사자격 취득과 면허는?'


이런 상황은 그저 영화적 표현인 줄만 알았다. 갑자기 귀가 닫혔고, 즉시 대뇌에는 새로운 안건이 상정된 것이다. 인생의 선택이... 이렇게 찰나에 결정되는구나.

바로 몇 초 전까지만해도 부서원들과 함께 차년도 주요업무 추진계획 작성을 위해 아이디어를 짜내며 집중한 상태였기에, 10년 넘게 몸담은 기상청에서 퇴직하려는 나의 고민은 그저 누구에게나 한번씩 찾아오는 홍역 정도로 여기고 있던 바였다.

"어렵게 마음 정한 거라 네게 말할 거지만, 사실 오늘 아침에 그냥 나 생각한거야."

H.O.T.가 불렀던(NCT DREAM이 재작년 리메이크 했다!) '캔디'의 가사처럼, 인생의 가장 무거운 결정일지 모를 퇴직을 '그냥' 선택해 버렸다. 회사에 악감정이 있어서 감정적 퇴사를 한 것은 전혀 아니다. 우리 모두 꿈꾸는 '상상 속 미친 짓'을 실행하기로 결정했을 뿐.

총괄예보관실 근무 시절, 비번일마다 50cc 스쿠터를 타고 전국여행을 하며 들었던 '화물 운송업에 종사하면 여행하면서 돈을 벌 수 있겠는데?'라는, 지금 생각하면 세상 물정 모르는 멍청이 같은 생각 덕에 '미친 짓'에 시동을 걸어 버렸다.

"원에 의하여 그 직을 면함"

그리하여 소중한 분들의 만류와 많은 분들의 응원을 지나, 나의 이름이 명시된 퇴직 문서를 마주했다. 이후 화물차 구입, 운송자격 취득, 국민연금과 건강보험 전환, 운송면허 취득, 사업자 등록 등으로 보름의 시간을 보낸 뒤 마침내 화물차 운전기사로서 전국을 유랑하는 새 인생을 시작했다.

장단점은 확실하다. 자유롭다. 육체적, 정신적 측면에서 무척, 엄청, 매우, 너무 자유롭다(놀랍게도 기상청 시절이 육체적으로도 더 고됐다). 반면 경제적으로 '안' 자유롭다. 월급이 매달 따박따박 나오던 시절에는 경기의 흐름 따위 생각할 이유가 없었지만, 이젠 매일매일 변화하는 거시적이고도 미시적인 경제적 흐름에 그대로 노출되어 살아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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