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금산 출렁다리
 
한 치 앞을 모르는 게 '인생'이라고 한다. 천하를 호령하던 권력자도 총 한 방으로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지기도 하고, 감옥에서 숨죽이며 살던 사형수가 어느 날 천하를 움켜쥐기도 하는 게 인생이기도 하다. 소년시절 남의 다리 밑을 기어가던 별 볼일 없던 한 아이(한신)가 나중에 왕이 되는 이야기도 있고, 대학교 본관을 짓는 데 돌덩이를 어께에 지고 나르던 노동자가 대한민국 최대 갑부가 돼 소떼 일천 마리를 트럭에 싣고 귀향을 했던 한 재벌(정주영)도 있었다.
 
나는 올해로 15년째 원주시민으로 살고 있다. 이전에 원주는 '군사도시'로만 알았을 뿐 나와도 전혀 인연이 없던 고장이었다. 현직 교사시절 수학여행단을 인솔 때 당시, 서울 경서중학교 수학여행단의 모산 건널목 사건으로 서울시 교육위원회에서 단체 전세버스 수학여행은 불허할 때였기에 어쩔 수 없이 청량리에서 원주까지 열차여행으로 원주 역에 발을 디뎠던 기억, 그리고 동해안 해돋이를 보고자 밤 열차로 이곳을 지나쳤던 추억이 있었다.
 
그런 원주를 나는 15년째 둥지를 틀고 살다니. 지난 2010년 10월 이후 줄곧 원주시민으로 살면서 일대 가까운 곳은 산책으로, 또는 역사 답사로 거의 다 내 발길이 닿았다. 그런데 가까운 간현 유원지 소금산 출렁다리는 근처까지는 가 보았지만 정히 현장은 여태 가보지 못했다. 간혹 서울에 사는 친구들이 출렁다리를 다녀갔다는 소식도 전했지만 그때마다 나는 지역 사람답지 않게 잘 모르는 듯 행세했다.
 
신록의 계절
 
바야흐로 신록의 계절, 모처럼 날씨조차도 쾌청했다. 한 이웃이 원주 시 문화관광해설사인 바, 그는 이번 주말이 간현유원지 근무라고 나에게 동행을 권유하기에 따라 나셨다. '신록의 달'이요, '계절의 여왕'이란 5월을 코앞에 둔 때라 온 누리의 신록은 절정으로 그곳 가는 도중 어린이처럼 탄성을 연발했다. 막 돋아난 새싹과 잎들이 그렇게 귀여울 수가.
 
간현유원지에 도착한 뒤 숱한 관광객들을 따라 출렁다리에 오르고자 산행을 시작했다. 그곳에서 출렁다리까지는 578계단을 올라야 했다. 사전 준비 운동도 하지 않고 복장조차도 갖추지 못해 오름길이 팍팍했다.

지난날 전방 보병 소총 소대장 시절에는 계단이 아닌 험준한 산길도 노루나 산양처럼 마구 뛰어다녔는데 이제는 원주 시에서 마련한 나무 계단과 오름길 손잡이를 잡으면서도 도중에 몇 차례 쉬어야만 했다. 그런데 산길을 오르면 계단과 계단 사이에는 총계단 수 578이라는 숫자와 거기까지 오른 숫자, 그리고 계단과 계단 중간에는 인생에 대한 경구들이 씌어 있어 그것들을 확인하면서 오르는 맛은 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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