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등학교 1학년 학생들과 수업을 할 때면 으레 "우리말에 불규칙 동사가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니?"라고 묻곤 했다. 학생들 대다수가 금시초문이라고 했다. 퇴직한 다음, 주위 사람들에게 똑같이 물어보았더니 비슷한 대답이 돌아왔다.

영어에 불규칙 동사가 있다는 사실은 잘 알고 있는데 우리말에 불규칙 동사가 있다는 사실은 잘 모르고 있었다. 고등학교 교육 과정에 우리말 문법을 가르칠 과목이 개설되어 있기는 하나, 그 과목이 선택 과목인지라 그 과목을 수강하지 않으면 우리말 문법을 체계적으로 배울 기회가 없어 생기는 일인 듯하다.

우리말에는 '불규칙 용언'이 있다. 형용사와 동사를 아울러 용언이라고 부른다. 우리말에서 규칙 용언과 불규칙 용언을 가르는 기준은 무엇일까? 용언을 활용할 때, 어간 또는 어미가 변하지 않으면 규칙 용언, 변하면 불규칙 용언이다. 

용어를 개념 정의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 '깨끗하다'라는 단어에서 '-다'를 제외한 '깨끗하-'가 어간, '-다'가 어미이다. 마찬가지로 '맑다'라는 단어에서는 '맑-'이 어간, '-다'가 어미이다. 용언의 어간에 다양한 어미를 붙이는 일을 '활용'이라고 한다. 즉 '깨끗하다'를 활용하려면 '깨끗하고, 깨끗하니, 깨끗하면, 깨끗한데'와 같이 '깨끗하-'라는 어간에 여러 가지 어미를 붙이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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