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마다 대리운전을 하러 나간다는 것이 부끄러울 일은 전혀 아니지만, 그렇다고 굉장히 씩씩할 리도 만무하다. 관성에 몸을 떠맡기듯 절실함 반 용기 반으로 뛰쳐나갈 뿐이다. 그래서인지 어느 정도의 외로움은 기본값으로 따라온다.

나는 아직도 사람들이 많은 번화가나 지하철이나 버스 안에서 콜을 잡아도, "네 대리 부르셨죠 10분 안에 가겠습니다", 이 말을 못하겠다. 조용한 곳으로 가서 말하거나, 내려서 뛰어가면서 하는 편이다. 그만큼 내 안에는 뭔가 위축된 심리가 있다는 것을 반영해주는 듯하다.

어떤 날이었다. 그날은 유난히 하루 종일 마음이 시달린 날이었다. 조용히 운전을 하면서 마음을 좀 달래줄 수 있기를 바라며 첫 콜을 잡고 나왔다. 1.5킬로미터 정도 되는 거리라 전동 킥보드를 타고 달렸다.

급한 것과 빠른 것은 다르기에 항상 안전을 추구하며 달린다. 사람들이 제법 오가는 길을 가야했기에 자전거 도로를 통해서 서행을 하던 중, 조금 앞에 어떤 아주머니가 걸어가고 계셨다.

미리 피하실 수 있도록 따르릉 따르릉 따르릉 벨을 울렸다. 미동이 없었다. 몇 번을 더 울리고 울렸는데도 전혀 인식을 못하셔서 속도를 팍 줄인 다음에 옆으로 슬쩍 지나갔다. 순간 그 아주머니께서 '어머나' 하고 소리를 지르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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