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년 어버이날이 돌아오면 새삼 어머니에 대한 그림움과 죄송한 마음에 나를 돌아보고 마음 안에 저장해 놓은 참회록을 쓴다.
 
나의 어머니는 진안에서 부농인 부잣집 맏딸로 태어나셨다. 그 시절 서당의 독 선생님을 집으로 모셔 글을 배울 정도로 조부모님의 관심과 애정을 받고 자랐다 한다. 그런 연유에서 인지 한글을 물론 한문도 잘 알고 계셨다. 어머니 또래 나이에 그만큼 글을 아는 분도 많지 않았다 한다.

결혼할 때가 되어 어쩌다 중매로 우리 아버지와 결혼을 하셨지만 아버지와 어머니는 성향이 달라도 너무 다른 사람들이었다. 어머니는 부유한 집에서 곱게 자란 덕분에 힘든 일도 못하고 더욱이 부엌 일도, 음식도 잘하지 않고 못 하셨다. 늘 대접만 받고 자란 어머니는 억세고 강한 사람은 더욱 아니었다.

아버지는 시골 농부의 아들로 그다지 부유한 집이 아니었다 한다. 젊어서 만주로 가서 직장생활을 했고 술 좋아하고 사람 좋아하고 노래도 좋아하는 낭만이 가득한 분이셨다. 그런 두 분이 결혼을 하고 가정을 꾸렸으니 힘든 일이 많았었다. 그래도 한 동안은 내가 초등학교와 중학교 다닐 때까지는 아버지가 공무원 생활은 하셔 잠시 안정된 생활을 한 적 빼고는 늘 직업이 없으셨던 아버지다.

지금 돌아보니 아버지의 인내력은 직장생활을 잘 견뎌내지 못하고 자주 옮겨 다니면서 사회에 적응을 못하셨던 성향을 가진 분이셨다. 가정생활은 자연히 힘들었고 그렇다고 사업을 할 줄 아는 능력도 없었다. 어머니 역시 생활력이 강한 사람이 아니었다. 그런 연유에서 가정은 평화롭지 못하고 아버지와 어머니는 자주 다투셨다.
전체 내용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