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시대에 저술된 정감록(鄭鑑錄)이라는 책이 있다. 여기에는 조선에서 살기 좋은 땅 열 곳(十勝之地)을 나열하였는데 이런 곳을 길지(吉地)라 하였다. 비록 정감록에는 안 들어있지만 예로부터 해상교통이 편리하고 물산이 풍부해 살기 좋은 길지가 있다. 

신지면 동고마을이다.

동고마을은 오늘날 500여명의 주민이 살고 있는 어촌마을에서는 규모가 아주 큰 마을이다. 연안 차씨(延安 車氏)와 청주 한씨(淸州 韓氏) 족보에 의하면 주민들이 대규모로 터전을 잡고 거주하기 시작한 것은 1779년 경으로 약 250여년전이다.   

동고마을에는 이때 방풍(防風)과 방사(坊沙)를 위해 마을 앞에 심었다고 전해지는 곰솔(海松) 숲이 있다. 동고마을 사람들은 이 숲을 '부치'라고 부른다. 어원의 연원에 대해서 아는 사람은 없다. '부치'는 동고마을의 방풍림이자 어부림(漁夫林)으로 또 여름철 휴양림으로 우리지역의 훌륭한 경관자원이다.

이 '부치' 숲은 마을 입구부터 해안을 따라 수령 100 ~ 250여년 이상의 곰솔 300여 그루가 폭 100~30m, 길이 300m에서 아름다운 자태를 뽐내고 있다. 나무들은 숲의 폭이 넓어졌다 좁아지며 지금은 폐교된 동고초등학교와 마을을 따라 바닷가로 길게 이어졌다. 

소나무의 줄기는 지역에 따라 다른데 고산준령의 소나무들은 통직성(通直性)을 띤 반면 바닷가 소나무는 대체로 구부러졌다. 이러한 소나무 줄기의 특성 중 하나가 수피(樹皮)의 형태인데 예로부터 좋은 소나무는 줄기의 수피형태가 '용의 비늘이나 거북이 등처럼 수피가 두껍고 윤곽이 뚜렷한 수피 줄기를 가진 나무'를 좋은 소나무라 하였다. 

앞바다에 나타난 마귀할멈

동고마을의  '부치' 숲 나무들은 바닷가에서 외로이 서서 모진 비바람과 태풍을 이겨낸 세월의 풍상을 이야기하듯 마을에서 전해오는 여러 가지의 전설을 간직하며 뒤틀리고 구부러졌지만 위에서 말한 내용을 그대로 담고 있어 한그루 한그루를 자세히 살펴보면 아름답고 생육상태도 매우 양호하다. 다만 아쉬운 것은 문화적으로나 학술적으로 가치가 매우 뛰어남에도 천연기념물로 지정·보호받지 못해 아쉬움으로 남는다. 

그러나 이 숲은 남지나해에서 불어오는 바닷바람에 숲 바로 앞 백사장에서 사계절 휘날리는 모래를 막아주는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또 여름철이면 태풍에 비말(飛沫)되는 바닷물을 막아주어 농작물을 보호하고 주민들이 쾌적한 생활을 영위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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