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가 한창이었고 도시는 몇 달째 숨을 죽이고 있었다. 푹푹 찌는 더위 따위는 두렵지 않았다. 일상을 통제받으며 사람과의 접촉을 제한하던 시기였다. 시에서 처음으로 십만 원의 재난지원금을 준다고 했다. 온라인과 오프라인으로 신청할 수 있었는데  온라인으로 신청한 나는 카드포인트로 받았었다.

아직은 한낮의 땡볕이 기승이던 어느 오후, 행정복지센터 앞에 줄 선 인파에 깜짝 놀랐다. 오프라인 신청 첫날이었다. 태어난 년도 끝자리별로 신청 날짜가 정해졌음에도 긴 줄이 휘어지며 청사 주변을 에워싸고 있었다. 

저녁 무렵 한 남자 손님이 우리 가게에 와서는 음식을 포장하고 종이 상품권으로 계산했다. 동사무소에서 방금 받은 재난지원금이었다. 햇볕에 오래 서 있어 얼굴이 익은 그의 말에 나는 적잖이 충격을 받았다. 

"지들은 앉아서 받지만 나는 몇 시간이나 줄을 서서 받았다"면서 빳빳한 상품권을 내밀었다. "아~ 오래 기다리셨어요? 온라인으로 신청해도 되는데"라고 했다. 그러자 "지들은 편하게 그렇게 받아도 그걸 못하는 우리 같은 사람은..." 하면서 말끝을 흐렸다.

나는 그때 조금은 충격이었다. 재난지원금을 처음 받기는 모두 마찬가지였고 각자 편한 방식으로 신청하면 된다고 여겼는데, 누군가는 폭염 아래 긴 줄을 서야만 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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