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의 고향은 충남 홍성이다. 아버지의 연고지인 까닭에 나도 종종 그곳을 방문하게 된다.

4일, 홍성읍에 위치한 대교공원(대교리 411)에서 홍성천을 따라 걸었다. 대교공원 주변에는 천주교 순교성지 순례길이 있었고 화창한 날씨 덕에 이팝나무꽃은 더욱 아름답게 보였다.
 
만개한 벚꽃이 안겨주던 봄날의 설렘이 다시 느껴졌다. 녹음이 짙어지기 전 봄꽃의 앙코르송을 듣는 것 같았고 벚꽃과 철쭉꽃이 져서 아쉽던 마음이 다시 채워졌다.
   
하얗게 꽃이 핀 이팝나무를 따라 북문교를 건너고 홍주초등학교 앞을 지나자 노란 유채꽃까지 피어나 바람 따라 흔들거리고 있었다. 더 위쪽으로 올라가자 친정부모님이 농막을 오가며 생활하시던 아파트가 보였다.
 
큰아이가 어릴 적, 아버지는 자전거 앞에 작은 의자를 달아 아이를 앉히고 태워주셨다. 직장생활을 하는 딸 대신 친정 부모님께서 아이를 돌봐주셨는데 자전거를 태워주면 칭얼대던 아이도 울음을 그치고 좋아했다.

주로 홍성 법원 앞 넓은 공터에서부터 월계천을 따라 자전거를 타셨다. 그때는 아이들이 아주 많았는데 지금은 인근 신도시로 이사를 간 것인지 조금 한적한 느낌이 들었다.
 
활짝 핀 이팝나무 꽃이 밥그릇에 수북이 담긴 쌀밥을 연상시킨다고 하여 예로부터 이팝나무에 꽃이 만발하면 풍년이 든다는 말이 있다. 벼농사를 지으시던 아버지가 가장 기뻐할 꽃이다.
 
고향을 찾아 농사꾼이 된 아버지
 
아버지의 아버지인 나의 친할아버지는 일제 강점기 시절 일본으로 징용을 당하셨다. 그곳에서 광부로 일하셨는데 원폭이 투하되고 일본이 패망하면서 구사일생으로 살아 돌아오셨지만 방사선에 노출되어 고국에 돌아오신 지 일 년 여 만에 돌아가셨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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