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버이날 전 주말에 아이들을 데리고 시댁과 친정을 다녀왔다. 맛집을 찾아 식사를 하고, 꽃바구니와 용돈을 드렸다. 부모님은 우리가 올 때를 맞춰 만들어 두신 각종 김치와 밑반찬, 손수 키운 채소들을 바리바리 싸 주셨다. 부모님이 어린이날이라고 아이들한테 용돈을 주셨다. 우리가 드린 용돈보다 돈을 더 많이 쓰셔서 죄송스러운 마음이 들었다.

어버이날에 장을 보러 나갔다가 꽃바구니를 들고 가는 교복 입은 아이 한 명과 꽃가게 앞에서 진지하게 꽃바구니를 고르는 아이 한 명을 봤다. 어린이날이라고 시댁과 친정에서 용돈을 두둑이 받은 고3 아들과 고1 딸을 생각하며, 내심 기대를 했다.

나는 작년까지는 꽃이 예쁜 쓰레기라고 생각했다. 누가 꽃을 선물로 주면, 며칠 못 가 시들어버릴 꽃보다는 차라리 먹을 걸 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올 봄 들어 나이 탓인지, 길가에 핀 꽃들이 너무 예뻐 보여 그냥 지나치지 못하고 사진을 찍어대다가, 결국 화분 몇 개를 집안에 들여놓기에 이르렀다.

이번 어버이날에는 아이들이 예쁜 카네이션 바구니 하나 사다 주면 정말 행복할 것 같았다. 오후 다섯 시쯤, 딸이 학교에서 돌아왔는데 빈손이었다.

"너 왜 빈손이야?"
"돈이 없어."

"할머니 할아버지한테 용돈 받았잖아."
"옷이랑 신발 샀어. 미안, 헤헤."

"꽃 한 송이 살 돈도 없었어?"
"엄마 꽃 별로 안 좋아하잖아. 엄마, 사랑해."

"엄마 이제 꽃 좋아하는데..."


돈이 필요하거나 상황이 불리할 때만 나오는 딸의 필살기, 눈웃음 애교에 나는 그냥 피식 웃고 말았다. 잠시 후에 아들이 학원 가기 전에 잠깐 들렀다며 사랑한다는 말과 함께 나를 한 번 안아주고 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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