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벤츠를 탔던 날을 기억한다. 대리운전으로는 아니고, 차량을 보내는 차량 탁송(남에게 부탁하여 물건을 보냄)이었다. 살면서 내가 이렇게 벤츠 타는 날도 오는구나 싶었다. 자리에 털썩 앉으니 탁송이고 뭐고 그저 '나 벤츠 탔다'는 인식이 차올라서 일이 아닌 복지 같이 느껴졌다. 

그 기분에 잠시 취해있다가 이제 슬슬 일을 시작해 볼까 하며 시동을 걸었다. 오른손은 익숙하게 자기 자리를 찾아 나섰다. 어라, 기어가 있어야 하는 자리에 비슷하게 생기긴 했는데 무슨 코브라 머리 같이 생긴 것이 있었다. 아무리 잡고 흔들어 봐도 움직이지 않았다. 

한참을 두리번거리며 기어를 찾아봤지만 찾을 수 없었다. 결국 검색사이트에 '벤츠 기어변속'을 검색했다. 와이퍼가 있어야 하는 자리에 있는 것이 기어라고 했다. 그제야 보였다. 잡고 D로 올리니 그제야 차가 앞으로 가기 시작했다. 

운전자로서, 벤츠는 확실한 타는 맛이 있었다. 어릴 적 봤던 전설의 애니메이션 <사이버 포뮬러>에 나오는 것처럼 모드 변신(?) 같은 것이 있었다. 다른 모드들은 미세한 차이였는데 '스포츠 모드'를 설정하는 순간 부스터를 사용한 것처럼 웅장한 소리와 함께 차가 스포츠카가 되어서 쭉쭉 나갔다. 

대리운전이었다면 당연히 이렇게 못했을 텐데 탁송이었기에 마음대로 운전할 수 있었서 '벤츠 맛'을 충분히 볼 수 있었다. 밟는 대로 나간다는 게 이런 말이구나 싶었다. 무사히 탁송을 완료하고도 꽤 여운이 남았다. 한 시간 남짓 신나는 모험을 한 기분이었다. 사회적으로 어떤 하나의 상징과 같이 되어버린, 그놈의 '벤츠'를 타봤다는 건 굉장한 경험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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