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중3 같은반 친구로 만났다. 좋아하는 아이돌 가수의 노래를 함께 듣고, 같은 반이었지만 하루가 멀다하고 시시콜콜한 이야기를 편지지에 적어 교환하곤 했다.

시간이 흘러 대학생이 되었을 땐 장소가 분식집에서 카페로 바뀌었을 뿐 우린 여전했다. 친구의 연애 이야기를 듣거나 회사에서 힘들었던 일들을 나누었다. 친구는 나보다 더 흥분해 상사 욕을 해주었다. 그렇게 두세 시간 떠들고 나면 가장 큰 사이즈로 주문했던 아이스 아메리카노는 바닥을 보였고 잠시나마 스트레스에서 벗어나 16살 여중생으로 돌아가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
 
각자의 사정들로 일년에 고작 한두 번 만남을 가지더라도 어색함이 오래가지 않던 우리는 언젠가부터 만남이 더 뜸해졌다. 오해가 있거나 크게 싸워 절교를 한 것도 아니었다. 계절이 바뀌면 카톡메시지로 안부인사를 나누었지만 서로의 일상을 소상하게 알리지도, 알려고 노력하지도 않았다. 그러다 몇 달 전 오래된 연인과 결혼한다는 소식을 SNS를 통해 알게 됐다.
 
가족 친지를 모시고 소규모로 진행하는 결혼식이라 초대받지 못했지만 결혼식 당일의 모습을 SNS 사진으로 볼 수 있었다. 오랜 기간동안 만나지 못했던 친구의 모습은 내가 기억하는 그대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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