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의점도 아닌데, 24시간 영업하는 농기계 수리점이 있다. 강관 파이프를 뼈대로 투박하게 지은 영업 공간은 지붕과 양 옆, 뒤편은 함석으로 벽을 쳤지만, 정면은 문을 열어놓은 수준이 아니라 아예 벽 자체가 없다.

충남 예산군 고덕면 호음리에 위치한 농기계 전문 수리점인 '청화당 공방'. 당진 합덕읍과 5~6㎞정도 떨어진 거리의 큰길 옆에서 수리가 필요한 농기계를 연중무휴 기다리고 있다. 
 
주인장인 이상운(61) 대표는 1988년 '중부농기계'라는 상호로 고향에서 문을 연 뒤 37년 동안 전문 농기계 수리점을 운영하고 있다. 예덕초, 고덕중, 합덕농고(합덕제철고 전신)를 졸업한 이 대표는 고등학교 재학 중 농기계 수리 기능사 자격을 취득한 것이 평생 업의 기반이 됐다. 개업 초창기 자동차 수리도 했지만, 지금은 트랙터, 작업기 등의 대형 농기계들을 주로 취급한다. 

"사람에게 아호가 있듯이 집에 호를 붙이면 당호가 된다. 가게도 호를 지었다고 생각하면 된다"고 말하는 이 대표는 10여년 전에 상호를 '청화당(淸和堂)'으로 개칭하고, 수리점을 '공방'으로 부르기 시작했다. 

그가 고향에 머물기로 한 데는 형제들 가운데 누군가는 어머니(성영순·90) 곁을 지키고, 농사를 지어야 했기 때문이다. 4남 1녀 가운데 셋째인 이 대표는 어머니를 모시고 있는 둘째 형(이상회)을 돕겠다는 마음으로 고향에 남기로 했다. 

"농민들이 농사를 짓다가 농기계가 고장 날 경우 예전엔 먼 거리에 있는 수리센터로 가야 했다"며 "이렇게 농사현장 가까이서 바로 수리할 수 있다면 농민들의 불편함을 덜어줄 수 있다"는 생각도 그를 고향에 머물게 한 배경 중 하나다.
 
수리점·수리센터라 하지 않고, 상호를 '공방'으로 변경한 까닭. 기술과 예술의 차이, 사업가와 장인을 구분하는 그의 설명이 명쾌하다. 

"나사 하나를 돌려도 혼이 들어간다면 그것은 기술이 아니라 예술"인 것이고, "돈을 벌 목적으로 영업을 한다면 사업가이지만, 다른 사람들의 불편함과 고통을 해소하려는 사람이라면 장인"이라는 그의 말은 누구나 쉽게 흉내 낼 수 없는 경험과 성찰이 아니면 힘든 표현이다. 

이처럼 그는 장인 정신으로 고장난 기계 볼트 하나 조이는 일에 혼을 담아 오늘도 드라이버와 렌치를 들고 예술 활동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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