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과 며칠째 냉전 중이었다. 무슨 큰 사건이 있었던 것도 아니고 엄청 크게 싸운 것도 아니었다. 성격이 너무 달라서 서로 이해하기 힘든 부분은, 결혼한 지 30년이 되어가도 여전히 좁혀지지 않고 갈등의 원인이 되고 있다.

언제나 그렇듯, 서로 달라서 생기는 문제라는 걸 머리로는 알면서도 서운한 마음이 드는 건 어쩔 수가 없다.
 
평소에 남편과 그리 알콩달콩하게 지내 온 것도 아니니 서로 데면데면해져도 별로 불편한 건 없었다. 그런데, 둘이서 함께 신경 써야 하는 어버이날이 다가오는 게 문제였다. 양쪽 부모님께 무슨 선물을 해야 할지, 용돈은 얼마나 드려야 할지 상의해야 하는데 분위기가 서먹하니 말을 꺼내기가 껄끄러웠다.
 
30년이라는 긴 세월 동안 쌓인 정
 
남편이 먼저 말을 꺼내주기를 기다렸지만 특별한 날을 챙기는 건 결혼한 이후로 줄곧 나의 몫이었으니, 이번에도 애가 타는 쪽은 나였다. 어떻게 말을 붙여야 할지 고민하다가 어버이날 하루 전에 남편에게 문자로 부모님의 계좌번호를 적어 보내며 용돈을 보내드리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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