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퇴 이후 도시농부로 살고 있는 나는 요즘 농번기를 맞아 눈코 뜰 새 없이 바쁘다. 아침밥 먹기 무섭게 매일 텃밭 농장으로 출근하다시피 한다. 농막에서 작업복을 갈아입고 농장에서 자라고 있는 농작물들과 인사부터 나눈다.

아직 농장이 온통 초록으로 뒤덮일 시기는 아니지만 겨울을 이겨낸 채소와 일찍 싹을 틔운 작물들은 농장 한 편에서 봄기운을 받아 무럭무럭 자라고 있다. 최근에 가장 관심 가는 작물이 감자라서, 맨 먼저 눈인사를 건네며 감자의 성장 상태를 하나하나 살펴본다. 하루가 다르게 초록 잎 자태를 뽐내며 쑥쑥 커 올라오는 감자를 보고 있노라면 저절로 입가에 미소가 번진다.
 
농장에서 봄기운 받아 자라는 작물들
   
우리 농장에서 작물 중에 제일 먼저 심는 것이 감자다. 감자는 3월 중순에 10여cm 정도의 깊이로 깊게 씨감자를 심는다. 감자는 덩이줄기 작물이라 씨감자에서 올라오는 흙 속의 줄기에 새로운 감자가 달리기 때문에 깊게 심지 않으면 감자가 흙 밖으로 드러나서 녹색을 띠게 된다.

그렇게 깊게 심는데도 씨감자는 싹을 틔우고 20여 일이 지나면 꾸물꾸물 흙을 뚫고 나와서 지상으로 모습을 드러낸다. 마치 병아리가 알을 깨고 나오듯 씨감자의 싹이 흙덩이를 깨고 나온다. 동물이든 식물이든 새로운 생명의 등장은 경이롭기까지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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