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북 군산 하제마을에는 600년 된 팽나무가 있다. 전라북도 유일의 자연기념물이다. 한 달에 한 번, 팽나무 아래에 사람들이 모인다. 팽팽문화제다. 이번 주 토요일, 4월 27일은 41번째 만남이다.
  
 
제41회 팽팽문화제의 주제는 '나무새김'과 '나물부침'이다. 두릅, 쑥, 거죽나물 등 향긋한 하제 봄나물 뜯어 봄나물전 부쳐 오순도순 나눠 먹는다. 작년 4월, 제비 새끼처럼 입을 벌리며 따끈한 부침개를 나눠 먹던 귀여운 아이들 모습이 눈에 선하다.

지난해에는 어설프게 쑥을 캐고 끈질기게 프라이팬 앞을 지켰지만, 올해는 나무새김 앞에 집중할 예정이다. '통일열사 조성만 요셉 유서 서각 순례 전시'가 있기 때문이다.    
 
지난 겨울, 문정현 신부님은 A4용지 앞뒤로 빼곡한 조성만 열사의 유서를 한 글자, 한 글자씩 나무에 새겨 넣었다. 고르게 사포질한 나무판에 가지런히 앉힌 글자를 망치로 칼을 때려 파내었다. 서각書刻이다. 반듯하게 숨을 고르고, 있는 힘을 다해서 그가 깎고 파낸 것은 나무였을까, 글자였을까, 혹은 다른 무엇이었을까.
전체 내용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