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에 손녀들과 저녁 식사를 나눈 영국 할머니는 마지막에 디저트를 꼭 챙기신다. 단 것을 자주 먹지 못하게 하는 엄마가 할머니 디저트에는 군소리를 않는 또는 못하는 것을 아는 아이들은, 신이 났다.

여름날이면 이튼메스(Eton Mess)라 불리는 머랭 위에 휘핑크림을 얹고 그 위에 산딸기와 블루베리들을 잔뜩 얹어주시기도 하고, 겨울이면 스티키 토피 푸딩(Sticky Toffee Pudding)에 따뜻하게 데운 커스터드를 둘러 주시기도 한다. 그릇을 싹싹 비워 맛있게 즐기고 나면 할머니와 손녀들은 서로 만족한 웃음을 짓는다.

단 것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 나에게 디저트란 엄마가 만들어주신 식혜나 수정과를 시원하게 마시거나 과일 한 두 쪽으로 입가심하는 정도였다. 말하자면 뒷맛을 정리하는 딱 그 수준이면 족했다. 친구들과 커피 마실 때에도 디저트로 주문한 케이크에는 손도 안대는 그런 식성을 가지고 있었다.


 
시부모님이 한국 우리 집에 놀러 오시면 과일 몇 쪽을 디저트 삼아 맛있게 저녁 식사를 대접하고는 했었다. 이분들이 조용히 조각 케이크를 따로 사 드셨다는 것을 나중에서야 알게 되었다. 아무리 진수성찬을 먹어도 마지막 디저트가 빠지면 뭔가 아쉬운 것이었다. 영국 현지에 와서 보니 디저트는 일상에서 수시로 즐기는 문화다. 음식을 먹은 후 뿐만 아니라 늦은 오후 잉글리시 티타임으로도, 특별한 날에도 즐긴다.

전체 내용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