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가서 하면 '돈 버는 일'이 되는데 집에서 하면 '놀고 먹는 일'이 되는 요상한 일이 있다.

바로 집안 '살림'이다. 할머니들과 글쓰기를 하다보면 이 질문을 피해갈 수가 없다. 지금이야 살림 유튜버가 300만 조회수를 만드는 시대지만, 내가 만나는 할머니들 세상에서는 살림은 '그냥' 이상을 넘기지 못한다. 

어르신 글쓰기 교실에서 '내가 시간을 가장 많이 쓰는 것'에 대해 써보자고 했다. 배움이 짧다고 늘 한탄하시는 할머니가 이렇게 말했다. 

"나는 딱히 시간 쓰는 게 없으요. 나돌아 다니기도 승질에 안 맞아요. 집에서 반찬 만들어 먹고, 청소하고 그리 있는데 제일 시간 쓰는 게 뭐가 있다요?"

나는 반찬 만들어 먹는 그 이야기도 글이 된다고 했다. 어르신은 여전히 난감해 하셨다. 어제는 뭐 해 드셨냐고 물었더니 꽁치조림이 나온다. 그걸 어떻게 하셨냐고 물으니 이야기가 술술 나온다. 나는 또 속기사가 되어 받아적었다.  

전체 내용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