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통 마을에 조성된, 오래된 마을 숲은 그 마을의 역사, 문화와 신앙 등을 반영한다. 느티나무가 밝은 연두색 잎을 피우며 나무 그늘조차 환해지는 4월 하순에, 임실 성수면 수월마을의 마을 숲을 찾아서 탐방 여행을 떠났다. 이 마을의 뒷산인 성산에는 백제 시대에 축조한 월평리 산성이 있다. 수월마을 앞을 지나는 도로는 오래된 옛길로서 한양에서 통영으로 이어지는 통영별로 지름길의 한 구간이었다. 

통영별로는 한양에서 전주와 남원을 거쳐 운봉고원을 지나 통영으로 향하는 역참로(驛站路)였다. 장인이나 평민들은 임실에서 바로 운봉고원으로 가는 지름길 구간이 경제적이었다. 수월마을에서 옛길은 삼청리를 지나 영대지맥 산줄기인 한치재를 넘는다.

옛길이 신작로로 바뀌고 이제 어엿한 도로에 버스정류장이 보인다. 버스 정류장에 그려놓은 여유로운 그림과 글씨에 마음이 끌려서 한참을 앉아 있었다. 잠시 쉬어가도 괜찮아, 그래.
 
월평리 산성으로 오르는 계곡은 큰 바위 절리가 틈이 가서 서로 겹쳐 쌓여 있었고 어디선지 물 흐르는 소리가 들렸다. 성산은 큰 산이 아닌데 물이 의외로 풍부했다. 산속의 평지에도 곳곳에 습지가 있었다. 성벽은 일부가 남아 있었고 대부분 무너져 내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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