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기, 제가 쓴 책인데 좀 사주시면 안 될까요?" 

일전에 만났던 한 중년남자. 처음엔 고객인 줄 알았던 그는 내가 일하는 창구 앞에 서서 책 한 권을 건넸다. 

그 책은 자신이 쓴 소설인데 직접 팔러 다니는 모양이었다. 내게도 한 권만 사달라고 부탁했다. 은행에서 근무할 때의 일이지만 그가 내민 책 제목도 선명히 기억한다. 그때 나는 돈 만 원을 주고 읽지도 않는 책을 샀었다. 글 써서 돈 버는 건 예나 지금이나 어려워 보인다. 당시 책을 샀던 이유? 만 원으로 누군가의 꿈을 응원할 수 있다면 괜찮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출간이 쉬워진 세상이다. 나를 브랜딩 하자며 책을 위한 책이 나올 정도로 책의 홍수 속에 살고 있다. 하지만 책이 잘 팔리는 시대는 아니라고 한다. 쓰는 사람은 계획하지 않아도 어떻게든 책을 내고, 언젠가는 출간의 꿈을 가지고 있으니 책이 점점 넘쳐날지 모른다. 

나도 얼마 전 책을 냈다. 넘쳐나는 책들 속에 나 역시 일조했으니 읽는 사람에 비해 쓰는 사람이 많다는 말도 어느 정도는 맞는 것 같다(관련 기사: <오마이뉴스>에 쓴 '생활기사'들로 책을 냈습니다 https://omn.kr/28ejb ).    
  
"나이 오십 넘어서 꿈을 이뤘네" 하는 소리에 " 무슨 소리! 나 아직 꿈 안 이뤘는데... 난 베스트셀러 작가가 꿈이야"라고 기어 나오는 소리라도 소리치고 싶었지만 꾹 참았다. 혹시 그가 내게 꿈 깨라고, 현실을 직시하라고 할까 봐서다. 

그래도 요즘은 '개인 브랜딩' 시대 고 꿈은 클수록 좋다니까 원대한 꿈을 품고 출판사 등록도 했었다. 초간 출판이라는 부담감에 등록한 출판사 이름을 달진 못했지만 여전히 꿈은 남아있다. 

책을 준비하면서 원고를 보내고 형식 검수에만 퇴짜를 4번이나 받았다. 플랫폼이 불편하다고 불평을 했더니 담당자가 "책 출간 하는 걸 흔히 산고에 비유하잖아요. 그만큼 힘든 작업이에요. 작가님이 말씀하신 불편했던 부분은 참고해서 개선해 보도록 하겠습니다"라고 친절한 답변을 했다. 

산고라는 표현에 숙연해졌다. 돌이켜보면 플랫폼이 불편한 건 없다. 아무것도 알지 못하는 나의 무지로 불편하게 느껴졌을 뿐이다. 모든 책의 홀수 페이지가 우측에 자리한다는 것도 나중에 알았으니 누굴 탓하랴.

책을 만드는 과정에서 아는 것을 넓혀갈 수밖에. 책을 만들면서 단지 기술적인 것뿐 만 아니라 사람과의 관계와 마음까지 알게 되니 온 감각이 다 동원되는 것 같다. 출산 같은 출간에 쉬운 것은 없었다. 
전체 내용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