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 다섯을 둔 친정 부모님은 교육에 관심이 많으셨다. 교직에 몸 담으셨던 엄마는 반듯한 자세와 정숙을 강조하셨고 통역관이셨던 아빠는 딸들의 의견을 존중하는 자유주의자였다.

큰 딸이었던 내가 초등 고학년이 될 때쯤 아빠는 딸들의 영어교육을 시작하셨다. 지금이야 우리말이 완성되기도 전인 유아기에 영어 교육을 시작하는 시대이니 한참 먼 얘기이다. 당시엔 중학교에 입학해서야 시작했던 시절이었으니 말이다.

생전 처음 접한 영어는 신세계처럼 다가왔고 어렸던 나는 신통하게 아빠의 교육을 잘 받아들였다. 그때부터 시작된 나의 영어 부심은 대학에서 영어를 전공하고 결국 영어 교사의 삶으로까지 이어졌다. 

20대부터 간절히 원했던 동시통역사의 꿈이 영어 교사로 바뀌었지만 원어민 교사들과 영어로 대화하며 지내는 일이 직업이 되었으니 꿈의 실현이라고 해야 할까.

말하기 좋아하는 성격 때문이었던지 영어는 내 마음 속 표현의 갈망과 이어지며 머릿속 생각을 끊임없이 영어로 말해야 하는 중독자처럼 나의 순간순간을 지배하기까지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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