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른바 '맛집'을 다루는 신문 기사와 TV 프로그램이 넘쳐나는 시대다. 하지만, 거기서도 보기 쉽지 않다. 누구에게도 알려주지 않고 숨기고 싶은 자기 식당 '맛의 비결'을 말해주는 장면은.

한 숟가락 먹어보니 복어 맑은탕 국물이 일품이다. 담백하면서도 시원하다. 마주 앉은 가게 주인장에게 물었다. "이거 어떻게 만든 거죠?" 망설임 없는 대답이 돌아왔다. "아, 그거요…."

그런데 국물 맛을 내는 방법을 설명하는 이야기가 과하게 길어진다. 노파심에 되물었다. "이렇게 자세히 설명하면 누군가 흉내내잖아요. 앞으로 가게 운영하기가 힘들 것 같은데…."

걱정하지 말라는 대답과 웃음이 돌아왔다. "말해줘도 아무나 못해요. 그러니 있는 그대로 써도 됩니다." 그래? 그렇다면 쓰지 않을 이유가 없다. 죽도시장 공영주차장 초입에 자리한 삼호복집·해물탕의 국물 만들기 비법은 이렇다.

먼저 잘 손질한 다시마와 멸치를 물에 넣는다. 그리고 팔팔 끓기 전에 불을 끈다. 왜냐? 지나치게 오래 끓이면 다시마에서 떫은 맛이 우러나고 끈끈한 액체가 나오기 때문.

멸치와 다시마를 건져낸 후엔 복어의 머리를 넣고 다시 3시간을 끓인다. 이후 복어 뼈와 찌꺼기를 건져내는 건 필수. 거기에 마늘과 생강을 넣고 끓이는 과정이 추가된다. 이제 끝이냐고? 아니다.

이렇게 만들어진 국물에 무와 하얀 후추를 넣고 제맛이 나올 때까지 또 끓인다. 이렇게 하다보면 7~8시간이 훌쩍 지난다.

지금은 겨울이니 괜찮지만, 무더운 여름철을 상상해보라. 좁은 주방에서 새파란 가스 불을 그 긴 시간 동안 사용한다면…. 찜질방이나 사우나가 따로 없을 것이다. 거칠게 표현하면 거기가 바로 팔열지옥(八熱地獄)일 터.

비단 복어탕 뿐일까. 어떤 음식이건 제대로 만들어내기 위해선 이처럼 지난한 시간과 눈에 보이지 않는 지극한 정성이 필요하다.

웃으며 나가는 손님이 가장 고맙다는 '오너 셰프'

경북 포항 삼호복집·해물탕의 주인이자 주방장은 "내 이름을 신문에 쓰는 건 싫다"고 완곡하게 말했다. 들어주지 못할 부탁은 아니다. 자기를 내세우지 않고 식당을 운영하고픈 이들은 어디에도 있을 법하니. 요즘 젊은 세대는 '오너 셰프'라고 부른다. 가게의 주인이면서 요리도 직접 만드는 사람을 지칭하는 단어다. H씨(61)는 오너 셰프다.

앞에 언급한 복어탕 국물 만들기 비법을 알려주며 그가 말했다. "월급 받고 고용된 사람과 주인의식을 가진 사람이 음식을 대하는 태도는 다를 수밖에 없지 않겠느냐?"고. 맞다. 그게 삼복더위에 개도 혀를 내밀고 헉헉대는 여름, 8시간 내내 뜨거운 불 앞에 기꺼이 서있을 수 있는 이유가 될 수도 있겠다.
 
H씨의 이력은 독특하다. 대학에선 말레이-인도네시아어를 공부(경제학 부전공)했고, 학교를 마친 후엔 대기업 해외영업팀에 입사했다. 중국 현지법인에서 3년, 국내에서 12년 근무하던 동안엔 보통의 또래 남자들처럼 음식과는 무관한 삶을 살았다. 그런데, 마흔이 넘어 왜 복어탕 가게를 연 것일까? 궁금한 것들을 물었다.

- 회사를 그만두고 음식 장사를 하겠다고 결심한 계기가 있었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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